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도 몰라도 당하는 삭감 답답해서 내가 팠다"

발행날짜: 2016-09-29 05:00:57
  • '삭감제로' 펴낸 경남의사회 박양동 회장 "노하우 집대성"

"세상 모든 의사들은 진료에만 전념하고 싶어하죠. 하지만 그에 반해 규제는 너무 많아요. 제발 더 이상 선의의 피해를 입는 동료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펜을 잡게 됐어요."

현직 의사회장이 건강보험에 대한 책자를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실제 의사들이 당하고 있는 상황과 이에 대한 대처법을 담은 실무 지침서 '삭감 제로'다.

수많은 규제에 답답해 하다 스스로 책을 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경상남도의사회 박양동 회장. 그가 그렇게 펜을 잡게 된 이유는 뭘까.

"의사가 진료에만 전념할 수 없는 불합리한 상황이 점점 더 가중되고 있어요. 그래서 만든 것이 진료환경개선특별위원회죠. 이 책은 그 경험을 압축하고 압축한 요약본이라고 보시면 되요."

실제로 경남의사회는 지난 2012년 위원회를 발족하고 진료비 심사와 삭감, 실사에 대한 회원들의 고충을 공유하며 대책을 강구해왔다.

5년간 쌓여진 사례만도 이미 수백가지. 급여와 삭감 뿐 아니라 비급여와 임의 비급여, 환수사례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그만큼 그 내용들은 의료계의 흑역사다.

박 회장은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실제 우리 동료들이 청구와 삭감으로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게 됐다"며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하고도 복잡한 심사지침으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더이상 선의의 피해를 입는 회원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내게 됐다"며 "이 책으로 삭감을 모두 막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삭감에 대한 감을 잡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주요 삭감 사례는 물론, 삭감에 대처하는 방법과 검사료, 마취료, 진단료, 주사료 등 항목별로 급여 청구 방법과 삭감 사례를 풀어내고 있다.

단순한 보험급여에 대한 총론이 아닌 직접 현장에 가서 경험한 실제 의사들의 경험이 고스란이 녹아있는 셈이다.

박양동 회장은 "추리고 추려도 1000페이지가 넘어가는 방대한 자료들을 최대한 압축해 어떻게든 회원들이 보기 편하게 정리하려 노력했다"며 "급여 기준을 포함해 그동안 축적된 삭감과 환수 사례, 대응 요령을 중심으로 정리한 만큼 대책없이 당하는 상황을 막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실 삭감과 환수, 현지확인이나 조사를 경험하지 않은 의사는 거의 없다고 본다"며 "적어도 이 책을 한번이라도 읽어본다면 당황해서 넋놓고 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책을 정리하면서 그는 정부에도 바라는 바가 많아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한 사안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책을 내며 그러한 쓴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적어도 바뀔 것은 바뀌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박 회장은 "각종 불합리한 제도와 고시, 심사지침은 동료들이 각자 대응하기 너무나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이러한 부분에 대한 근본적 해결없이는 최선의 진료란 먼나라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각종 고시의 수정과 보완, 전달 방안에 대한 효율적 대안과 현실에 맞지 않는 자격정지, 업무정지에 대한 합리적 기준이 시급하다"며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행위를 제공하고도 오히려 돈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을 바꾸지 않고서는 그 어떤 제도와 정책도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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