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관료법칙 "고시 동료 밟아야 내가 산다"

이창진
발행날짜: 2013-09-04 06:38:04
  • 성균관대 강세, 서울대 아성 여전…의료계 "승진 구태 개선 시급"

보건복지부 실국장 승진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소위 'SKY'(서울대, 고대,연대) 라인을 통해야 한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보건복지 부서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고시 출신 내부에서도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복지부는 실장 4명, 국장 19명, 과장 65명 등이 간부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료사회에서 계급장을 단 과장 이상 자리가 88개(7월 현재)인 셈이다.

이중 사회복지를 중심으로 배치된 비고시 과장 이상이 24명(전문직 포함)이다.

복지부 전만복 기조실장, 최영현 의료정책실장, 박용현 사회복지실장, 이태한 인구정책실장.(왼쪽부터)
고시 출신이 복지부를 장악했다고 하나, 전체 고시 공무원(180명) 입장에서는 동료들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과장 인사는 해당부서 실국장의 의견수렴과 차관의 인사안을 장관이 인준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고위공무원인 실장은 청와대 발령으로 국장은 장관 발령으로 진행된다.

복지부는 개인적 역량과 능력 등 인사원칙을 제시하고 있으나, 관료주의 특성상 같은 대학과 동향인 내 사람을 천거, 승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복지부 실장과 국장, 과장의 고시와 비고시 인원.(7월 현재)
실제로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청와대 수석에 성균관대가 포진되면서 복지부 고위직 인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국장 23명 중 보건의료정책실장을 비롯해 보건의료정책관, 대변인, 보건산업정책국장 등 성균관대 고시 출신 7명이 등용됐다.

이와 별도로 과장급 출신 대학을 살펴보면 서울대 아성이 여전한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65명의 과장 중 서울대 출신이 21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고대 6명, 성균관대 6명, 외대 3명, 연대 2명 순이다.

이는 역으로 실국장 후보군에 서울대 고시 출신이 가장 근접해 있다는 뜻이다.

복지부 전 공무원은 "고시 출신이 주도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된다"면서 "고위직 승진을 위해서는 개별 성과와 더불어 대내외적 학맥과 인맥을 무시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정책실 핵심 4인. 권턱철 의료정책관, 이동욱 보험정책국장, 임종규 건강정책국장, 박인석 보건산업국장.(왼쪽부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복지부 내부에서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명하복 업무와 암묵적 접대문화 변화 '감지'

과거 고위직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하향식 업무와 접대 관행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정책 기안이 나오면 실국장 등 담당부서 공무원들이 모여 토론을 거쳐 결과물을 도출하는 쌍방향식 업무 추진이 힘을 얻고 있다.

한 간부는 "어느 대학 출신인가 보다 국민과 이해 당사자를 아우르는 합리적인 정책과 성과를 도출했는가가 중요하다'면서 "보건복지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달라진 상황에서 학연과 지연은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암묵적인 관련 단체의 접대 자리도 예전 같지 않는 상황이다.

주요 요직을 독점한 고시 출신 내부에서도 승진 경쟁이 치열하다. 올 초 진영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휴식 시간에 장차관과 논의 중인 실국장들 모습.
실제로, 어떤 이유로든 보건의료단체 관계자와 술자리를 갖게 되면 세부적인 내용이 부서내로 전파돼 국과장이라도 언행을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

복지부 공무원은 "말을 안할 뿐 저녁에 누가, 누구와 만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접대는 문제가 있는 만큼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면 저녁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한 임원은 "쌍벌제 등 리베이트 처벌 강화로 모든 의사를 범법자로 만들면서 공무원은 떳떳한지 되묻고 싶다"며 "승진을 위해 성과에만 집착하고 윗선 눈치만 보는 구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필로그>복지부 생태계 기획기사 취재에 도움을 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독자들에게 관료사회인 복지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하려 노력했지만,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독자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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