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독감백신들, 효과 논하기 앞서 국내 역학부터"

손의식
발행날짜: 2015-09-09 05:28:10
  •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마상혁 과장

독감백신 풍년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다양한 백신이 국내에 선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국내 최초 4가 독감백신 '플루아릭스 테트라'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만 3세 이상 소아 및 성인에서 인플루엔자의 원인이 되는 A형 바이러스주 2종(A/H1N1, A/H3N2) 및 B형 바이러스주 2종(B-Victoria, B-Yamagata)을 모두 포함하는 백신이다. GSK는 인플루엔자로 인한 위험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네 가지 바이러스주를 포함하고 있는 플루아릭스 테트라가 예방 범위를 넓힘으로써 인플루엔자 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달 성인용으로는 국내 최초이자 소아청소년용으로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세포배양 방식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를 출시했다. 이 백신은 출시 2주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도즈를 돌파할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SK케미칼은 스카이셀플루가 세포배양 기술을 적용해 생산과정 전 공정에서 유정란을 사용하지 않았고, 무균 상태에서 배양돼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계란이나 항생제에 대한 과민반응이 있는 경우에도 좀 더 안심하고 접종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선 새로 출시된 백신들에 대한 효과는 임상시험의 결과만 가지고 논하는 것이므로 이 백신들이 기존의 백신들보다 월등히 부작용, 효과면에서 월등히 뛰어나다고 하는 것은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마상혁 과장으로부터 새로 출시된 독감 백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포배양 백신 등 그동안 국내에 없던 새로운 독감백신들이 등장했다. 어떻게 바라보는가.

세포배양 백신은 기존 유정란 백신이 가지고 있던 계란알러지 부작용이 줄일 수 있고, 생산시간, 생산에서 과정들을 표준화함으로써 백신 생산에서는 유리한 점은 있다.

다만 세포배양 백신이 유정란 백신에 비해 '월등히 우수할 것인가'에 대해선 앞으로 사용 후 조사를 면밀히 해야하므로 단언하기는 힘든 면이 있다. 지금 국내에 도입이 되는 백신의 경우 3상 임상자료를 바탕으로 한 항체형성효과와 부작용을 본 것인데 이는 대량으로 사용해보고 난 뒤에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다.

세포배양 백신에 대한 의료진들의 기대는 큰 것이 사실이지 않나.

유정란 백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있다는 측면에서 세포배양 백신으로 간다는 방향성은 맞다. 다만 비용 대비 효과도 무시할 순 없다.

개인적 입장에서 세포배양 백신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유정란 백신과 가격이 같으면서 부작용이 적어야 한다. 이 부분이 충족되면 당연히 세포배양 백신으로 가야한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게 되면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4가 독감 백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4가 백신의 효과에 대해선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은 미지수다.

현재 계절성 독감백신은 A형 2종, B형 1종의 3가 백신인데 4가는 B형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새로 추가된 B형으로 인해 효과가 있다고 하기 전에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B형 바이러스가 4가 백신이 가지고 있는 항원성과 일치하느냐가 미지수다.

따라서 해마다 국내에서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주의 항원성과 세계보건기구에서 독감 백신에 포함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주의 항원성이 일치하는지 보는 것도 중요하다. 독감 유행 시 백신 포함이 된 바이러스 주와 실제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항원성이 일치하지 않으면 백신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과연 B형을 하나 더 추가했을 때 효과가 있을 것인가에 대해 효과를 함부로 예단하긴 쉽지 않다.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부분이다. 국내에서 어떤 바이러스가 유행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 추가된 B형이 효과가 있다고 섣불리 이야기해선 안 된다.

정말로 효과를 입증하겠다면 상당수의 피험자를 모집해서 전향적인 연구를 통해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항체검사만 해서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백신은 국내 역학을 맞춰봐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 과정을 생략하고 마치 효과가 더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면 독감백신에 대한 올바른 접근은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 독감백신의 효과는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부분이다. 국내 역학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효과가 더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오히려 백신을 적절하게 보관하고 접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독감백신이 가지고 있는 성분을 논하기보다는 제대로 보관하고 접종원칙에 맞게 접종하고 있는 지가 더 핵심이다. 개원가는 물론 심지어 대학병원들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 개원가도 대학병원도 독감백신 접종을 쉽게 생각하다보니 접종원칙을 지키는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독감 백신 접종시기가 되면 일부의 기관에서 하루에 수천명씩 접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원칙으로 지키면서 접종을 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백신 접종 후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면이 있으며, 특히 이상 반응이 발생했을 때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백신 보관과 접종에 대한 관리가 중요한데 관리 감독이 허술하다.

독감은 해마다 유행을 한다. 그런데 학교의 경우 아파도 학교에 오라고 한다. 독감이 걸려 열이 펄펄나도 야간자습까지 다마치고 집에 가라는 것이 현실이다. 독감이 유행해도 중앙정부는 독감이 유행한다는 보도자료를 내는 정도이고, 지방정부나 교육당국 차원에서 독감의 유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거의 없다.

해마다 유행하는 독감에 대해 방역당국과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감염병은 국가의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므로 감염병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접종시기도 감안해야 한다. 최근 독감의 유행은 12월말에 유행이 시작돼 다음해 4~5월까지 유행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유행양상을 감안하면 독감 백신 접종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유는 독감 백신은 접종 후 6개월이 지나면 항체값이 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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