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성형외과의 세계…박성우의 '성형외과노트'[1]
프롤로그
Q 1 우리 인생이나 운명에서 외모가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중요하다 (86%).
Q 2 남성이 취직할 때 외모 때문에 자주 실패한다면 성형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할 수 있다 (65%).
Q 3 여성이 결혼을 위해 성형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할 수 있다 (66%).
강남의 번화가에는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이 행인들을 지켜본다. 보는 이를 직시하는 시선, 자신감 있는 표정과 몸짓, 자극적인 문구까지. 이제는 익숙한 풍경, 성형외과 광고다.
숨겨야만 했던 성형수술 고백은 더 이상 연예인들을 괴롭히지 않는다. 당당하게 '성형 고백'을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고 휴식기를 가진 배우의 얼굴에 일어나는 작은 변화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남성 역시 성형외과 광고에 빈번하게 등장하며, 성형외과 개원가(2015년)에는 중학생들이 수술 상담을 받으러 온다고 할 정도이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성형수술은 무슨 의미일까. 한국의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2015년 )에서 60퍼센트 이상의 응답자가 사회적 필요에 따라 성형수술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성형'이란 단어는 복합적인 감정을 일으킨다. 한편에는 한류, 의료 수출, 그리고 번듯한 성형외과의 모습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자아내고, 다른 한편에는 과대 광고, 허위 광고,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 이야기가 불편한 사회 이면을 반영한다. 성형수술로 외모가 ' 업그레이드' 된 연예인에 감탄하면서 동시에 헐뜯는 대중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 는 당시 성형 열풍을 반영한다. 2005년, 내가 의과대학을 입학하던 때에는 성형수술이 연일 사회적 이슈였고 종합병원에서도 소위 '피안성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중이었다.
그 후로 10년의 세월이 흘러 성형외과 수련을 마쳤다. 종합병원에서 수행하는 성형외과 진료와 일반 개원가의 성형외과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종합병원에서 수련을 받아도 대다수의 성형외과 전문의는 거친 개원가에서 살아남아야만 하고 나조차도 그 경계에 서 있다.
학술대회나 사석에서 만난 개원가 선배들 모두 상황이 갈수록 안 좋아진다고 말하며 전공의들을 걱정했다. 찢어진 상처를 꿰매고 욕창 드레싱을 하며 암 환자 재건을 했던 레지던트에게는 요원한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성형수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은 성형외과 전공의로 4년간 수련하면서 숱하게 받았다. 의사들 중에 자신의 진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원론적인 질문을 받는 의사는 성형외과밖에 없을 것이다. 정석인진 모르지만, 자신의 자존감을 위한 성형수술은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성형 중독은 좋지 않다는 게 나의 대답이었다.
수련기간 동안 마주쳤던 수많은 환자들이 성형외과를 바로 보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선천성 안면기형 때문에 괴로웠던 아이들을 수술 후 밝은 모습으로 외래에서 만났을 때, 유방암 제거 수술 후 10년 동안 수영장을 못 가던 아주머니가 재건수술 이후 여름휴가를 잘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전했을 때는 뿌듯했다.
미용 수술도 마찬가지였다. 주걱턱으로 심한 콤플렉스가 있던 어린 환자가 양악 수술 후 활짝 웃으며 회사 면접을 잘 봤다고 했을 때도 성형의 위력을 실감했다.
반대로 성형 중독으로 여러 개원가 병원을 거쳐 마지막으로 종합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보았다. 미국 성형외과 교과서에는 미용 수술을 하는 환자 중에는 7~15퍼센트가 신체추형장애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며, "언제 아니라고 해야 하는가" 라는 꼭지가 미용 챕터 첫 장에 나올 정도이다.
성형 중독 환자들을 상담하는 교수님 뒤에서 무분별한 성형수술이 왜 위험한지 절실히 깨닫기도 했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이 무분별하게 성형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안타까웠고 때로는 이에 분노하기도 했다. 뇌 수술을 받을 때면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아가고 심장 수술을 받으려면 흉부외과 전문의를 찾지만, 정작 성형수술을 받을 때는 성형외과 전문의를 찾지 않는 현실.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허황된 광고나 저렴한 가격에 끌려 소위 '~의원 진료과목: 피부과, 성형외과' 식의 간판이 붙은 병원을 찾아서는 안 된다. 성형수술은 성형외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단순히 자격의 문제가 아니라 말도 안 되는 부작용과 그에 따른 대응법, 고난도의 수술에 참여하며 얻은 경험적 지식은 크기 때문이다. 성형수술에 대한 사회 인식은 10년 사이 크게 변했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성형수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안정된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매체로 손쉽게 접하는 성형수술 정보와 수술에 대한 보다 자연스러운 관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성형외과 의사로서의 인식과 대중들의 인식에는 간극이 있고 편견도 존재한다.
이 글은 그러한 간극을 좁히고 편견을 없애고자 시작했다. 전문의가 바라보는 성형외과의 진실, 지금부터 들어가 보자.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Q 1 우리 인생이나 운명에서 외모가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중요하다 (86%).
Q 2 남성이 취직할 때 외모 때문에 자주 실패한다면 성형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할 수 있다 (65%).
Q 3 여성이 결혼을 위해 성형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할 수 있다 (66%).
강남의 번화가에는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이 행인들을 지켜본다. 보는 이를 직시하는 시선, 자신감 있는 표정과 몸짓, 자극적인 문구까지. 이제는 익숙한 풍경, 성형외과 광고다.
숨겨야만 했던 성형수술 고백은 더 이상 연예인들을 괴롭히지 않는다. 당당하게 '성형 고백'을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고 휴식기를 가진 배우의 얼굴에 일어나는 작은 변화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남성 역시 성형외과 광고에 빈번하게 등장하며, 성형외과 개원가(2015년)에는 중학생들이 수술 상담을 받으러 온다고 할 정도이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성형수술은 무슨 의미일까. 한국의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2015년 )에서 60퍼센트 이상의 응답자가 사회적 필요에 따라 성형수술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성형'이란 단어는 복합적인 감정을 일으킨다. 한편에는 한류, 의료 수출, 그리고 번듯한 성형외과의 모습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자아내고, 다른 한편에는 과대 광고, 허위 광고,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 이야기가 불편한 사회 이면을 반영한다. 성형수술로 외모가 ' 업그레이드' 된 연예인에 감탄하면서 동시에 헐뜯는 대중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 는 당시 성형 열풍을 반영한다. 2005년, 내가 의과대학을 입학하던 때에는 성형수술이 연일 사회적 이슈였고 종합병원에서도 소위 '피안성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중이었다.
그 후로 10년의 세월이 흘러 성형외과 수련을 마쳤다. 종합병원에서 수행하는 성형외과 진료와 일반 개원가의 성형외과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종합병원에서 수련을 받아도 대다수의 성형외과 전문의는 거친 개원가에서 살아남아야만 하고 나조차도 그 경계에 서 있다.
학술대회나 사석에서 만난 개원가 선배들 모두 상황이 갈수록 안 좋아진다고 말하며 전공의들을 걱정했다. 찢어진 상처를 꿰매고 욕창 드레싱을 하며 암 환자 재건을 했던 레지던트에게는 요원한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성형수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은 성형외과 전공의로 4년간 수련하면서 숱하게 받았다. 의사들 중에 자신의 진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원론적인 질문을 받는 의사는 성형외과밖에 없을 것이다. 정석인진 모르지만, 자신의 자존감을 위한 성형수술은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성형 중독은 좋지 않다는 게 나의 대답이었다.
수련기간 동안 마주쳤던 수많은 환자들이 성형외과를 바로 보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선천성 안면기형 때문에 괴로웠던 아이들을 수술 후 밝은 모습으로 외래에서 만났을 때, 유방암 제거 수술 후 10년 동안 수영장을 못 가던 아주머니가 재건수술 이후 여름휴가를 잘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전했을 때는 뿌듯했다.
미용 수술도 마찬가지였다. 주걱턱으로 심한 콤플렉스가 있던 어린 환자가 양악 수술 후 활짝 웃으며 회사 면접을 잘 봤다고 했을 때도 성형의 위력을 실감했다.
반대로 성형 중독으로 여러 개원가 병원을 거쳐 마지막으로 종합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보았다. 미국 성형외과 교과서에는 미용 수술을 하는 환자 중에는 7~15퍼센트가 신체추형장애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며, "언제 아니라고 해야 하는가" 라는 꼭지가 미용 챕터 첫 장에 나올 정도이다.
성형 중독 환자들을 상담하는 교수님 뒤에서 무분별한 성형수술이 왜 위험한지 절실히 깨닫기도 했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이 무분별하게 성형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안타까웠고 때로는 이에 분노하기도 했다. 뇌 수술을 받을 때면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아가고 심장 수술을 받으려면 흉부외과 전문의를 찾지만, 정작 성형수술을 받을 때는 성형외과 전문의를 찾지 않는 현실.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허황된 광고나 저렴한 가격에 끌려 소위 '~의원 진료과목: 피부과, 성형외과' 식의 간판이 붙은 병원을 찾아서는 안 된다. 성형수술은 성형외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단순히 자격의 문제가 아니라 말도 안 되는 부작용과 그에 따른 대응법, 고난도의 수술에 참여하며 얻은 경험적 지식은 크기 때문이다. 성형수술에 대한 사회 인식은 10년 사이 크게 변했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성형수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안정된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매체로 손쉽게 접하는 성형수술 정보와 수술에 대한 보다 자연스러운 관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성형외과 의사로서의 인식과 대중들의 인식에는 간극이 있고 편견도 존재한다.
이 글은 그러한 간극을 좁히고 편견을 없애고자 시작했다. 전문의가 바라보는 성형외과의 진실, 지금부터 들어가 보자.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