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는 의약분업의 복사판이다

김명성
발행날짜: 2015-03-02 12:01:38
  • 성남 김안과의원 김명성 원장

올해부터 원격의료 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복지부와 미래부 등 정부의 6개 부처가 발벗고 나섰다. 의원급에서 군부대, 원양선박, 요양시설, 해외진출 의료기관 등으로 사업 범위와 참여기관(18개소→140개소)을 확대하고 예산도 13억원에서 91억 3000만원으로 7배 높아졌다.

관련 전문가 단체인 의사협회의 검증도 필요 없고 시범사업을 열심히 해서 원격진료가 좋다는 소문이 많이 나도록 노력하겠다는 복지부 관련 팀장의 각오를 들으니 의약분업이 국민건강에 좋고 의료비의 추가부담은 없다고 언론을 총동원해서 떠들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의사들이 마치 IT기술 발달로 인한 스마트 헬스 기기 사용을 못하게 하는 것으로 호도하기도 하고 원격진료를 못해서 경제성장의 걸림돌인 것처럼 알려져 원격의료 시범사업 기관들의 실상을 분석해 보겠다.

먼저 군부대는 필자가 전방에서 군의관 생활을 했던 것을 감안할 때 30년 전에도 전화로 원격 진료할 수밖에 없었으며 현재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원양선박도 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범 사업건수를 늘리기 위해 요양시설을 억지로 추가한 노력이 가상하다.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원격의료시스템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고, 의사소통마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대면진료가 원격진료보다 수백 배는 더 낫고 중요하다. 요양시설 가까운 의료기관에 모시고 가면 될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환자상태에 관해 검사결과를 의사들끼리 화상을 통해 의논하고 자문하기도 하므로 해외진출 의료기관은 보기에도 멋있으니 그냥 메뉴에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의원급에서 시작해서 병원급으로 확대되는 원격진료가 목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군부대나 요양시설은 원격의료기기와 시스템을 하나씩만 사면되므로 별로 남는 게 없다. 일반인들이 가정마다 하나씩 설치를 하고 이용해야 돈 벌이가 된다. 비싼 원격진단기기의 판매는 100만원에 가까운 스마트폰을 거의 모든 국민들이 2년마다 바꾸는 방법을 동원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환자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의 대표단체인 의사협회의 의견마저 철저히 무시하고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원격진료를 밀어붙이는 또 다른 이유는 이런 원격의료시스템을 개발하고 이용료를 받아 챙기는 회사다. 그냥 컴퓨터 카메라로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원격진료용 프로그램을 이용해야하고, 프로그램 구입비용이나 이용할 때마다 이용료가 진료비처럼 따라 붙게 될 것이다.

일단 어떤 제도도 시작만하면 서비스를 이용해야하니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의약분업 초기 조제료가 얼마 안 되고 추가 부담이 거의 없다고 했지만 조제료가 매년 수조원이다. (2014년 3조2600억원) 원격의료가 실시되면 원격의료기기와 프로그램 개발에 이미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기업들이 그 기기 값과 이용료로 과연 얼마나 챙겨갈지 자못 궁금하다.

특히 만성질환이 있는 분들의 관리를 위해 원격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실제 당뇨나 혈압약은 한 번 먹으면 평생 복용해야한다고 꺼리는 환자들이 부지기수이다. 일주일에 한번 원격의료로 모니터할 수 있는 환자의 정성이면 지금도 동네병원의 의사로부터 충분히 잘 관리되는 환자이다.

노인 정액제 개선은 어르신들의 병원이용이 늘어나 보험재정에 부담이 된다면서 난색을 표하는 복지부가 고령화 사회의 만성질환 환자를 잘 관리하기 위해 원격의료가 필요하다고 하니 난감하다. 원격의료가 원격진료기기생산 대기업과 원격진료시스템을 개발하는 정보업체 돈벌이가 아니라 고령화 시대 늘어나는 만성질환 환자를 위한 것이라면 당장 노인 정액제부터 먼저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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