현지조사에서 서류 제출명령의 이행

최승만 변호사
발행날짜: 2013-07-22 17:41:26
  • 최승만(법무법인 가교) 변호사









필자는 지난 5월 27일자 칼럼에서 현지조사 과정에서 사실확인서에 서명하는 내용을 다루었다.

그런데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현지조사에서 서류 제출명령과 관련해 의미있는 판결을 내려 소개하고자 한다.

요양급여와 관련해 건강보험법 제97조 제2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은 요양·약제의 지급 등 보험급여에 대한 보고 또는 서류 제출을 명하거나, 소속 공무원이 관계인에게 질문하게 하거나 관계서류를 검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범위 안에서 업무정치처분 및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의료급여 역시 의료급여법에 건강보험법과 동일한 내용의 규정이 있기 때문에 요양급여와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편, 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7조 제4항에 따르면 요양기관은 진료비 계산서와 영수증 부본을 보관하거나 이를 대신해 해당 서식의 본인부담금수납대장을 5년간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료급여시행규칙 제11조도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지조사에서 해당 병원에게 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 관한 규칙 제7조 제4항을 근거로 본인부담금 수납대장 제출을 요구한다.

만약 해당 병원이 이에 불응하면 건강보험법 제97조 제2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1년 범위 안에서 업무정지처분을 내리게 된다.

그 동안 대부분의 하급심 판결은 병원의 본인부담금 수납대장 제출의무를 인정하고, 해당 병원이 이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업무정지 처분이 적법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서울고등법원 사안은 해당 병원이 수기로 작성된 본인부담금 수납대장을 제출하지 않고 진료내역과 수납내역이 저장된 전자차트 프로그램(현재 개원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전자차트 프로그램이다)의 전자문서파일을 제출한 사례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전자문서파일을 본인부담금 수납대장으로 보지 않았고, 이에 따라 해당 병원이 서류제출명령에 응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1년의 업무정지 처분을 부과했다.

그러자 해당 병원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제1심(원심)은 전자차트 프로그램에 저장되어 있는 전자문서파일은 본인부담금 수납대장이 아니어서 서류 제출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했다.

수기로 된 본인부담금 수납대장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환자본인부담금 및 수납내역 등을 전자파일문서로만 기록·보관한 경우라면 일부 수납내역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문서를 제출한 이상 서류제출명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서울고등법원 판단은 의료급여법 상 문서제출명령과 관련해 당시 보관중이던 관계서류를 그대로 제출한 것이라면 비록 그 서류가 허위로 기재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서류제출명령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판례(대법원 2007두1330 판결)에 입각한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상고를 함에 따라 앞으로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지만,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이유에서라도 이번 서울고법 판결은 일응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7조 제4항 문언 상으로도 본인부담금 수납대장의 보존 의무가 아니라, 계산서·영수증 부본을 보존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둘째, 본인부담금 수납대장의 형식은 연월일, 환자성명, 수납금액의 형식적 요건만 갖추면 되고, 위 규칙상 반드시 수기로 작성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면 앞으로 현지조사에서 '본인부담금 수납대장' 제출의무와 관련한 실무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번 서울고법 판결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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