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지식은 부족하지만 수사는 전문가"

발행날짜: 2015-07-22 05:38:28
  • 서울경찰청 의료수사팀 강윤석 팀장

최근 한국에 유학을 온 중국 대학생이 낙태수술 중 뇌사상태에 빠졌고, 경찰은 수술을 했던 산부인과 의사를 구속했다.

이번 수사의 뒤에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수사팀이 있었다. 지난 3월 발족한 이후 첫 구속 사례다.

지난해 10월 일어난 가수 신해철 씨 사망 사건은 서울지방경찰청 조직에 변화를 갖고 왔다. 의료사고 전담 수사팀이 생긴 것.

의료수사팀은 의료현장 경험이 있는 검시 조사관 한 명과 7명의 수사관이 3개 조로 나누어져 활동하고 있다. 중심에는 강윤석 팀장(52, 경감)이 있다.

강윤석 팀장
27년 차 베테랑 형사인 강윤석 팀장은 20여년 전 초보 형사 시절 겪었던 의료사고의 찜찜함을 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의료수사팀 지원자를 모집할 때 망설임 없이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노산인 산모가 자연분만 후 회복 중 급격히 혈압이 떨어지면서 사망했습니다. 유족이 병원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할 정도로 분노가 컸었죠. 처음 맡은 의료사고다 보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결국에는 의료진 혐의 없음으로 끝났지만 지금 정도의 자리에 있다면 조금 더 정확한 진실에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강 팀장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접수된 의료사고는 연평균 140여 건이며, 이 중 사망 사건이 30여건을 차지한다. 의료수사팀 발족 후 4개월여 동안 의료사고 민원 상담은 30여건, 이 중 과실이 아닌 사건은 18~19건이다. 의료수사팀은 현재 낙태수술 사건을 포함해 총 4건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의료수사팀이 처음 생길 때만 해도 외부의 시선은 따가웠다. '의학적 전문성' 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경찰 조사를 받는 의사들도 '얼마나 알겠어'하는 눈빛을 보내올 때가 있다고 강 팀장은 말했다.

그러나 강 팀장은 수사에 있어서 만큼은 전문가라고 자부한다.

부족한 의학 지식 습득을 위해 수사연수원 내 의료사고 수사 과목을 들으며 의학용어사전을 늘 옆에다 두고 있다. 관련 판례 연구는 기본.

"의학적 지식은 부족하지만 수사는 프로입니다. 의료수사팀 막내도 7~8년차 경력의 프로입니다. 검시관 역시 간호장교 출신으로 간호대 석사학위을 받은 전문가입니다. 의료지식을 묻는 게 아니라 의료진이 잘못한 것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진료기록 허위 기재, 거짓 진술은 금방 밝혀낼 수 있습니다. 수사는 우리가 베테랑입니다."

그는 의료수사팀이 오히려 의료인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순기능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신고 들어오는 의료사고 중 70~80%가 과실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사고일 뿐이죠. 수사팀은 최선을 다해 환자 및 보호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고 합니다. 진료 차트도 분석하는 등 과학적으로 이해시켜줍니다. 환자 및 보호자 측은 시원하게 답해주는 곳이 없었다며 오히려 고마워합니다. 그렇게 의료진에 대한 분노의 마음이 사그라 드는 거죠."

실제 서울경찰청이 의료수사팀을 신설한 후 타 지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 강윤석 팀장에 따르면 인천지방경찰청에도 의료사고 전담 수사팀이 생긴데다 광주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의료사고 70~80% "과실 아니다"…"진정성이 환자 마음 움직인다"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의료사고만 전담하면서 그가 느낀 점은 '의사들의 서비스 마인드 부족'.

"요즘 시대 의료는 서비스입니다. 서비스는 상대가 만족해야 합니다. 병만 잘 고쳐주면 됐지 그에 수반되는 자세한 설명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시대가 바뀐 만큼 의사의 서비스 마인드도 필수가 됐습니다.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그는 일례를 들었다. 수술 후 중환자실로 옮겨지면 환자 보호자는 답답한 마음에 간호사, 의사에게 질문을 한다. 이때 대다수 간호사의 대답은 "수술해서 그렇다"라는 답이다. 환자, 보호자 입장에서는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료 사고로 사람이 죽었습니다. 유족 입장에서는 당연히 마음이 아프고 힘들겠죠. 그러나 환자 사망 후 의사는 유족을 안 보려고 합니다. 서비스 마인드만 있다면 먼저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건넬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그는 병의원들이 외형 확장, 시설에만 신경 쓰지 말고 의료사고 대처를 위한 매뉴얼을 갖추고 관련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술이 아니라 인술이라는 말처럼, 의사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의사가 취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는 크게 번질 일을 작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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