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대학병원 '응급실 과밀화 개선책' 둘러싼 두 시선

발행날짜: 2017-09-18 12:00:59
  • 새로운 시도에 기대감 높은 반면 일각선 미봉책 일뿐 한계점 제시

수년 째 국정감사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대형 대학병원의 응급실 과밀화 현상이 사라질 수 있을까.

최근 응급실 과밀화를 개선하기 위한 대형 대학병원의 파격적인 투자와 시스템 개선에 눈길을 끌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정부의 '수가 개선' 정책이 먹혀들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일각에선 대형 대학병원으로의 쏠림이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응급실만 개선하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응급실, 수가 개선으로 투자해볼 만한 가치 부여"

최근 서울대병원 응급실의 전담교수 시스템 도입 및 대대적인 응급전용 중환자실 확장에 이어 세브란스병원의 기존 응급실 규모의 2.2배를 확장한 사각형 응급실 도입까지.

대형 대학병원이 응급실 과밀화 개선에 돈을 쏟아 부을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수가 정책이 깔려있었다.

복지부는 지난 2015년 건정심에서 '응급의료 수가 개선안'을 통해 응급실에서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가 진료했을 때 기존 1만 7900원에서 3만 5800원의 진찰료를 산정했다.

또 응급전용 중환자실 관리료를 산정해 예비병상 확보에 필요한 비용을 보전하고, 응급환자를 24시간 이내 수술하면 건강보험 급여의 50%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중증응급환자에 대해 외래 본인부담률을 적용했던 것을 입원 본인부담률을 적용, 환자 부담을 경감시켜 문턱을 낮췄다.

게다가 최근에는 전문의 진찰료 및 협진료 산정을 전문과목별 혹은 횟수 등 제한까지 풀면서 전문의가 진료하는 만큼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로 전환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윤한덕 센터장은 "응급환자일수록 고난이도 의학기술을 필요로 하는 만큼 전문의 진료가 필수적"이라면서 "최근 서울대병원 등 대형 대학병원의 시도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응급실에 전문의를 투입, 응급환자에 대한 프로세스가 빨라지면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고 환자를 진료하는 만큼 해당 의료기관에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 수가 정책을 개선한 것이 이들 의료기관이 변화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즉, 과거 '응급실=적자 제조기'라는 수식어에서 탈피해 대형 대학병원이 응급실에 투자할 만한 여건을 만들어줬다는 얘기다.

"응급실 과밀화 개선 한계있다…대형병원 환자 쏠림 가속화될 것"

하지만 의료 현장의 의료진들은 최근 파격적인 시도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과연 근본적인 대책인가' '과연 과밀화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졌다.

서울권 권역응급센터인 이대목동병원 한철 성인응급실장은 "전문의를 투입해 프로세스를 개선하면 과밀화 해소에 도움은 되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응급실 병상 수를 늘린다는 얘기는 결국 환자를 더 대형병원으로 쏠리게 될 것"이라면서 "응급전용 중환자실을 크게 확장했지만 2~3개월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의 말인 즉, 서울대병원 응급실 내원환자가 4만명에서 6만명으로 늘어날 뿐 응급실 과밀화는 또 다시 반복되고, 환자 쏠림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 응급의학회 이사장을 지낸 충남대병원 유인술 교수 또한 "결국 응급실 과밀화의 원인은 병실 부족인 만큼 응급실만 개선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입원환자 우선순위를 개선하고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봤다.

초진부터 전문의를 투입하고 응급실 규모를 확장하면 응급환자 진료를 3~4시간 단축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보다 강력하게 병원별 역할(경증환자는 권역센터 진료 제한 등)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서울대병원 혈종내과 허대석 교수는 최근 과밀화가 개선된 것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응급환자의 재방문률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평가를 통해 응급실 체류시간을 줄일 것을 강요하면서 중증응급환자가 아닌 경우 전원율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에 따른 환자 불만과 더불어 재방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을 생각해볼 일"이라고 전했다.

이대목동 한철 응급실장은 "현재의 시스템은 결국 대형-지역병원을 경쟁하게 만드는 구조로 양측의 병원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평가를 통해 병원을 압박해서는 각자도생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윤한덕 센터장은 "최근 대형병원의 변화 이후 실제로 체류시간이 감소하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지금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단 응급환자를 전문의가 직접 진료하는 등 파격적인 시도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일부 서울대병원 환자 쏠림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국립대병원의 역할 중 하나가 '응급의료' 강화인 만큼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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