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병원도 3차병원에 목매야 하는 게 현실

발행날짜: 2015-11-02 05:12:00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 중인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시립병원의 본분을 잊고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시립병원의 설립 취지가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보다 보라매병원 의료진이 잘 알고 있을 터.

게다가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간호등급제는 물론 의료기관 평가인증 등 까다로운 규정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임직원은 물론 의료진도 시립병원인 지금은 오히려 편할 수 있다.

이를 모를리 없는 그들은 왜 3차병원 지정을 원하게 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 첫번째 이유는 시립병원에 대한 낙후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것이고 두번째는 대형병원 중심으로 돌아가는 의료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생존전략이다.

보라매병원은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대거 포진, 상당한 의료 질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병원은 시간과 노력,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은 '시립병원'이라는 이유로 상급종합병원 의료수준에 못 미친다고 평가하기 일쑤. 돈이 없어도 대학병원에서 치료받고 죽어야 후회가 없다는 국민정서상 시립병원의 경쟁력은 한계가 있다.

또한 의료제도는 어떤가. 당장 최근 병원계가 주목하는 의료질평가지원금은 상급종합병원일수록, 대형병원일수록 더 많은 지원금이 돌아가는 식이다.

보라매병원 또한 선택진료 의사가 상당 수 있지만 의료질향상분담금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차라리 조금만 더 노력해서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받고 그에 따른 보상을 제대로 받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형병원 중심으로 돌아가는 의료제도, 빅5병원 등 대학병원을 선호하는 환자들… 그 이외 의료기관은 인정받지도 정부 지원도 미흡한 의료현실.

의료 질도 높고 총 진료비 수준도 3차병원에 뒤지지 않는 병원이 단지 '시립병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지금의 의료 정책방향이 과연 맞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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