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광고심의위원회는 의료기관 광고 삼키는 블랙홀?

이창진
발행날짜: 2015-04-20 12:11:37
  • 30일 심의 사문화, 기본 3개월 소요…심의수당 위원 인당 연 천만원

[초점]병의원 광고 블랙홀, 의협 광고심의위원회


의료계에서 의협 의료광고 심의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의협 광고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초기 화면.
"광고심의 기간 규정 30일은 사문법이다, 기본 3개월이나 걸리다보니 중간에 포기한 광고도 적지 않다."

"의사협회가 광고심의 갑이다. 문구 표현이나 오자 수정에 재심의와 재심의 너무 심하다."

최근 기자와 만난 병·의원 원장들은 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 쌓인 불만을 이 같이 토로했다.

보건복지부는 2007년 4월부터 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 의료인 단체에 의료광고 심의업무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광고비용은 내용과 크기별 5만원(직권심의)부터 20만원(전문심의)까지이며, 심의 기간은 의료법 상 30일 이내이다.

최근 5년간 의료광고 심의 현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의협 최근 5년 의료광고 심의 건수.
복지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의료단체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운영현황에 따르면, 의사협회 심의 건수는 타 단체에 비해 3배~7배 이상 많다.

의협 심의 건수는 2010년 4686건에서 2011년 5000건, 2012년 1만 2177건, 2013년 1만 5827건 및 2014년 6월 7592건 등으로 매년 급증했다.

치협(위)과 한의협(아래) 최근 5년 의료광고 심의 건수.
치협은 2010년 568건에서 2011년 526건, 2012년 1747건, 2013년, 2092건, 2014년 6월 1007건 등이며, 한의협은 2010년 1587건에서 2011년 1919건, 2012년 3854건, 2013년 5435건, 2014년 6월 2375건 등으로 증가했으나 의협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광고 심의 비용으로 벌어들인 회계 현황도 의협은 타 단체를 압도했다.

의협은 2010년 4억 7469만원에서 2011년 5억 1075만원, 2012년 15억 2584만원, 2013년 12억 9145만원, 2014년 6월 3억 3039만원 등 심의 건수에 비례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치협은 2010년 5820만원에서 2012년 2억 443만원, 2014년 6월 1억 1728만원 등이며 한의협은 2010년 1억 5900만원에서 2012년 4억 945만원, 2014년 6월 2억 4810만원 등의 현황을 보였다.

의료단체 모두 2012년을 기점으로 심의건수와 운영비용이 증가한 것은 의료법 개정 때문이다.

당시 사전심의 대상에 교통시설과 교통수단, 전광판, 인터넷 매체 등이 추가되면서 심의 건수와 비용 역시 눈에 띄게 급증했다.

의협 의료광고심의위 최근 5년 회계 현황.(단위:원)
2012년 기준 의협 광고심의 회계는 총 15억원인데 비해 치협은 2억원, 한의협은 4억원에 그쳐 3배~7배 격차를 드러냈다.

그렇다면 의료광고심의 위원들은 얼마나 받을까.

의료광고심의 위원들의 회비 수당(1회)은 15만원에서 2013년부터 20만원으로 인상됐다.

의협(19명)은 심의 건수가 많아 연간 회의 수가 50회라는 점에서 위원 1인당 1년에 받은 회의 수당은 1000만원이다.

한의협 의료광고심의위 최근 5년 회계 현황.(단위:원)
이와 달리 치협(13명)과 한의협(18명)은 회의가 연 25회로 위원 1인당 회의 수당도 절반인 500만원이다.

회비를 제외한 의료광고 수입 대부분은 행정직 인건비로 지출된다. 의료법 상 의료광고 심의 회계는 다른 용도로 전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3년 기준 의협은 행정직 10명(정규직)이 7억 4988만원을, 치협은 5명(정규직) 9000만원, 한의협은 4명(정규직) 1억 8000만원 등의 인건비 지출을 보였다.

비만해진 의협 의료광고심의위원회 개선점은 없을까.

병원과 의원 원장들의 가장 큰 바람은 빠른 광고심의이다.

인증제와 전문병원제 등 정부의 의료기관 관련 제도는 홍보 효과조차 미진하다. 오히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를 이용한 인근 의료기관 광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스스로 돈을 들여 광고에 나서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의협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인력 현황.
강남 피부과 A 원장은 "한 건물 안에 미용성형 클리닉이 도배한 상황에서 지하철과 잡지, 전광판 광고 없이 생존하기 어렵다"면서 "문제는 의협 광고심의로 심의 완료까지 기본 3개월, 여차하면 6개월 이상 소요되니 광고효과가 반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병원 B 원장은 "돈을 들여도 광고심의는 함흥차사이고 문구 수정만 요구하니 답답하다"고 전하고 "의협 광고심의에 업무부하가 크다면 병원 광고를 병원협회에 맡기면 될 것 아니냐"며 개선책을 촉구했다.

복지부도 의협의 과중해진 광고심의 업무를 주목하고 있다.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광고심의 건수가 늘다보니 엄격한 기준에 대한 병의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매주 수요일 마감해 일괄 심사하고 있어 하루 차이로 일주일 정도 늦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용성형 광고 비중이 높아 심사분과를 세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고 "병원협회에서 병원급 의료광고 심의 위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회 계류 중인 지하철과 버스 광고 사전심의 대상 확대시 광고심의 행정인력을 포함 다양한 개선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광고심의 예산이 증가한다고 협회 비용으로 전용할 수 없다"고 말해 면밀한 모니터링을 예고했다.

의료광고 심의 위탁 10년차, 돈과 시간을 먹는 하마로 둔갑한 의협 광고심의위원회의 군살빼기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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