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수사 의료기기로 확산 조짐…병원계 긴장

발행날짜: 2013-11-22 06:07:18
  • 척추관절 표적수사 우려…일각에서는 "과잉진료 자정" 기대

제약사와 의사간 리베이트에 초점을 맞춰왔던 검찰 수사가 의료기기업체에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의료계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21일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의료기기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온 의사 38명을 적발, 그 중 9명을 구속했다.

이는 제약사 대신 의료기기업체를 중심으로 대구, 경북은 물론 서울, 경기, 부산, 광주 등에 위치한 의료기관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어디까지 파장 확산될까" 우려

대구지검의 리베이트 수사결과에 관련 의료기관들은 숨 죽인 채 추이를 살피고 있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쌍법제를 시행한 지난 2010년 이후 최근까지도 제약사 리베이트 수사가 잇따르면서 제약사의 숨통을 조여온 것을 지켜본 의료기기업체는 "이제 우리 차례가 된 것이냐"면서 한숨을 짓고 있다.

특히 의료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정형외과, 신경외과병원 혹은 척추관절병원들은 검찰의 수사 타깃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지검이 발표한 의료기기업체의 범행 수법
대구 A척추관절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의료진과 업체 측 관계자가 아예 접촉을 하지 않도록 하는 등 관리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최근 척추관절병원이 과잉진료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표적수사가 이뤄진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자칫 정직한 병원까지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관행적인 부분인데…의료계에 더 가혹"

의료계는 제약사 리베이트 수사 초반과 마찬가지로 불만이 팽배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자연스러운 것인데 법으로 규제하는 게 합당한 지 의문이라는 게 전반적인 정서다.

대구지검 또한 수사결과를 통해 "상당수 의사들은 업체의 리베이트에 대해 의료기기를 사용해 주기 때문에 당연히 받을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등 죄의식이 희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을 정도다.

모 정형외과 병원장은 "사실 최근 의료기기 업체의 리베이트는 과거에 비해 소액과 불과하다"면서 "인공관절 수술이 처음 도입된 90년대말 혹은 2000년대 초반 당시 리베이트는 훨씬 더 많았을텐데 이제와서 문제가 되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경쟁이 있는 모든 산업에서 소비자에 대한 혜택(?)이 있는데 유독 의료시장에만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니냐"고 덧붙였다.

"척추관절병원 과잉 수술 자정 계기"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검찰 수사가 척추관절병원의 과잉 수술 행태를 자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

이번 대구지검 수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의료기기업체는 인공관절 1개당 40만~70만원, 척추수술용 접착물질(RACZ) 개당 22만~55만원을 리베이트로 지급했는가 하면 나사못 등 척추관련 의료기기(spine)의 경우 총 매출액의 20~40%를 리베이트로 지급했다.

이는 시술 및 수술을 하는 만큼 의료진에게 돌아가는 리베이트가 늘어나기 때문에 과잉진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일부 척추관절병원 의료진 중에 거액의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과잉진료 및 수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거듭 제기된 바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과잉진료를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또 정형외과의사회 한 관계자는 "척추관절병원의 과잉진료 및 수술에 대해 내부 자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계속 있어 왔다"면서 "다른 부분은 몰라도 자신의 리베이트(인센티브)를 위해 불필요한 수술을 권하는 사례는 사라져야 한다"고 단언했다.

"상급종합병원 의료진도 수사 가능성 높아졌다"

또한 리베이트 수사가 제약사에서 의료기기업체로 확대되면서 검찰의 수사 대상이 상급종합병원 교수들까지 확대될 여지가 커졌다.

지금까지는 제약사의 리베이트 수사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대학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 선택권이 자유로운 개원의가 타깃이 됐다.

하지만 의료장비 리베이트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제약에 비해 의료장비는 수술하는 의사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기 때문에 의사의 권한이 강하다.

한 병원 관계자는 "검찰이 의료기기업체의 리베이트에 대해 수사를 확대한다면 정형 및 신경외과병원 뿐만 아니라 상급종합병원들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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