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병원들, 1인 1개소법 시행 이후 뒤틀린 병원 운영 불가피
#1. A의료법인 의료기관은 얼마 전부터 법인 이사직에 인근 마트 사장을 영입했다. 그동안 병원에 식자재를 공급해온 것이 인연이 됐다. 심지어 우유 및 요구르크를 납품하는 대리점 사장을 법인 이사로 영입한 의료법인도 있다. 의사를 제외한 이사가 없다보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
#2. B의료법인 대표원장은 자신과 결혼한 이후 30년 가까이 가정주부로 살아온 자신의 부인에게 이사직을 맡겼다. 병원 운영에 대해서 수십년간 병원을 지켜온 대표원장이 잘 알고 있지만 의료법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들 의료법인은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의료법인의 뒤틀린 운영 뒤에는 일명 유디치과법으로 불리는 1인 1개소법이 있었다.
과거 의료법인 이사진은 대부분 의사 출신이 맡아왔다. 개원의, 병원장 등 병원 운영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이사를 영입해야 병원 운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1인 1개소법 시행 이후 의사 출신 이사 영입이 불가능해졌다.
개원의 혹은 병원장 및 이사진이 한개 이상의 의료기관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위의 사례처럼 황당한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의료법 제33조 제8항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할 수 없다'라며 의료기관 중복개설 및 운영을 금지했을 때만 해도 의료법인들은 일부 네트워크 의원의 얘기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2013년 4월, 법제처 유권해석을 통해 의료법인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다수 의료법인 운영의 차질이 본격화됐다.
한 의료법인 이사장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 보건분야 대학교수를 이사로 모셨는데 총장 승인을 받느라 3개월 이상 걸렸다"면서 "그러니 상당수 의료법인이 주먹구구식으로 이사진을 구성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양승조 의원의 대표발의로 시행 중인 1인 1개소법의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의료법인 운영에 의료 비전문가가 대거 유입되면서 향후 병원 운영까지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의료재단연합회 김철준 정책위원장은 "일명 유디치과법은 의원급 네트워크의원을 타깃으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법안 문구를 마련, 시행하는 과정에서 범위가 확대되면서 의료법인 운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의료가 상업화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이 법의 취지인데 막상 의료법인의 운영을 망가뜨리는 법으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중복개설 및 운영이 불가하다는 부분에서 운영을 제외한 중복개설이 불가하다고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