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뇌사자의 췌도를 이식하는 방법으로 당뇨병을 완치시키는데 성공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례없는 최초 사례다.

특히 연구진은 면역억제제 없이도 개나 고양이와 같은 동물의 췌도를 이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 주목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췌도이식팀(내분비내과 윤건호·이승환·양혜경· 외과 홍태호 · 영상의학과 최병길 교수)은 뇌사자 췌도 이식으로 당뇨병 완치에 성공했따고 23일 밝혔다.

대상 환자는 30년전 제1형 당뇨병을 진단받아 하루 4회 인슐린을 주사하고 하루 7회 이상 혈당을 측정하며 지내던 박찬홍 씨.

박 씨는 철저한 관리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저혈당 및 저혈당 무감지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2008년부터 췌도이식을 위해 대기하던 중이었다.

이식팀은 지난 11월 11일 뇌사자의 기증 췌장에서 이식에 적합한 고순도 췌도를 분리해 환자의 간문맥 내로 이식을 진행했다.

환자는 동종췌도 단독이식 후 합병증 없이 퇴원하였으며 기존에 사용하던 인슐린(하루 총 30~50단위)을 모두 중단하고도 정상 혈당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췌도 이식 후 인슐린을 모두 중단하기 위해서는 2~4회의 반복이식이 필요하나 이번처럼 하나의 기증 췌장에서 분리된 췌도를 1대1로 이식해 인슐린을 중단한 것은 최초 사례다.

현재 당뇨병 치료를 위한 이식은 주로 환자 자신의 세포에서 이식하는 자가췌도이식이나 다른 사람 췌도를 받는 동종췌도이식을 시행해 왔지만 췌도만을 단독으로 이식하는 동종췌도 단독이식은 드물었다.

하지만 서울성모병원 선도형 면역질 환융합연구 사업단(사업단장 양철우)과 세포치료센터(센터장 조석구)가 췌도이식 및 이식법 개선을 위한 다학제간 연구를 지속하면서 드디어 당뇨 완치의 꿈을 이뤄냈다.

특히 연구진은 면역억제제와 장기 부족의 한계를 국복할 수 있는 동물 췌도 캡슐이식 기술개발에도 성공하는 쾌거를 거뒀다.

동물의 췌도 세포를 면역보호막으로 둘러싸 이식하는 연구를 통해 기존의 캡슐에 비해 생체적합성이 높은 캡슐을 개발하는데 성공한 것.

췌도이식 시 발생할 수 있는 거부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췌도를 캡슐안에 탑재하여 이식 췌도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면역보호막으로 둘러싸 기존 췌도이식과 달리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기능을 갖춘 키토산-알긴산 캡슐을 제작해 쥐와 비글견에 이식 후 1년 이상 관찰했다.

그 결과 돼지의 췌도를 분리해 당뇨병이 유발된 쥐에 이종캡슐화췌도 이식결과 면역억제제 없이도 1년 이상 정상 혈당을 유지했다.

또한 당뇨병이 유발된 비글견에 캡슐 동종 췌도를 이식한 결과 총 3마리의 비글견에서 이식 후 최장 231일까지 인슐린 없이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당뇨병 중동물 모델에서 이식 후 인슐린 없이 유지시킨 기록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긴 기간.

또한 이식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복강 내를 관찰하자 캡슐이 주변 조직에 유착되지 않고 자유롭게 복강내에 떠다니는 것을 확인해 생체적합성의 우수성도 재확인했다.

이렇게 우수한 생체적합성을 보이는 캡슐을 췌도이식에 사용하게 되면 당뇨병 환자가 면역억제제 없이도 이식 받을 수 있다.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는 "췌도이식 환자는 다른 장기이식 환자와 달리 산정특례 혜택 및 면역억제제 급여 처방이 안돼 환자의 비용 부담이 큰 문제로 대두돼 왔다"며 "분리된 췌도를 이용해 다양한 종류의 이식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해외와는 달리 숭고한 뜻으로 기증받은 췌도를 수량이 적다는 이유로 전량 폐기하고 있는 실정인 것도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여 장기 부족과 면역억제제 부작용으로 동종 췌도 이식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속에 이러한 기술이 개발돼 의미가 있다"며 "당뇨병과의 싸움에 지친 환자들에게 복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