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예과 학생의 조금 특별한 연수기㉑

이영민
발행날짜: 2016-09-21 09:59:59
  • 의대생뉴스2기 필진 한림의대 의학과 1학년 이영민

가까운 듯 멀었던, 콜롬비아 보고타 2부

금 박물관에는 실제로 보고타 주변에서 발견된 금 유물들이 한 자리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렇게 전시된 층수만도 세 층이나 될 만큼 볼거리가 다양했다.

금 유물만으로 이렇게 박물관을 꽉 채울 수 있다니 어쩌면 이곳이 예전의 유럽 탐험가들이 찾아 헤매던 엘도라도가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면서도 저 돌덩이 하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유혹거리가 되어 저 돌덩이를 차지하기 위해 예전에 많은 원주민들이 죽어나갔던 원흉이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프기도 하였다.

박물관 지하에는 보고타 시내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후안 발데즈(Juan Valdez)라고 하는 콜롬비아의 유명 커피전문점이 있었다.

필자는 이곳에서 콜롬비아 현지에서 콜롬비아 커피를 처음 접했는데, 첫 맛은 씁쓸하긴 하지만 뒷 향이 긴 콜롬비아 특유의 커피의 향을 느낄 수 있었다.

콜롬비아는 이 후안 발데즈라는 커피 브랜드가 꽉 잡고 있는 터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도 필자가 갔을 당시 콜롬비아에 첫 번째 매장을 연 지는 채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었다.

잠시 금 박물관을 나와서 골목 모퉁이를 조금만 돌다보면 콜롬비아의 유명한 화가, 보테로의 미술박물관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보테로의 기여로 열게 된 이 미술관은 과장된 인체의 비율이나 뚱뚱한 모습으로 풍자를 보여주는 보테르의 작품들과 더불어 세계의 유명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두고 있으며 무료로 관람객들에게 개방된다.

특히 가장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모나리자를 차용하여 뚱뚱하게 그린 그림이 있는데 사진과 같이 품위 있던 모나리자를 우스꽝스럽게 재현하여 보테르의 독특한 예술관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미술관을 빠져나와 거리를 5분정도 걷다보면 보고타에서 가장 넓은 광장과 바로 뒤편으로 위치한 대통령궁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보고타의 교통체제는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처럼 지하철이 있지는 않지만 버스정류장 입구를 한국의 지하철역같이 모든 버스정거장마다 개찰구를 만들어놔서 흡사 버스정거장이 우리나라의 지하철역이랑 유사하게 보인다.

그런 만큼 노선도 복잡하여 잠시만 한 눈 팔아도 행선지가 다른 버스를 타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행선지를 물어보기 위해 서툰 스페인어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은데 그 반응이 극과 극 형태를 띠고 있다.

소수의 무뚝뚝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필자가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콜롬비아가 위험한 나라라는 인식을 바꾸려고 과도한 친절을 베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이런 과도한 친절의 의도를 의심하게 되는 상황에도 종종 직면했지만, 역시 콜롬비아도 사람 사는 곳이라 대부분 만난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었고 신기하게도 보고타를 떠나는 날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한국어를 말하는 10대 콜롬비아 여대생을 만나 한류에 대한 이야기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중에 한국에 꼭 한 번 오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그 대학생이 먼저 내렸는데, 새삼 한류의 열기가 남미까지 왔다는 사실이 놀랍게 다가왔다.

콜롬비아의 2박 3일은 비록 짧긴 했지만, 색다름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처음 도착 때에는 심리적 거리감이 있었지만, 남미가 어떤 곳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콜롬비아. 그 짧은 배낭여행을 뒤로하고, 이제는 잉카 문명의 발상지인 페루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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