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근무단축제…대학병원 'OK', 개원가 'NO'

손의식
발행날짜: 2014-08-21 05:49:38
  • 대학병원 "품앗이로 업무분담"…개원가 "대체인력 없어 공백 불가피"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사진제공:보건노조>
임신 근로자가 1일 2시간 근무단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 시행이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다른 사업장에 비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가임기 여성 근로자가 많은 의료기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임신한 여성 근로자의 1일 근무시간 2시간 단축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을 지난 3월 공포했다.

개정된 법률에는 '사용자는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있는 여성 근로자가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제7항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을 이유로 해당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해선 안 되며 이를 어길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해당 법률은 상시 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경우 다음달 25일부터, 상시 300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는 공포 후 2년이 지난 2016년 3월 25일부터 시행된다.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 중 신설된 조항.
개정 근로기준법이 공포됐을 당시 간호인력 운용과 관련해 의료기관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의료계의 우려가 컸으나, 시행을 앞두고 대학병원들은 법 시행 후 간호인력 운용에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학병원의 경우 가용인력이 많은 만큼 나머지 간호사들이 임신 간호사의 업무를 조금씩 분담하면 실제 업무공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A대학병원 노사협력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상 임신 근로자가 단축시간을 신청할 경우 이를 허용하게끔 돼 있기 때문에 당연히 따라야 한다"며 "임신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 여성 근로자가 1일 2시간 단축근무를 신청할 경우 나머지 인원들이 업무를 분담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품앗이'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2시간 근무 공백 때문에 별도의 대체 근로인력을 투입하기는 어렵다"며 "누가나 같은 입장에 놓일 수 있는 만큼 근무시간 단축 신청을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단시간제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분만휴가나 육아휴직 등을 대비하기 위한 PRM(단시간제, Part time) 인력이 있기 있기 때문에 이들을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라며 "대학병원 PRM 간호사의 경우 대부분 경력 간호사기 때문에 업무를 보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른 대학병원들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C대학병원도 임신 근로자 단축 근무제 대안 마련에 한창이다.

C대학병원 인사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이 개정된만큼 임신한 직원이 근무단축을 신청할 경우 당연히 이를 허용해줘야 한다"며 "시행을 앞두고 구체적 대비를 위해 간호본부와 인사팀이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수가 많은 대학병원과 달리 가용인력이 부족한 개원가의 우려는 크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2016년 3월부터 적용되지만, 간호인력의 수가 적다는 측면에서 종별 의료기관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의 D내과의원 원장은 "인력난이 심각해 필수인력만으로 겨우 운영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개정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면 진료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며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는 의원의 진료과에 따라 근무가 숙달돼야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대체인력을 구하기 힘들다. 하루에 두시간씩 근무시간이 줄면 그만큼 의료공백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이 시행되더라도 개원가에서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현실적으로 근무시간 단축 신청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E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다른 진료과도 마찬가지지만 소아과는 특히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규모가 큰 곳은 몰라도 규모가 작은 소아과는 근무시간 단축을 하고 싶어도 원장의 눈치, 다른 직원에 대한 미안함, 업무에 대한 걱정 등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근무시간 단축 신청을 300인 미만의 작업장 전체에 적용키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호조무사 한명만 데리고 근무할 경우 그 간호조무사가 임신해서 근무시간 단축 신청을 하게 되면 결국 그 의원은 두시간 문을 일찍 닫거나 양해를 구하고 다른 간호조무사를 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과연 노동부가 개원가의 이같은 현실을 알고 법을 개정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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