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감기약 허가사항 변경…의사-약사 입장차 극명

손의식
발행날짜: 2015-01-06 05:53:01
  • 소청과 "과복용 막기 위한 조치" Vs 약사 "옥상옥, 국민만 불편"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세 미만 영유아에 어린이 감기약을 투여할 경우 사전에 의사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어린이 감기약 허가사항 변경(안)을 발표하고 의견조회에 돌입했다.

식약처의 어린이 감기약 허가사항 변경(안)을 두고 의료계는 과복용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환영하는 반면 약사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식약처는 일반약 어린이 감기약에 대해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 등을 토대로 허가사항 변경안을 제시하고 오는 9일까지 의견조회를 진행중이다.

허가사항 변경안을 살펴보면 용법·용량에 '만 2세 미만의 영·유아는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소청과 전문의들 "영유아 감기약 과복용 방지 위한 방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자기 표현이 확실치 않은 영·유아를 대상으로 감기약 과복용의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변경이라는 입장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김영환 보험이사는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감기약이라는 것은 딱히 정해진 것이 없다. 흔히 감기에는 약이 없다는 말도 있다"며 "환자들이 감기를 이유로 병원에서 처방받고 약국에서 약을 구매하는 것은 당장 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해당 증상에 대해 약을 쓰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영환 보험이사는 "감기에 걸리면 실제로 증상은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종합감기약을 복용하다보면 여러 불필요한 약까지 먹게 될 수 있다"며 "종합감기약의 경우 환자에 따라 정작 필요한 성분은 조금 들어갈 수 있도 (다른 성분의)용량이 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인들은 복약 후 이상증상을 느끼고 대응할 수 있지만 2세 미만 아이들은 우는 것 외에는 자기 증상을 표현하기 어렵다"며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조속히 증상을 호소할 수 없고 보호자 역시 놓칠 수 있다. 이런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2세 미만을 대상으로 일반 감기약을 뭉둥거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2세 미만이 아닌 6세까지 사용 제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는 "초등학생만 되도 대화가 되는데 그 이하는 어디가 아픈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며 "경험상 보면 6세 이하는 2세 미만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일반 감기약의 용법·용량을 삭제한 연령 기준을 2세 미만에서 6세 이하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김재윤 회장 역시 "의사와 약사 등 직역 간에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어린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이고 세계적인 추세다"고 말했다.

약사들 "옥상옥, 국민 불편 초래할 것…약사 전문성 무시"

반면 약사들은 국민의 불편함을 감안하지 않은 변경안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대한약사회 전 임원 A 약사는 "약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위험성보다 이점이 크면 쓰라고 한다"며 "그런데 식약처의 변경안은 2세 미만 어린이가 열이 날 때 해열제 주지 말라는 이야기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A 약사는 "병원이 문을 닫은 시간에 2세 미만 어린아이기 감기에 걸려서 열이 나 해열제를 먹이고 싶어도 약국에서 허가사항 변경을 이유로 못 주겠다고 하는 상황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과연 행복할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그는 "대부분 의원들은 저녁 7시면 문을 닫는다. 그 시간 이후 열이 나는 2세 미만 어린이들은 응급실이 아니면 다음날 의원이 문을 열 때까지 무방비로 있어야 한다"며 "결국엔 국민들이 불편해질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는 국민 건강을 위해 의사와 약사에게 배타적 권한인 면허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갈수록 면허 사용이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의사나 약사가 가진 지식이 국민들에게 배타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지식과 정보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열제나 종합감기약 등 잠깐 쓸 수 있는 일반약 사는 것을 못 사게 만드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어린이 감기약 허가사항 변경은 옥상옥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B약사는 "의약품에는 효과가 나는 용량과 먹으면 치사량에 이르는 용량이 있다. 독성학이라는 것은 결국 정량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린이 감기약의 경우)풀어놔도 문제가 없다"며 "식약처가 어린이 감기약 허가사항을 변경해서 영아 사망률을 얼마나 낮출 지 궁금하다. 아이의 건강이 나빠지도록 약을 먹이는 부모는 없다. 결국 어린이 감기약 허가사항 변경은 옥상옥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허가사항 변경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인 만큼 대한약사회 차원의 적극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C약사는 "어린이 감기약 허가사항 변경은 약에 대한 약사들의 전문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대한약사회는 약사 회원들의 중지를 모아 식약처의 허가사항 변경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약처 "치료적 유의성보다 위험성이 중요…국민 이해 필요"

식약처는 허가사항 변경안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검토의견이 타당성과 근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 의약품관리총괄과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반대의견이 들어오지 않았다. 의견이 들어오면 해당 의견이 가지고 있는 근거의 타당성을 검토해 의견을 반영할 수도 있고 불수용할 수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식약처에서 볼때 명확하고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감기약 허가사항 변견안은 전문가들의 자문 등 충분한 절차를 거쳤다는 점도 밝혔다.

의약품관리총괄과 관계자는 "허가사항 변경안은 전문가 자문 등 어느 정도의 절차를 거쳐 내용을 만든 것이다. 식약처가 안을 만들긴 했지만 아무 근거 없이 만든 것 아니고 소아청소과학회나 내과 등의 의견을 청취해 타당하다는 근거를 확인하고 만든 내용이다"며 "그런 만큼 협회나 단체에서 크게 반대할 것 같진 않다. 의견을 주면 미처 수렴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을 경우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야간 등 의사의 진료가 어려울 경우에 대해서는 국민의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어려운 상황에서의 문제는 있을 수 있다"며 "응급상황이나 급하게 복용을 요할 경우에도 치료적 유의성보다는 위험성을 크게 보고 있기 때문에 진료를 받고 복용토록 조치한 것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인 만큼 국민의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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