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핵심공약 적정수가 "사탕발림인가, 실현가능한가"

이창진
발행날짜: 2017-05-22 05:01:59
  • 적정 개념 동상이몽, 근거연구 필요…의료계 "저수가 인정, 공약이행 시급"

|초점|문재인 정부, 적정부담-적정수가 공약 짚어보기

의료계 최대 현안인 '적정부담-적정수가-적정급여'가 문재인 정부에서 실현될 수 있을까.

의료계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보건의료 공약인 '적정부담-적정수가'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입발린 사탕에 불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동네의원 활성화 등 일차의료 강화와 중소병원 역할 재검토와 대형병원 외래진료 축소 등 의료전달체계 재정립과 양극화 해소 그리고 보건의료산업 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 등을 실현하기 위해선 적정부담-적정수가가 전제돼야 한다.

모든 보건의료 정책이 그렇듯 의료생태계 핵심인 병의원 협조 없이는 갈등과 파열음으로 이어지고 정권의 위기 상태를 야기할 수 있다.

새 정부가 약속한 '저부담-저수가 체계'의 '적정부담-적정수가 체계 전환' 의미는 무엇일까.

문재인 정부 "적정수가 공약은 적정급여 직결, 의사 전문성 인정"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 핵심 공약인 적정부담-적정수가에 의료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모든 요양기관들이 건강보험과 당연지정제 등 단일 체계에서 가입자와 공급자 모두 저부담과 저수가로 건강보험을 지금껏 끌고 왔다.

즉, 국민들은 선진국에 비해 적은 건강보험료를 내고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았으며, 의료기관은 낮은 수가 한계에서 빈도를 늘려가며 경영 위기를 극복했다는 의미다.

이를 '적정부담-적정수가' 전환은 의료계에서 부르짖던 적정급여와 직결된다.

교과서적 진료만으로 직원들의 인건비 걱정을 하지 않은, 심사평가원 삭감이 아닌 전문가 가치를 인정하는 '의사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나라'의 시작인 셈이다.

핵심은 '적정부담-적정수가' 개념이다.

보험료 인상인 적정부담과 환산지수 인상인 적정수가 각각 얼마가 적당한가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전 민주연구원장은 지난 4월 25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주최 대선 후보 초청 정책토론회에서 "보험 혜택이 올라가면 보험료가 오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건강보험처럼 부담과 혜택 관계가 명확한 경우 보험료 인상이 비교적 수월하다"면서 "문제는 보험료 인상이 이뤄져도 비급여로 인해 보장률이 반드시 올라간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익 전 원장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전제, 2~3년 연구 후 시행"

현 정부 보건복지 공약을 집대성한 김용익 전 민주연구원장은 4월 25일 복지부 기자협의회 정책토론회에서 적정부담-적정수가 이행을 위한 방안을 설명했다.
그는 "적정부담-적정수가 이행을 위해서는 건강보험이 모든 의료서비스를 포함해야 한다. 여기에 급여가 다 포함된다면 얼마 수가를 반영해야 하며, 보험료 부과는 어느 정도가 될지 상당한 연구가 필요하다. 보험 설계를 다시 하는 정도의 노력이다. 새 정부에서 최소 2~3년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했다.

여당 보건의료 공약을 집대성한 김용익 전 원장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경제성 평가 기반 사후통제)를 전제로 '적정부담-적정수가'가 가능하며, 실제 시행까지 2~3년 연구가 필요하다며 문재인 정부 내 시행에 방점을 찍었다.

보건의료계 생각은 어떨까.

복지부 관료 출신으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이며 저수가 주장을 비판해 온 연세대 정형선 교수는 "가입자와 공급자, 정부 모두 동상이몽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형선 교수는 "적정부담과 적정수가는 개념이 모호한 듣기 좋은 소리에 불과하다. 지불방식을 비롯한 현 건강보험 체계 구조개선을 병행해야 가능하다"면서 "갈등 요인인 적정급여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도 쉽지 않은 문제"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정형선 교수 "적정수가, 듣기 좋은 소리"-김소윤 교수 "중장기 연구 바람직"

연세의대 김소윤 교수도 "적정부담-적정수가 공약을 단기간에 시행하긴 거의 불가능하다. '적정' 개념을 명확히 하고, 수가 인상에 필요한 환자안전 등 가입자의 질 향상 등 세부방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전하고 "현 정부에서 기반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단계별 연구를 진행시켜 가입자와 공급자, 정부 모두 합의할 수 있는 적정부담-적정수가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저수가를 인정하고 적정수가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복지부가 제2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시 제시한 수술과 처치 등의 원가에 못미치는 보상률 모식도.
적정부담-적정수가에 기대감이 높은 의사들을 설득해야 하는 의료단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현 정부가 저부담-저수가 등 현 건강보험 체계의 한계를 인정한 만큼 빠른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적정부담-적정수가 공약을 내놓고도 눈치보기와 시간끌기로 일관한다면 공약이행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적정부담-적정수가 공약의 빠른 이행을 촉구했다.

실행방안을 고민 중인 보건복지부 입장에서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복지부 "내과계 등 보험과 시범사업 등 다양한 실행 방안 검토"

한 공무원은 "여당 보건의료 핵심 공약인 만큼 적정부담-적정수가를 국정과제로 실천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적정수가 도출을 위해 내과계 등 보험 진료과 중심의 시범사업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복지부는 현 정부의 보건의료 공약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실행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는 "인수위원회가 없는 만큼 공약 실행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신임 장관이 임명돼야 청와대와 복지부 등의 명확한 입장을 맞춰가며 구체적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의 최대 현안은 '적정부담-적정수가'로 구체적 실행방안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하느냐에 따라 향후 5년 간 보건의료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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