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환경 좋다던 A대형병원…여 전공의 성추행 파문

발행날짜: 2013-12-27 12:20:45
  • 피해자, B교수 고소 검토…병원 감봉으로 일단락, 도덕성 타격

전국 의대 수석졸업자를 싹쓸이할 만큼 명문 수련병원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A대형병원이 전공의 성추행 파문에 대한 소극적인 대처로 눈총을 사고 있다.

특히 이러한 병원의 대처에 실망한 피해 전공의가 형사 고소를 준비중이어서 현직 교수에게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 적용되는 최초의 사례가 나올지 주목된다.

A병원 교수의 차 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27일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10월의 어느 밤 A병원 외과 계열의 B교수 차에서 일어났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는 여성 전공의들을 기어코 차에 태운 B교수는 계속해서 여 전공의의 신체 일정 부위를 거론하며 성적 발언을 이어갔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B교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언급하던 신체 부위에 결국 손을 갖다 댄 것이다.

당연히 여성 전공의는 가만히 당할 수만은 없었다. 단호하게 불쾌하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몸을 돌려 손을 피했다.

그러나 B교수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B교수는 여성 전공의를 힘으로 제압해 신체를 만지며 성추행을 이어갔고, 참다 못한 여 전공의는 병원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처벌을 요구했다.

병원의 솜방망이 처벌…힘없는 여성 전공의의 분노

하지만 A병원의 대처는 피해자의 기대와는 달랐다. 회유와 협박을 번갈아가며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더욱이 A병원 소속이 아닌 자병원에서 파견된 여 전공의는 대형병원 안에서 기댈 곳조차 없었다.

이미 너무 큰 수치심을 느낀 여 전공의는 포기하지 않았다. 동승했던 다른 전공의들은 물론, 당시 현장에 있던 전공의와 스텝들을 만나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러한 사람이 지도 전문의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다행히 수차례 회유를 거듭하던 병원에서 결국 징계 결정했지만 그 수위가 너무나 낮았다.

감봉과 직위 이동. 피해자가 기대했던 징계에는 한참이나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피해 전공의 형사 고소 준비중…현직 교수 아청법 적용되나 촉각

이에 따라 여 전공의는 더이상 병원에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사법기관에 B교수의 죄를 묻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행 형법 298조 강제추행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그가 생각하는 B교수의 혐의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전공의가 회유와 협박을 받아왔고, 결국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A병원의 태도와 대처에 너무나 실망한 상태"라며 "고소 등을 통해서라도 응분의 댓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만약 고소가 진행돼 혐의가 입증되면 B교수는 교수직을 내려놓는 것으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지난 2012년 8월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의 관한 법률에 따라 성범죄로 처벌이 내려질 경우 해당 교수는 그 형 또는 치료감호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유예, 면제된 날로부터 10년간 의료기관에 근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가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일명 아청법이다.

지금까지 일부 개원의들이 아청법에 저촉돼 피해를 입은 일은 있었지만 현직 교수가 연루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의료계에서도 이번 사건은 촉각을 기울일만한 일이다.

사건이 확대되자 A병원도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A병원 관계자는 "병원 차원에서 전후 사정 등 진상을 파악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현재로서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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