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국립대병원 인턴의 하소연 "인력은 없고 환자는 몰리고…"
|지방 국립대병원 인턴의 고단한 일상|
지방 A국립대병원 인턴 A씨(28)는 이번 추석연휴 당일 주임교수의 지시로 간이식 수술방에 투입됐다.
근무표에는 오프였지만 간이식 수술을 하려면 보조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주임교수의 말에 아무말도 못했다.
추석 당일 잡혀있던 오프는 자동적으로 사라졌고 그 다음날은 다시 정상 근무가 시작됐다. 피로감이 몰려왔다.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지만 '1년만 버티자'라는 마음으로 꾹 참았다.
얼마 전에는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순간을 경험했다.
정형외과 인턴 과정을 밟을 때였다. 새벽 3시까지 응급실에서 근무를 한 후, 한시간 잠시 눈을 붙이고 바로 수술방에 투입됐다. 일주일 내내 당직근무를 하고 있던터라 피로감이 더 했다.
눈 앞이 팽팽 돌고 머리가 띵 했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옆에 비어있는 수술방에서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핸드폰 진동에 놀라 잠을 깼다. 핸드폰에는 부재중 전화 20통이 찍혀있었다. 가슴이 철렁해서 시계를 보니 30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그날 A씨는 선배들의 불호령을 맞고 다시 당직 근무를 섰다. 그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수술이 많은 정형외과나 신경외과에서 수련을 받을 때는 밥은 물론이고 물 한모금 마실 시간도 없었다.
이처럼 A씨가 눈 붙일 새 없이 바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당초 인턴 정원에서 일부가 그만두고 나가면서 그 공백을 메워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책임하게 병원을 떠난 인턴 동료들이 밉진 않다. A씨도 그들의 상황이라면 같은 선택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도저히 인턴 한명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인데 병원에선 그냥 다 떠 넘기니까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거죠. 그들도 교육수련부에도 항의하고 부당함을 어필하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고 힘들어하다가 결국은 그만두는 것 같아요. 답이 없잖아요."
A씨의 고충은 전국의 모든 지방 국립대병원 인턴의 고충이기도 하다. 그는 여느 병원의 인턴도 힘들지만 지방 국립대병원의 몇가지 특징이 인턴을 더욱 힘들게 한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환자는 많은 반면 의료인력은 없다는 점이다.
지방 국립대병원은 대부분 지역거점병원으로 인근 중소병원에서 전원된 환자가 몰려서 중증도 높은 환자가 많아 응급실은 늘 바쁘다.
반면 최근 의대생들이 업무가 많은 지방 국립대병원의 인턴 지원 기피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인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졌다.
실제로 2014년 초 인턴모집 결과 충북대병원이 28명 정원에 18명 지원에 그친 것 이외에도 지방의 상당수 국립대병원이 인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충남대병원은 52명 정원에 44명이 지원했으며 전남대병원도 89명 모집에 나섰지만 78명이 접수한 데 그쳤다. 경북대병원도 정원 96명 중 89명만 지원하면서 미달사태를 빚었다.
더 문제는 인턴 정원을 채우지 못한 병원들이 대체인력을 채용하지 않지 않은 채 운영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턴 등 전공의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깊게 뿌리박혀 있어 좀처럼 변화할 기미가 없다는 점도 그들을 지치게 만드는 요인이다.
"적어도 결원이 발생하면 보충 인력을 채워줘야 하는거죠. 인턴은 기계가 아니잖아요. 적어도 잠자고 밥먹는 시간은 줘야죠. 무조건 시킨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숨막힙니다. 충북대병원의 인턴들도 이런 심정이지 않았을까요?"
지방 A국립대병원 인턴 A씨(28)는 이번 추석연휴 당일 주임교수의 지시로 간이식 수술방에 투입됐다.
근무표에는 오프였지만 간이식 수술을 하려면 보조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주임교수의 말에 아무말도 못했다.
추석 당일 잡혀있던 오프는 자동적으로 사라졌고 그 다음날은 다시 정상 근무가 시작됐다. 피로감이 몰려왔다.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지만 '1년만 버티자'라는 마음으로 꾹 참았다.
얼마 전에는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순간을 경험했다.
정형외과 인턴 과정을 밟을 때였다. 새벽 3시까지 응급실에서 근무를 한 후, 한시간 잠시 눈을 붙이고 바로 수술방에 투입됐다. 일주일 내내 당직근무를 하고 있던터라 피로감이 더 했다.
눈 앞이 팽팽 돌고 머리가 띵 했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옆에 비어있는 수술방에서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핸드폰 진동에 놀라 잠을 깼다. 핸드폰에는 부재중 전화 20통이 찍혀있었다. 가슴이 철렁해서 시계를 보니 30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그날 A씨는 선배들의 불호령을 맞고 다시 당직 근무를 섰다. 그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수술이 많은 정형외과나 신경외과에서 수련을 받을 때는 밥은 물론이고 물 한모금 마실 시간도 없었다.
이처럼 A씨가 눈 붙일 새 없이 바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당초 인턴 정원에서 일부가 그만두고 나가면서 그 공백을 메워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책임하게 병원을 떠난 인턴 동료들이 밉진 않다. A씨도 그들의 상황이라면 같은 선택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도저히 인턴 한명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인데 병원에선 그냥 다 떠 넘기니까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거죠. 그들도 교육수련부에도 항의하고 부당함을 어필하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고 힘들어하다가 결국은 그만두는 것 같아요. 답이 없잖아요."
A씨의 고충은 전국의 모든 지방 국립대병원 인턴의 고충이기도 하다. 그는 여느 병원의 인턴도 힘들지만 지방 국립대병원의 몇가지 특징이 인턴을 더욱 힘들게 한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환자는 많은 반면 의료인력은 없다는 점이다.
지방 국립대병원은 대부분 지역거점병원으로 인근 중소병원에서 전원된 환자가 몰려서 중증도 높은 환자가 많아 응급실은 늘 바쁘다.
반면 최근 의대생들이 업무가 많은 지방 국립대병원의 인턴 지원 기피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인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졌다.
실제로 2014년 초 인턴모집 결과 충북대병원이 28명 정원에 18명 지원에 그친 것 이외에도 지방의 상당수 국립대병원이 인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충남대병원은 52명 정원에 44명이 지원했으며 전남대병원도 89명 모집에 나섰지만 78명이 접수한 데 그쳤다. 경북대병원도 정원 96명 중 89명만 지원하면서 미달사태를 빚었다.
더 문제는 인턴 정원을 채우지 못한 병원들이 대체인력을 채용하지 않지 않은 채 운영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턴 등 전공의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깊게 뿌리박혀 있어 좀처럼 변화할 기미가 없다는 점도 그들을 지치게 만드는 요인이다.
"적어도 결원이 발생하면 보충 인력을 채워줘야 하는거죠. 인턴은 기계가 아니잖아요. 적어도 잠자고 밥먹는 시간은 줘야죠. 무조건 시킨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숨막힙니다. 충북대병원의 인턴들도 이런 심정이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