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사 획 그은 세브란스…건축사에도 큰 족적 남겼다"

발행날짜: 2016-04-09 05:00:50
  • 제중원 131주년 맞아 집중 연구…"근대 병원 모델의 시초"

국내 의학사의 주축이 되는 세브란스병원이 우리나라의 건축사에도 큰 영향을 줬다는 의견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건물이면서 근대 병원 건축의 시초라는 점에서 세브란스병원의 변천사가 국내 건축사에서 갖는 의미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군산대 사회환경디자인공학부 송석기 교수는 8일 연세의료원에서 개최된 제중원 131주년 기념 및 스코필드 박사 내한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세브란스병원의 건축사적 의미를 설명했다.

송 교수의 건축사 연구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은 제중원에서 시작해 새 병원이 필요했던 에비슨과 건축비용을 기부한 세브란스, 병원 건축물을 설계한 고든에 의해 국내 최초 근대병원으로 1904년 문을 열었다.

세브란스병원이 위치한 숭례문 밖 복숭아골은 대로에서 가까워 진입이 편리했고 전체적인 부지의 서쪽에 건물을 지어 향후 확장에 대비했다.

또한 대로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언덕에 설립해 병원이자 선교 시설로서 기념비의 역할을 하게 했다.

이후 확장기에 접어든 세브란스병원은 세브란스 연합 의학교를 설립하게 되는데 이 또한 근대 건축사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된다.

세브란스병원이 높은 언덕에 위치해 상징성을 확보했다면 의학교는 남대문로에 붙여 지어 새롭게 형성되는 도심 가로 경관의 중심축 역할을 하게 했다.

이후 세브란스 신 병실을 병원과 의학교 사이에 배치시키면서 세 건물 모두 한곳으로 연결되는 기능적인 구조를 갖추게 된다.

송 교수는 "당시 세브란스병원은 기존 어떤 건물에도 없었던 자동차 진출입로를 설립하는 등 근대 병원 건축물의 모델이 됐다"며 "또한 병원과 의학교, 신병실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도시 경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신축되는 치과진료소와 기초의학교실 등은 근대 병원 건축 형식의 고도화를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1920년대 이전의 병원 건축이 도시 경관과 가로 경관에 대한 상징성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의료기술의 고도화에 따른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들이 동원됐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신병실과 치과진료소 등은 연결 통로를 통한 효율적인 동선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20세기 초까지 병원 건축 형식의 주류였던 분동형 배치에서 벗어나게 된다.

송석기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은 병원과 병실, 의학교를 비롯해 부속시설 위치까지 세밀하게 구성한 우리나라 메디칼컴플렉스의 시초"라며 "고밀도로 집적화된 본격적인 종합병원 건축의 시대를 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한국 전쟁으로 건물이 대부분 파괴되고 퇴계로 공사로 병원 영역이 분할되면서 이에 대한 자료와 연구가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추후 세브란스병원을 중심으로 한국 근대 의료 공간 변화에 대한 입체적인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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