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충남대병원 6인실 제외…의원급과 경쟁 접었다"

이창진
발행날짜: 2015-11-16 05:15:51
  • 김봉옥 원장, 내년 500병상 착공 "작지만 최상급 명품병원 목표"

충남대병원 김봉옥 원장.
"규모는 작지만 최상급을 목표로 세종시에 건립하는 충남대병원을 통해 우리나라 다인실 문화를 바꿔 나가겠다."

충남대병원 김봉옥 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 연세의대 78년 졸업)은 의료계 이목이 집중된 세종시 충남대병원 신축 계획안을 공개하면서 향후 운영방안을 이같이 밝혔다.

김봉옥 원장은 최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세종시는 향후 50만 인구 증가가 예상되며 의료가 가장 큰 문제"라면서 "부지 매입은 이미 끝낸 상태로 내년 상반기 중 입찰을 통해 기공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세종시 병원 건립을 놓고 서울대병원과 샅바 싸움 끝에 충남대병원이 최종 낙점됐다.

김봉옥 원장은 "세종 충남대병원은 2018년 말 500병상으로 규모는 작지만 최상 수준으로 할 방침"이라면서 "현재 진행 중인 기본 설계에서 6인실은 제외했다"며 파격적인 병상 계획안을 공개했다.

김 원장은 "4인실은 6인실의 단점인 가운데 병상을 싫어하는 환자와 보호자의 정서를 고려했고, 공간도 넓혀 포괄간호서비스 병상이 되더라도 보호자들에게 충분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바람이 있다면 준공할 때쯤 2인실도 보험이 됐으면 한다"며 환자들의 정서적인 면을 고려한 병실 문화 전환을 예고했다.

그렇다면 세종시 충남대병원의 진료 전략은 무엇일까.

김봉옥 원장은 세종시 주민 연령대와 직업에 초점을 둔 맞춤 의료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김 원장은 "세종시는 노인층과 젊은 부부가 주를 이루며 중간층이 거의 없다. 현재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특화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공무원들의 스트레스를 감안해 수면클리닉 등 서울에서 할 수 없는 작지만 첨단치료를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혈관센터와 감염병센터, 외상센터 등은 상징성과 시급성을 요구하는 분야인 만큼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추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남대병원 야경 모습.
병원 신축에 따른 의료진 수급은 당연한 현안이다.

김봉옥 원장은 "현 국립대병원 교원 제도 개선을 마련하고 있다. 급여체계를 자유롭게 해 출신대학과 무관한 실력 있는 의료진을 영입할 것"이라면서 "최근 선발된 교수들이 세종시에 집을 사고 있다. 깃발을 어떻게 날리느냐에 따라 좋은 인재가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숨은 전략은 의료진 자녀의 육아 문제이다.

김 원장은 "미국은 24시간 직장어린이집을 누가 빨리 만드느냐에 따라 좋은 인재가 온다, 사람들이 모일만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여건을 유연하게 만들어 좋은 의료진을 채용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시 중소 병의원이 우려하는 환자 싹쓸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며 못 박았다.

김봉옥 원장은 "세종시 의원급이 50여개로 늘어나면서 세종 충남대병원 부설 의원은 건강검진 등 모든 경쟁을 접었다. 안과가 없어 안과만 들어갔고, 응급환자에 대비해 응급의학과를 본원에서 파견 근무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달했다.

김 원장은 "충남대병원은 우리의 존재 이유를 확실히 알고 있다. 다른 곳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면서 "감기환자를 돌려보내기는 어렵지만 경증환자 진료를 안 하는 방식을 충분히 생각하고 있다. 현재도 잡음이 안 나오고 있다"며 의원급과 엄격한 역할구분을 강조했다.

수도권 환자 쏠림 현상 해소를 위해선 환자들과의 신뢰 형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봉옥 원장은 "의료전달체계가 잘 돼서 이상적으로 가면 모르겠지만 지역 환자들을 못 가게 막을 수 없다. 충남대병원 환자들이 부족하지 않다. 올 사람은 온다"고 전하고 "중요한 것은 서울 갔다가 왔을 때 미안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오히려 갔다 오면 충성도가 100%이다"며 지역 환자들과 신뢰를 역설했다.

불법 리베이트 근절책도 임기 중 추진한 역점 사항 중 하나다.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18년 완공될 500병상 규모의 세종 충남대병원 조감도 모습.
김봉옥 원장은 "지난 2년간 전문의약품 입찰에서 적어도 3개 이상 생산하면 모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처음에는 난리난다고 하더니 지금은 도매상들도 신선하게 보고 있다"면서 "의료장비 구매 방법도 많이 바꿔야 한다. 의공학과 의료진을 확대해 구매방법과 수리방법 등 객관적인 눈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원장은 "원장과 보직자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으면 보직에 들어오지 못 한다"면서 "요새 유행하는 윤리적 권위처럼 윤리적으로 자신이 있으면 권위가 나오고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봉옥 원장은 1988년 충남대병원 재활의학과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한국여자의사회 국제이사와 재활의학회 회장을 거쳐 2013년 11월부터 충남대병원 병원장, 2015년 5월부터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등 한국 의료계를 움직이는 여의사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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