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으로 형성된 의사의 감, 어떤 프로세서보다 정교"

김홍식
발행날짜: 2016-02-03 12:10:27
  • 김홍식 원장 "IT 데이터로 인간 생명 다룬다? 오만한 발상"

|칼럼|"경험으로 형성된 의사의 감, 어떤 프로세서보다 정교하다"
부산 배산클리닉내과의원 김홍식 원장


부산 배산클리닉내과의원 김홍식 원장.
삼성전자가 생체신호를 디지털로 전환해 전송까지 하나의 칩으로 할 수 있는 프로세서를 개발했다고 한달 전 발표 했다.

인체로부터 체지방, 골격근량, 심박수, 심전도, 스트레스상태의 신호를 받아 디지털신호로 전환하여 전송하는 과정을 하나의 프로세스에 담았는데 앞으로 의복에 센서를 넣어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수준으로 개발할 것이라 한다. 예를들어 여자 브래지어 속에 센서를 넣어 유방암을 조기 진단한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을 뛰어넘어 세상이 달라지고 있으니 그런 세상이 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만하다.

하지만 아무리 첨단 프로세서로 무장해 인체 이상을 모니터링 한다 해도 질병관리에는 한계가 있다. 보다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IT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체의 변화와 질병 발생을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환자가 내는 신호와 질병 사이에는 일정한 공식이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험과 변수들을 프로세스에 기억시킨다 해도 그런 데이터로 인간의 생명을 다룰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인체와 질병에 대한 오만이라 생각된다.

오랫동안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소위 '감(feeling)'이란 것이 있다. 그 feeling은 계수화 할수 없는 것으로 환자에서 나오는 체취로부터 안색과 발언 심지어 눈빛까지 뭔가 심각한 상황임을 암시하는 느낌이 있다.

그 느낌을 진찰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행위로 조금더 확신을 더하고 최종적으로 임상 및 영상검사 그리고 직접 조직을 채취하고 병소를 눈으로 확인하며 확실한 진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나의 feeling은 의료 선각자들이 정리해둔 이론을 기초로 내가 직접 수만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에 형성되는 것이라 이것을 프로세스에 모두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백번 양보해도 여기저기 의복이며 장치마다 센서를 집어넣으면 인간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 또한 엄청나서 효율성이 없는 것도 자명하다. 내가 강조하는 것은 어떤 첨단 장치도 의사인 나의 feeling과 환자 대면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 통하는 신호와 정보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환자의 고통을 안스러워 하는 의사라면 더욱 원격이 환자를 좌지우지 하는 것에 반발할 것이다. 원격기기들은 환자 고통에 대한 연민이 있을 수 없다. 환자 관리에서 현상이나 증상 못지않게 환자 고통에 대한 연민의 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이 '원격'을 산업화하여 돈을 벌겠다는 발상은 이해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원격 장사를 위해 '의료'를 재단하려하는 발상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것은 십수년을 의학에만 증진한 의사들을 모독하는 것이며 펌하하는 것이다.

원격이 의료의 질서를 깨지 않는다면 마다할 수 없겠지만 원격으로 의료환경을 뒤엎어 무질서하게 만들면서까지 장사를 해야겠다는 발상에는 극하게 반대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발상에는 근본적으로 국민 건강은 안중에 없기 때문이다.

의료에 대해 무지한 자들은 원격이 의료에 도입되는 것이 좋지 않은가하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 일을 해본 당사자들은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이고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하는 짓인지 금방 알수 있는 것이다.

원격의료가 도입된다고 의사인 나의 경제사정이 나빠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미 나는 환갑을 바라보는 노의로 경제적인 문제로 의료정책을 왈가왈부할 나이는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 도입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평생 해왔던 의료행위가 돈벌이 목적으로 재단되어 의사의 자존감을 훼손하고 환자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여 반대하는 것이다.

원격은 장점을 살려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의료인 간의 소통으로 활용하는 것이 정답이다. 전면적으로 의사와 환자에게 원격을 개방하는 것은 큰 재앙을 부른다.

국민 건강 수호의 측면에서 보면 삼성전자가 바이오프로세스를 발전시켜 돈벌이에 나서려 하기 보다 의사의 자존심을 살려줘 열심히 진료하게 하는 것이 국민 건강으로 보면 훨씬 유리하다. 의사의 경험으로 형성된 feeling이 인간이 개발한 어떤 프로세스보다 정교하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원격으로 의료의 본질을 바꾸고 의사의 자존심을 뭉개는 것은 국가적인 손해일 뿐이다.


※본 칼럼은 김홍식 원장의 동의 하에 게재됐으며 내용은 메디칼타임즈의 편집방향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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