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가는 간호사들, 암 발병과 유산 결국 이직 선택

발행날짜: 2013-07-31 06:07:28
  • 보건노조 등 근무환경 개선 촉구…"중소병원 간호사 실태 심각"

최근 전남대병원 간호사들 사이에서 유방암이 집단으로 발병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충격을 주고 있다.

"유방암 발병한 간호사들 산재처리도 안돼"

30일 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지부에 따르면 최근 간호사를 중심으로 유방암에 걸린 여직원을 추적조사한 결과 총 12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2명 중 9명이 간호사였으며 그외 보건직 1명, 원무직 2명이 포함됐다.

올해 초 유방암이 발병한 간호사는 병원을 그만뒀으며 재작년 유방암에 걸린 30대 중반의 수술장 간호사는 지난해 결국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대병원 전체 간호사가 총 1124명인 것을 감안할 때 100명 중 한명꼴로 유방암이 발병한 셈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더욱 주목할 것은 이는 전수조사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남대병원 김미화 지부장은 "앞서 병원측에 전수조사를 요구했지만 거듭 거절당하면서 하는 수없이 노조 차원에서 조사한 것"이라면서 "만약 전수조사를 실시한다면 암 발병 여직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병원 측은 암 발병은 유전적 영향 등 다양한 요인이 있는 것으로 이를 근무환경과 연결해서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남대병원 노조 측은 암 발병 이외에도 여성 근로자에 대한 근무환경은 열악하다며 실태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미화 지부장은 "지난해 말에 이어 이번달에 또 다시 간호사가 유산하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외국의 경우 10년이상 3교대 근무자가 유방암이 발병한 경우 산재처리를 해주는 등 복지가 잘 돼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는 전남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간호사 등 병원에서 일하는 여성근로자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 이유 있다"

사실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얼마전 의료연대본부가 11개 종합병원간호사 19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명 중 2명이상(74.5%)가 '병원을 그만두고 싶다'고 답했다.

또한 그 원인으로는 야간노동으로 인한 개인의 삶의 질 저하, 인력부족으로 인한 업무량 및 노동강도 증가, 환자 및 보호자 민원 증가로 인한 스트레스,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병원 문화 등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업무량과 업무수준에 비해 인원이 부족한가'라는 질문에 81.5%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결원이 발생해도 즉시 충원이 안된다'를 문항에 70.3%가 '그렇다'고 했다.

종합병원 11곳 간호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
특히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의 삶은 질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3교대 근무 간호사들은 '잠을 자기위해 수면제 등 약물이나 알코올 등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문항에 '그렇다'는 응답이 일반직에 비해 3.3배 높았으며 '일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꾸리기 힘들다'는 응답도 3.1배 많았다.

또한 제주의료원은 얼마 전 병원사업장 여성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한해동안 간호사 8명이 아이를 유산했으며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제주의료원 노조 측은 "간호사의 자연 유산율이 2009년 15건 중 4건, 2010년 11건 중 4건에 달했다"면서 "이는 전국은 물론 제주도지역 자연유산 발생률인 18~19%정도 높은 수치"라고 전했다.

이에 서울대병원 송경자 간호본부장은 "최근 목소리가 커진 환자들의 민원까지 늘어나면서 간호사들의 스트레스 요인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종합병원보다 중소병원급 간호사들의 실태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호사의 교대근무를 없앨 수는 없고 이를 병원에만 떠 넘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가 의사인력에만 신경쓸게 아니라 간호사를 위한 지원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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