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밖 또 하나의 선수, 아시안게임 의무실을 가다

손의식
발행날짜: 2014-09-29 05:50:36
  • 인천 선학경기장 여자하키 의료지원 담당 인천의료원

지난 19일 인천아시안게임이 개막한 이후 각 국의 선수들은 저마다 그동안 닦아온 기량을 펼치며 개인과 자국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 못지않게 매 경기 모든 순간에 눈을 떼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의료진이 가장 대표적이다.
아시안게임 의료지원팀은 모든 선수들이 최대한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또 만일 있을 부상에 대한 진료를 위해 선수 못지 않게 땀을 흘리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26일 여자하키 예선이 열리는 인천 선학하키경기장 의무실을 찾아 모든 경기 일정을 의료진과 함께 했다.

▲선학하키경기장 의무실을 담당하고 있는 병원은 '인천의료원'. 의무실은 구지회 외과과장과 간호사 등 인천의료원 지원인력 4명을 비롯해 보건소 지원요원, 물리치료사, 통역 자원봉사자 등이 지키고 있었다.

▲경기장 의무실의 역할은 경증환자 및 응급환자의 기본처치와 입원 및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후송 전 단계를 담당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후송을 위한 구급차가 경기장 앞을 상시 지키고 있으며, 의무실에는 장비와 의약품 등은 심장세동기, 파스나 두통치료제 등 일반상비약, 기본적인 전문의약품 등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처방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간단한 조제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모든 환자에 대한 진료와 처방은 대회 조직위원회의 의무관리시스템에 의해 관리된다. 이 시스템을 통해 조직위는 경기 기간 중 모든 환자와 진료, 처방에 대한 데이터를 집계할 수 있다.

▲이날 첫 환자는 선수가 아닌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이 학생은 발을 헛딛어 넘어져 무릎에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다. 관중의 부상진료도 의무실의 역할. 처치를 마친 여고생은 간단한 주의사항을 들은 뒤 친구와 함께 다시 관람석으로 향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만큼 중요한 인력 중 하나가 자원봉사자들이다. 자원봉사자들도 아프면 의무실을 찾는다. 통역을 맡고 있던 중년의 자원봉사자는 감기 증상을 호소하며 간단한 처방을 받았다. 이들의 건강은 원활한 경기진행을 위해 필수다.

▲이날 여자하키 예선은 유독 학생 관람객이 많았다. 절룩거리며 의무실을 들어온 이는 교복을 입은 중학생. 이 남학생은 관람석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발을 삐끗했다. 처치를 받은 학생은 보호자의 부축을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경기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잠시 경기가 중단됐다. 경기는 중단됐어도 의료진의 발은 쉴 틈이 없다. 의무실로 돌아온 구지회 과장은 바지와 신발은 이미 비에 흠뻑 젖었다.

▲경기장에는 워낙 많은 이들이 있다보니 부상을 당한 이들도 각양각색이다. 손을 벤 여성 진행요원이 다녀가더니 이번엔 경찰이 들어온다. 이 경찰은 정강이에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다. 구 과장은 능숙한 손길로 소독과 연고를 바른 후 한마디 한다. "내무반 돌아가면 연고 잘 바르세요."

▲이번엔 한 미모의 여성 자원봉사자가 감기 증세로 목이 아프다며 의무실을 찾았다. 그녀의 직업은 실업팀 '하키선수'다. 비록 국가대표로 선발되진 않았지만 동료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씩씩하고 명랑한 성격의 그녀는 의료진과의 인증샷도 빼먹지 않았다.

▲이날 첫 외국인 환자가 의무실을 찾았다. 말레이시아 선수인 그녀는 생리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처방을 받은 그녀는 의료진의 친절함에 환한 미소로 답했다.

▲이날 경기는 모두 네 경기. 첫 경기인 카자흐스탄과 일본의 경기는 일본의 8대 0 대승, 두 번째 경기인 중국과 태국 경기는 중국의 5대 0 압승으로 끝났다. 세 번째 경기인 인도와 말레이시아의 경기는 전통의 강호인 인도가 6대 1로 이겼다.

▲마지막 대한민국과 홍콩의 경기는 오후 7시. 경기 시작 30분을 남기고 의료진도 저녁식사를 시작한다. 위생 상 의무실에서의 식사는 곤란하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 관람객 의무실에서 옹기종기 모여 자장면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대한민국의 8대 0 대승으로 이날 경기는 모두 마무리됐다. 다행히 이날 경기에서 부상선수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기에서 이긴 후 밝게 웃는 대한민국 여자 하키선수들의 모습이 건강하고 아름답다.

▲비록 경기에서는 졌지만 최선을 다한 홍콩 선수들에게도 큰 박수가 쏟아졌다.

▲경기 내내 선수들만큼 긴장했던 인천의료원 구지회 과장도 이날 경기 일정이 끝나자 마음이 놓인다. 구 과장은 "경기장 의무실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경증환자와 응급환자의 기본적인 처치와 신속하고 적절한 후송이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하루종일 제자리를 지키고 있던 구급차가 눈에 들었다.

"의무실에 환자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부상을 입은 선수들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의무실이 한가한 것이 바람직하다"는 구 과장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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