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의-정 협상 장기 표류하나

원격진료, 영리병원 등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의협과 복지부간 협상이 돌출 변수로 인해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건의 정황은 대충 다음과 같다.

복지부와 의협은 22일 오후 6시 의료발전협의회 1차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그러던 중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한통의 전화를 받고 사색이 돼 자리로 돌아오더니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과장, 전병왕 보험정책과장, 성창현 일차의료개선팀장을 이끌고 협상장을 나가 버렸다.

노환규 회장이 모 방송사와 한 인터뷰를 문제 삼은 것.

특히 복지부는 해당 방송사 자막으로 '정부가 의협에 수가 10% 인상을 제안했다'고 내보내자 발끈했다.

권 정책관은 전화 통화 직후 노 회장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언론에 흘리는 것은 대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의협 협상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노 회장은 22일 해당 방송사와 녹화를 마친 후 기사화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오프 더 레코드) 복지부가 수가 10% 인상을 제안했지만 수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정부 투쟁이 수가를 몇 푼 올리기 위한 게 아니라 왜곡된 건강보험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해당 방송사는 노 회장과 헤어진 직후 앞서 언급한 자막을 내보냈고, 뒤늦게 복지부가 이를 확인하고 협상단 철수를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복지부는 의협에 수가 10% 인상을 제안한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만큼 비공개로 해 줄 것을 노 회장에게 요청했을 것이다.

복지부가 언급한 것처럼 수가 인상 제안이 사실무근일 수도 있지만 노 회장이 굳이 있지도 않은 말을 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노 회장이 어떤 이유에서든 복지부의 요청을 깼다면 신뢰를 저버린 게 되기 때문에 스스로 불리한 협상 국면을 자초한 것이 된다.

그러나 복지부가 과잉반응을 하는 게 아는냐는 주장도 없지 않다.

굳이 협상 매너를 따진다면 복지부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1차 협상 당일 이영찬 차관은 보건산업최고경영자회 특강에서 올해 상반기 중 의료법을 개정, 의사와 환자간 원격진료를 도입하고 의료법인이 영리 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들 민감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이제 막 의정 협상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차관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의 표현처럼 '협상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해 헐리우드 액션을 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의협은 현재 '협상파는 협상, 투쟁파는 투쟁'이라는 기조로 대정부 협상과 대국민 홍보를 병행하는 전략을 실행중이다.

복지부는 의협이 조용히 협상에만 임하면 더 없이 좋겠는데 언론, 페이스북을 활용해 정부를 공격하자 여간 거슬린 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찰나에 노 회장이 고맙게도 사고를 쳐주자 호기를 놓치지 않고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