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수련병원 편법 실태…당직수당 신설 따라 기본급 낮추고 월급항목 감소
|기획|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책'A수련병원 이창석 전공의(가명·3년차·성형외과)는 얼마 전부터 월급이 줄었다는 사실을 알고 맥이 풀렸다.
복지부가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 등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을 마련, 이행 상황을 조사해 발표하고 위반한 수련병원에 대해 패널티를 주겠다고 발표했지만 일선 전공의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서류상으로는 지침에 따라 잘 운영이 되고 있는 것처럼 작성돼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수련병원의 실태를 긴급 점검해봤다. [편집자주]
상> 현실과 따로 노는 전공의 당직표
하> 전공의 월급봉투 줄이는 편법 당직수당
1, 2년차가 없다보니 3년차임에도 불구하고 밤낮없이 병원을 지키며 당직 근무를 해왔는데 오히려 월급은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을 제시한 이후 각 수련병원이 새로운 전공의 수련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나서고 있음에도 오히려 악화된 상황이 그는 좀처럼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방안을 담은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시행, 이를 지키지 않는 각 수련병원에 대해 패널티를 주겠다고 밝혔다.
이를 기점으로 각 수련병원은 전공의 당직수당 등 수련환경 개선안에 맞춰 규정을 손봤다.
그렇다면 이창석 전공의의 월급은 왜 감소한 것일까.
A수련병원은 수련환경 개선안에 맞춰 기존에 없었던 '전공의 당직수당' 항목을 신설했지만, 기본급은 월 118만원에서 86만원으로 대폭 낮추고 추가 항목도 줄였다.
또 기존에는 기본급 이외 교통비, 식대, 상여금, 병실수당, 위험수당, 연장근무 수당 등 항목이었지만 최근 바뀐 월급명세서에는 기본급 이외 당직수당 항목이 생겼지만 식대, 연장근무 수당 항목으로 바꿨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병원이 지급하는 당직비는 그가 실제 당직 일수와 무관했다.
이 전공의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당직을 서고있지만 그가 받은 당직비는 대외 제출용으로 만든 '가짜 당직표'를 기준으로 계산됐다.
그가 실제로 근무한 당직 일수만큼 수당을 지급하려면 하루(12시간 기준) 4만원씩, 한달을 30일로 계산하면 월 당직비만 12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그가 실제 받은 당직 수당은 월 60만원에 불과했다.
그러자 올해 초까지만해도 240만원대를 유지했던 월급이 얼마 전부터 230만원으로 줄었다. 어떤 달은 200만원까지 줄기도 했다.
A수련병원이 전공의 당직수당을 수련 질을 높이기 보다는 병원 운영에 유리하도록 조정한 게 원인이었다.
"실제 당직근무 한 만큼 수당을 받으면 교수 월급 안 부러울 것이다. 당직 수당 항목이 생기면 뭐하나. 이럴거면 차라리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
이창석 전공의는 각 수련병원의 수련실태에 대해 서류상으로만 자료를 받을 게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 지 세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 그는 매달 정확한 월급 액수와 구체적인 항목을 확인한 적은 없었다. '제대로 들어왔겠지. 설마 병원이 전공의 월급을 떼 먹겠어?'라며 신경쓰지 않았다.
레지던트 근무를 시작하고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신기한 마음에 대충 훑어본 게 전부였다. 그 이후로는 한가하게 월급명세서 항목까지 챙겨볼 여유도 없었다.
그런 그에게 월급봉투가 줄었다는 사실은 당혹스러움 그 자체였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365일 병원을 내 집 삼아 살았는데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한숨만 나온다."
이를 두고 또 다른 대학병원 전공의 대표는 "일부 수련병원은 실제로 당직 근무를 한만큼 수당을 지급하지만 상당수가 편법적으로 병원에 유리하게 바꿔 당직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며 "전공의 입장에선 더 불리해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진심으로 수련환경 개선에 관심이 있다면 문서상에 나와있는 실태를 볼 게 아니라 각 수련병원 속을 들여다 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