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자녀 기피하는 이율배반적 시민의식, 씁쓸하다"

발행날짜: 2015-06-17 05:39:00
  • 정해관 교수, 죽을 고비 넘긴 환자 배척하는 지역사회 아쉬워

"개인적으로 아내도 의사로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자녀가 학교에서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을 직접 경험하면서 씁쓸했다."

16일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역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사우디아라비아 메르스 전문가 초청특강에서 사회를 맡은 정해관 교수(역학회 부회장)는 특강 후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의료인 기피현상을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정해관 교수
그는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과 그 가족들은 최근 사회적 기피현상을 경험했을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에 따르면 다수의 의료인들이 (메르스와 관련된) 모 병원에서 근무한다는 얘기를 하는 순간 개인적인 모임에서 '그만 나오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심지어 해당 의료진의 자녀는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얘기를 듣거나 학교에 가서도 친구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그는 "교사들에게 여러 학부모가 '의사 자녀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는 얘기에 상당히 씁쓸했다"며 "이처럼 지역사회의 이율배반적 모습도 사회가 함께 안고 가야하는 문제라고 본다"고 했다.

또한 그는 메르스 치료를 받고 퇴원한 환자들이 사회에 복귀했을 때 받을 정신적 충격을 세월호 당시의 정신적 외상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사실, 슈퍼 전파자라는 단어는 없다. 이는 낙인효과로 누군가에겐 정신적 충격을 주는 말이다"라며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살아서 퇴원했더니 어느 순간 범죄자 이상의 취급을 받는 존재가 돼 있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메르스를 전파한 범죄자(?)의 가족이 겪는 사회적 외면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OO번 환자였다는 것을 알아볼까봐 피해의식이 크다"면서 "지역사회가 이들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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