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폐암약 타그리소 급여, 팩트 체크 필요하다

원종혁
발행날짜: 2017-12-14 05:00:44
"후보님, 팩트(사실)만 가지고 얘기하시지요."

박전 대통령 탄핵 후 치뤄진 올해 대선 후보자 토론 과정에서 유행처럼 번진 말이다. 각종 의혹과 추측들이 난무하면서, 되려 팩트보다 정설처럼 받아들여지는 우려의 상황들이 연출됐다.

식약처 허가 1년 반만인, 지난 5일부터 급여 적용이 시작된 3세대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오시머티닙)'의 등재 과정도 비슷했다.

제약사와 공단간 이견의 골이 깊어지면서 3차까지 이어진 약가협상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수많은 썰과 추측들을 쏟아냈다. 여차하면 한국 시장에서 타그리소가 빠진다는 그럴듯한 소문까지 나돌았다.

더욱이 타그리소보다 일찌감치 약가협상을 마친 국산신약 한미약품의 '올리타(올무티닙)'의 낮은 약가가 알려지면서 형평성에 대한 의혹까지 증폭된 것이다.

그런데, 의약품의 허가나 급여를 놓고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팩트는 다른 게 아니다. 현대의학사가 근거중심 의학으로 대변되듯 임상근거가 빠진 팩트는, 정점에 설 수 없는 이유다.

타그리소와 올리타 급여 이슈에서 부인 할 수 없는 팩트들은 몇 가지가 있다.

2015년까지 게피티닙 및 얼로티닙, 아파티닙 등 1, 2세대 표적항암제(EGFR-TKI)들을 사용하다가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는 마땅한 치료 옵션이 없었다.

이들 획득 내성 환자의 60%가 T790M 돌연변이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으로 등장한게 3세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와 올리타였다.

하지만 등장 이후의 행보는 엇갈렸다. 글로벌 3상임상을 순차적으로 끝마친 타그리소와 2상임상으로 신속허가를 받은 올리타의 임상근거에, 국제 암 가이드라인은 상반된 입장을 취한 것이다.

국내를 비롯 전세계 암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참조하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나 유럽임상종양학회(ESMO) 등 올해 가이드라인의 변화를 살펴보면, 1차 치료후 T790M 돌연변이 내성이 생긴 해당 환자에는 2차 이상 치료제로 유일하게 타그리소를 강력 권고(카테고리 1)하고 있다.

또 내년도 NCCN 가이드라인 첫 번째 업데이트 버젼에서는, 해당 비소세포폐암 중 뇌전이가 진행된 환자에는 타그리소를 추천하고 나섰다.

국내 학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국산 혁신신약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다를게 없다"면서도 "(가이드라인 등재 여부와 관련) 올리타의 경우 2상임상 확장연구 발표 이외에 정확한 피어리뷰(peer review)를 거친 공식적으로 게재된 논문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국제학회에 발표(presentation)된 데이터는 있지만, 가이드라인 반영에 필수적인 공식적인 게재(publication) 논문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이제 이들 3세대 폐암표적항암제의 급여권 처방이 시작됐다. 막 출사표를 타그리소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인 환자가 대거 등록된 임상 근거나 뇌전이 환자에서의 치료 혜택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아직 풀어야 할 과제는 있다. 급여 적응증에 포함된 T790M 돌연변이 환자를 걸러내는 '혈액 진단검사법'의 경우 식약처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으로 부터 최근 신의료기술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급여가 확대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생검과 혈액생검을 효율적으로 상호보완할 수 있는 내성 진단 검사법의 급여 숙제가 남아있는 것. 많은 이슈를 낳고 급여권 첫발을 뗀 3세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의 처방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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