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지도점검, 병의원 다수 범법자…복지부·의협 "대책 없다"
작은 도시 병의원들이 보건소 공문 한 장으로 발칵 뒤집어졌다.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해당 보건소는 지난 2월 '2015년도 의·약무 관련업소 지도점검 계획 알림 및 자율점검표 제출 요청' 제목으로 병원과 의원 및 약국 등 471개소에 공문을 발송하고 3월 중 자율점검표를 제출한 것을 요구했다.
보건소는 의료기관 및 의약품 등 판매업소, 의료업소, 의료기기판매업소 정기적 지도 검점을 통해 부정 의료행위를 예방하는 동시에 의약품 유통질서를 확립해 건전하고 신뢰받는 의료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도점검 취지를 설명했다.
일상적인 점검으로 생각하고 무심코 공문을 읽은 원장들은 '멘붕'에 빠졌다.
주요 점검 내용에 '의료인 수 배치 적정여부'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보건소에 문의한 결과, 의료법에 명시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 적정 배치 여부를 분기별 병의원을 나눠 중점 점검해 위반 의료기관은 행정처분 하겠다는 것이다.
병의원이 긴장하는 이유는 간호인력 기준 준수 여부이다.
현 의료법 시행규칙에 포함된 '간호조무사 정원에 관한 고시'(1990년 3월 제정)에는 '입원환자 5인 미만 또는 외래환자만 치료하는 의원, 치과의원 및 한의원에 있어 간호사 정원의 100분의 100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입원환자 5인 이상 수용하는 의원, 치과의원 및 한의원에 있어 간호사 정원의 100분의 50이내'이다.
다시 말해, 병실 5인실 이상을 운영하는 의원급은 간호사 정원의 절반 이내를 간호조무사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25년 된 간호조무사 고시, 5인실 이상 의원 간호사 정원 50% 인정
의료법 시행규칙은 '의료기관에 두는 의료인 정원'(2010년 1월 개정)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간호사 정원은 '연평균 1일 입원환자를 2.5명으로 나눈 수(이 경우 소수점 반올림). 외래환자 12명은 입원환자 1명으로 환산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종합병원 기준으로 병원과 의원 모두 동일 적용한다.
쉽게 말해, 입원실을 운영하는 의원에서 입원환자가 1일 평균 10명이면 간호사 4명 또는 간호사 3명과 간호조무사 1명을 채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간호사 정원 기준, 연평균 1일 입원환자 2.5명…외래환자 12명
여기에 1일 평균 외래환자 30명 당 1명의 간호사를 채용해야 한다.
차등수가제 기준인 1일 외래환자 75명을 초과하는 의원은 병실이 없더라도 간호사 3명 또는 간호사 2명과 간호조무사 1명을 채용해야 하는 셈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의료법에 의거 1차 시정명령, 2차 업무정지 15일이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요양병원 간호사 정원은 '연 평균 1일 입원환자 6명마다 1명으로' 의원급 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
현재 의원급은 한마디로 '범법자'이다.
지역사회 개원의 대부분이 물리치료실과 더불어 5인실 이상 병실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간호 인력이다.
군과 읍면 등 소도시에서 의원 한 곳 당 간호조무사는 많아야 2~3명이다.
병실을 10병상 이상 운영하는 의원급도 간호조무사 5명을 넘기기 힘들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을까.
해당 지역의사회 원장들은 "간호사는 고사하고 간호조무사 구하기 조치 힘들다"면서 "급여를 인상하고 숙식까지 제공해 간신히 채용해도 얼마 안가 대도시로 이직하는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원장들 "간호조무사조차 구하기 힘들다…이미 사문화된 법"
이 같은 현상은 비단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상도 지역 외과 원장은 "병실을 운영하면서 간호인력 기준을 맞추는 의원은 극히 일부"라면서 "20여년이 지난 과거 고시를 잣대로 의료인 정원을 맞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병실을 운영 중인 강원도 지역 의원 원장도 "간호사를 채용하지 않는 게 아니라 구해도 안 온다"고 전하고 "보건소가 지역 의료계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사문화된 의료법을 명분으로 지도점검을 하겠다는 것은 성과주의와 길들이기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해당 지역의사회는 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등 백방으로 자문을 구했지만 돌아온 해답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허탈한 답변.
의사협회 관계자는 "수년 전 복지부와 의원급 간호인력 정원 문제를 비공식적으로 논의하다 중단한 적이 있다"면서 "의료현실과 동떨어진 법 규정은 복지부도 오래 전부터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복지부 반응은 의외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보건소가 왜 이런 분란을 만드는지 모르겠다"면서 "의료법에 규정한 의료인 정원 기준과 의료현실은 다르다. 병실 운영을 위해 투자한 의원에게 입원실을 없애라고 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도시 중소병원 대다수도 간호등급제 인력기준을 못 맞춰 신고조차 안하고 있다"면서 "보건소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정부는 원칙대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해당 시의사회는 의약단체와 연계해 지자체장을 설득해 지도점검 유예기간 5개월 말미를 받은 상태이다.
시의사회장은 "유예기간을 받아 한숨을 돌렸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면서 "종합병원과 병원, 의원 모두 노력을 하겠지만 간호인력 기준을 충족시킬지 의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도의사회 “보건소, 의료기관 길들이기…의료법 개정 시급”
해당 시도의사회 임원은 "보건소장이나 의약팀 공무원이 새로 오면 의료기관 길들이기 차원에서 의료법을 들이대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고 "이를 적용하면 전국 의원급 80% 이상이 범법자이다. 외래환자와 입원환자 기준으로 간호사 수를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일한 해결책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이다. 하지만 간호협회 반발과 국회 눈치보기로 그동안 쉬쉬하고 넘어갔다"면서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나 공론화시킬 경우 여파가 크다는 점에서 답답할 뿐이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해당 보건소 입장은 단호하다.
담당 공무원은 "의료기관 사정과 입장을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주민 건강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의료기관도 간호인력 충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의료기관과 최대한 협의해 진행하겠다"며 사실상 지도점검 고수 입장을 내비쳤다.
사문화된 의료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의료인 정원 기준으로 전국 2만 5000여개 의원급 대다수가 보건소 한 마디에 복지부동 자세를 취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2015년 한국 의료계 현실이다.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해당 보건소는 지난 2월 '2015년도 의·약무 관련업소 지도점검 계획 알림 및 자율점검표 제출 요청' 제목으로 병원과 의원 및 약국 등 471개소에 공문을 발송하고 3월 중 자율점검표를 제출한 것을 요구했다.
보건소는 의료기관 및 의약품 등 판매업소, 의료업소, 의료기기판매업소 정기적 지도 검점을 통해 부정 의료행위를 예방하는 동시에 의약품 유통질서를 확립해 건전하고 신뢰받는 의료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도점검 취지를 설명했다.
일상적인 점검으로 생각하고 무심코 공문을 읽은 원장들은 '멘붕'에 빠졌다.
주요 점검 내용에 '의료인 수 배치 적정여부'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보건소에 문의한 결과, 의료법에 명시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 적정 배치 여부를 분기별 병의원을 나눠 중점 점검해 위반 의료기관은 행정처분 하겠다는 것이다.
병의원이 긴장하는 이유는 간호인력 기준 준수 여부이다.
현 의료법 시행규칙에 포함된 '간호조무사 정원에 관한 고시'(1990년 3월 제정)에는 '입원환자 5인 미만 또는 외래환자만 치료하는 의원, 치과의원 및 한의원에 있어 간호사 정원의 100분의 100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입원환자 5인 이상 수용하는 의원, 치과의원 및 한의원에 있어 간호사 정원의 100분의 50이내'이다.
다시 말해, 병실 5인실 이상을 운영하는 의원급은 간호사 정원의 절반 이내를 간호조무사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25년 된 간호조무사 고시, 5인실 이상 의원 간호사 정원 50% 인정
의료법 시행규칙은 '의료기관에 두는 의료인 정원'(2010년 1월 개정)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간호사 정원은 '연평균 1일 입원환자를 2.5명으로 나눈 수(이 경우 소수점 반올림). 외래환자 12명은 입원환자 1명으로 환산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종합병원 기준으로 병원과 의원 모두 동일 적용한다.
쉽게 말해, 입원실을 운영하는 의원에서 입원환자가 1일 평균 10명이면 간호사 4명 또는 간호사 3명과 간호조무사 1명을 채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간호사 정원 기준, 연평균 1일 입원환자 2.5명…외래환자 12명
여기에 1일 평균 외래환자 30명 당 1명의 간호사를 채용해야 한다.
차등수가제 기준인 1일 외래환자 75명을 초과하는 의원은 병실이 없더라도 간호사 3명 또는 간호사 2명과 간호조무사 1명을 채용해야 하는 셈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의료법에 의거 1차 시정명령, 2차 업무정지 15일이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요양병원 간호사 정원은 '연 평균 1일 입원환자 6명마다 1명으로' 의원급 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
현재 의원급은 한마디로 '범법자'이다.
지역사회 개원의 대부분이 물리치료실과 더불어 5인실 이상 병실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간호 인력이다.
군과 읍면 등 소도시에서 의원 한 곳 당 간호조무사는 많아야 2~3명이다.
병실을 10병상 이상 운영하는 의원급도 간호조무사 5명을 넘기기 힘들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을까.
해당 지역의사회 원장들은 "간호사는 고사하고 간호조무사 구하기 조치 힘들다"면서 "급여를 인상하고 숙식까지 제공해 간신히 채용해도 얼마 안가 대도시로 이직하는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원장들 "간호조무사조차 구하기 힘들다…이미 사문화된 법"
이 같은 현상은 비단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상도 지역 외과 원장은 "병실을 운영하면서 간호인력 기준을 맞추는 의원은 극히 일부"라면서 "20여년이 지난 과거 고시를 잣대로 의료인 정원을 맞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병실을 운영 중인 강원도 지역 의원 원장도 "간호사를 채용하지 않는 게 아니라 구해도 안 온다"고 전하고 "보건소가 지역 의료계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사문화된 의료법을 명분으로 지도점검을 하겠다는 것은 성과주의와 길들이기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해당 지역의사회는 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등 백방으로 자문을 구했지만 돌아온 해답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허탈한 답변.
의사협회 관계자는 "수년 전 복지부와 의원급 간호인력 정원 문제를 비공식적으로 논의하다 중단한 적이 있다"면서 "의료현실과 동떨어진 법 규정은 복지부도 오래 전부터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복지부 반응은 의외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보건소가 왜 이런 분란을 만드는지 모르겠다"면서 "의료법에 규정한 의료인 정원 기준과 의료현실은 다르다. 병실 운영을 위해 투자한 의원에게 입원실을 없애라고 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도시 중소병원 대다수도 간호등급제 인력기준을 못 맞춰 신고조차 안하고 있다"면서 "보건소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정부는 원칙대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해당 시의사회는 의약단체와 연계해 지자체장을 설득해 지도점검 유예기간 5개월 말미를 받은 상태이다.
시의사회장은 "유예기간을 받아 한숨을 돌렸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면서 "종합병원과 병원, 의원 모두 노력을 하겠지만 간호인력 기준을 충족시킬지 의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도의사회 “보건소, 의료기관 길들이기…의료법 개정 시급”
해당 시도의사회 임원은 "보건소장이나 의약팀 공무원이 새로 오면 의료기관 길들이기 차원에서 의료법을 들이대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고 "이를 적용하면 전국 의원급 80% 이상이 범법자이다. 외래환자와 입원환자 기준으로 간호사 수를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일한 해결책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이다. 하지만 간호협회 반발과 국회 눈치보기로 그동안 쉬쉬하고 넘어갔다"면서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나 공론화시킬 경우 여파가 크다는 점에서 답답할 뿐이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해당 보건소 입장은 단호하다.
담당 공무원은 "의료기관 사정과 입장을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주민 건강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의료기관도 간호인력 충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의료기관과 최대한 협의해 진행하겠다"며 사실상 지도점검 고수 입장을 내비쳤다.
사문화된 의료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의료인 정원 기준으로 전국 2만 5000여개 의원급 대다수가 보건소 한 마디에 복지부동 자세를 취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2015년 한국 의료계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