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내쉬는 복지부 "세종시 이전 정말 끔찍하다"

이창진
발행날짜: 2013-12-10 06:28:45
  • 수도권 출퇴근, 월세 부담감 고조…"전문가 회의 방식도 고민"

|초점|세종시 대이동 D-7, 여진 시작됐다

다음주 세종시 청사 이전을 앞두고 복지부 공무원들의 불안과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건의료정책실을 비롯해 각 부서는 오는 15일 전후로 예정된 세종시 이전 준비로 인해 사실상 모든 업무가 답보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 이전은 복지부 외에도 교육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보훈처 등 중앙부처 6곳 및 산하기관 10곳 등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이동이다.

복지부의 경우, 9일 부서별 공무원들이 코앞으로 다가온 세종시 이전에 필요한 이삿짐 꾸리기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상태다.

세종시 이전에 따른 가장 큰 특징은 공무원 생활 패턴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기존 과천청사에서 계동청사 이전은 출퇴근 시간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면, 세종시 청사 이전은 '기러기 부부'라는 신조어까지 양산하고 있다.

복지부 전체 공무원 700여명 중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가 2015년 아파트 입주와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세종시에 원룸을 얻거나, 공무원 아파트에서 공동 생활하는 방식으로 뒤바뀌는 형국이다.

거주지인 수도권에서 출퇴근을 결정한 공무원들도 적지 않아 통근버스와 KTX(고속철도) 이용률도 현재보다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세종시 이전에 따른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충남 아산)이 올해 국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재부 등 일부 부처의 세종시 청사 이전으로 일 평균 2200여명이 출퇴근하고 있으며 수도권 통근버스만 50여대 운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른 버스 운행 소요 예산만 연간 84억원 규모이다.

계동 청사 복지부 안내실 옆에 위치한 오는 15일 전후로 세종시 이전을 알리는 문구.
복지부 등 6개 부처 이동을 감안해 통근버스 증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적어도 150억원 이상 세금이 세종시 청사 교통비로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서울과 오송역간 KTX를 이용하는 공무원 개인 경비를 더하면 길에 뿌려지는 돈은 수 백억원인 셈이다.

복지부 한 공무원은 "원룸을 알아 봤더니, 물량도 없고 보증금도 수도권 못지않게 높아 출퇴근하기로 했다"면서 "KTX 이용시 말이 1시간이지 집부터 왕복 최소 4시간, 야근에 택시 타면 일주일 교통비만 20만원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원룸 생활을 택한 공무원은 "출퇴근은 무리라는 생각에 전세금 수 천 만원을 들여 작은 평수 원룸을 어렵게 구했다"면서 "세종시 이전에 따른 지방 균형 발전이 공무원 봉급에서 충당하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공무원은 "세종시로 내려가면, 오후 5시부터 서울행 버스와 기차를 타려는 조바심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공무원들이 밤 늦게 일하는 현재의 분위기가 지속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세종시 이전 15일은 의사협회 주최로 여의도에서 전국 의사결의대회가 있는 날이다.

복지부 공무원은 "의사협회가 15일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 예정하고 있지만, 관심 없다"면서 "세종시로 내려가 이삿짐을 풀어야 하는 데 (의사 집회가)귀에 들어오겠느냐"고 말했다.

세종시 청사 이전의 여파는 공무원에 국한된 게 아니다.

매주 열리는 보건의료 정책 관련 전문가 회의 운영 방식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보건의료정책과와 의료자원정책과, 보험급여과, 응급의료과 등 보건의료 대부분 부서는 정책 방향 논의를 위해 매주 2~3차례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회의에 참여하는 의약단체를 비롯해 의대 교수와 보건학자, 시민단체 등 자문료 명목으로 10만원 내외의 회의비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세종시 청사는 전산작업 등 막비지 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등 6개 중앙부처가 이동하는 세종시 청사 모식도.
전문가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세종시 이동에 따른 회의비 책정도 고민이다.

복지부 공무원은 "매달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회의비를 어떤 수준으로 할지 고민된다"고 전하고 "실비 지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거리와 시간을 감안해 서울역 회의실 이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국회 방문 등 불가피하게 서울 이동시 소요되는 공무원 출장비를 기재부가 최근 전액 삭감했다는 말이 회자되면서 복지부 공무원들의 한숨 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모 공무원은 "장차관은 서울에서, 국과장은 도로에서, 사무관은 세종시에서 근무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분명한 것은 세종시 이전으로 길에 뿌리는 시간과 돈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세종시 이전은 공무원 뿐 아니라 의약단체와 전문가 모두에게 시간적, 경제적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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