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전공의 3800명 설문조사…주 80시간 이상 늪 여전
전국 수련병원 중 원광대 산본병원은 성, 언어, 신체 폭력이 하나도 없는 병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들은 각종 폭력 중 언어폭력에 크게 시달리고 있었다.
전공의법이 본격 시행된 가운데 근무시간이 점차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80시간 이상 근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대형병원일수록 근무시간은 길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해 9월 29일부터 10월 31일까지 한 달여 동안 전국 65개 수련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 3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 전국 수련병원 수련환경평가 설문조사' 결과를 28일 공개했다.
설문조사 참여 인원은 전체 전공의의 30%에 달하는 숫자다. 설문조사 분석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려대 통계연구소가 맡았다.
대전협은 병원을 전공의 수를 고려해 ▲100명 이내 전공의 수련병원 15곳 ▲100~200명 미만 전공의 수련병원 30곳 ▲200명 이상 전공의 수련병원 16곳 ▲단일병원 500명 이상 전공의 수련병원 4곳 등으로 나눴다.
◆전공의 10명 중 4명 '언어폭력' 시달린다
대전협은 지난 한 해 전공의 폭행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만큼 전공의가 성, 언어, 신체 폭행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에 대해서 조사했다.
각 그룹별로 1위와 최하위를 기록한 병원을 놓고 보면 100~200명 미만 그룹에 있는 원광대산본병원이 각종 폭력에서 가장 자유로웠다. 원광대산본병원은 특히 성폭력이나 신체 폭행이 없는 병원은 존재했지만 언어 폭력이 없는 병원이기도 했다.
분당제생병원, 경상대병원 전공의 2~3명은 희롱이나 추행을 포함한 성 관련 문제를 겪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을지대병원 전공의 10명 중 4명(40%)은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건국대 충주병원 역시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30.8%에 달했다.
전공의들은 특히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원광대 산본병원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20% 이상은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영남대병원은 73%의 전공의 언어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했으며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이대목동병원,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은 각각 63%, 64%, 61%가 언어폭력 경험이 있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도 절반에 가까운 45%가 언어폭력을 당해봤다고 답했다.
◆주 평균 근무시간 85시간…경북대병원 109시간
주 80시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전공의법이 일선 현장에 본격 적용됐지만 이를 충족하기에는 요원해 보인다. 물론 총 평균 근무시간이 91.8시간이었던 2016년 조사 결과보다는 6.8시간 줄었다.
경북대병원은 109시간으로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가장 많았고 분당제생병원 107시간, 신촌세브란스병원 101시간 순으로 나타났다.
주당 근무시간이 가장 낮은 수련병원은 충북대병원으로 충북대병원이었으며 원자력 병원 67시간, 이대목동병원 71시간을 기록했다.
주 80시간 미만 병원은 65곳 중 원광대 산본병원, 국립안센터,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원자력병원, 강북삼성병원, 충북대병원, 순천향대 서울병원, 동아대병원,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동국대 일산병원, 을지대병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경희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16곳에 불과했다.
전공의 숫자가 500명 이상인 빅 4 병원은 82.8시간을 기록한 서울대병원이 그나마 평균 근무시간이 낮았다.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는 전공의의 업무 중 수련과 관련 없는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약 15% 내외였다. 특히 국립중앙의료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한양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은 수련과 관련 없는 업무 비중이 21~22%로 평균을 웃돌았다.
대전협은 "주 80시간 제한 시행이 불과 두 달 남은 시기에 설문조사를 진행했음에도 수련시간이 지켜지는 병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일부 대형병원조차도 주당 근무시간 100시간을 넘기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무시간의 양적 감소에도 수련과 관계없는 업무가 근무시간의 20%나 차지하면 수련환경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적절한 교육과 참여 기회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수련환경의 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토록 열 일하는 전공의들의 연봉과 당직비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65개 수련병원 중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의 평균 연봉(세후 기준)이 4683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삼성서울병원이 4552만원, 가천대 길병원이 4526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봉이 가장 적은 곳은 분당제생병원 3509만원이었다. 동아대병원 3636만원, 한양대병원 3695만원으로 최하위를 다투고 있었다.
평일 당직비는 가톨릭중앙의료원과 삼성서울병원이 13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분당제생병원과 경희대병원은 1만원 수준으로 가장 낮았다.
◆전공의 1인당 담당환자 수 41.8명 "환자안전에 영향"
최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신생아 연쇄 사망, 권역외상센터 인력난 문제가 화두에 오르면서 전공의와 간호사의 '1인당 환자 수 제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주치의 전공의가 당직 근무를 할 때 담당 환자 수는 전공의 1인당 평균 41.8명에 달했고 300명이 넘는다고 응답한 전공의도 있었다.
정규 근무 시 주치의를 맡았을 때 입원 환자 수는 메리놀병원이 4.3명으로 가장 적었고 광주보훈병원이 32.7명으로 가장 많았다.
당직 근무를 할 때는 담당 입원 환자 수가 더 늘어나는데 제주대병원이 13.3명으로 가장 적었고 전북대병원은 90.8명, 분당제생병원은 81.7명에 달했다. 전공의 숫자가 500명 이상인 빅 4 병원에서는 전공의 1명이 담당해야 할 환자 수가 가장 적은 곳이 서울대병원인데 49.6명이나 됐다. 가장 많은 곳은 세브란스병원으로 69.5명이었다.
대전협은 "전공의의 누적된 피로, 불충분한 수면, 과도한 업무 역시 담당하는 환자 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전공의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제한하는 등 환자 안전과 수련의 질을 개선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전협은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해 병원 규모 별로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100명 이내 그룹에서는 원광대 산본병원이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분당제생병원 점수가 가장 낮았다.
100~200명 미만 병원 중에서는 서울의료원이 최고점, 원주세브란스병원이 최저점, 200명 이상 수련병원 중에서는 건국대병원이 최고, 인하대병원이 최저점을 받았다. 빅4 병원 중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이 가장 높은 점수를, 세브란스병원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근무 만족도 등 전공의의 주관적 만족도를 점수화했을 때는 순위가 바뀌었다. 하지만 분당제생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의 만족도도 가장 낮았다.
100명 이내 그룹에서는 제주대병원이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100~200명 미만 병원 중에서는 강북삼성병원이 최고점, 영남대병원이 최저점이었다.
200명 이상 수련병원 중에서는 가천대 길병원이 최고, 한양대병원이 최저점을 받았다. 빅4 병원 중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의 만족도 점수가 가장 높았다.
대전협 안치현 회장은 "전공의법 시행 후 첫 번째 피드백"이라며 "수련환경 개선 방안은 명확하다. 전공의 임금을 수련병원에서 부담하면 병원은 자연스럽게 전공의를 피교육자가 아닌 근로자로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이 이뤄진다면 수련기관의 부담을 줄이고 전공의도 피교육자로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통해 수련기관에 확실한 상벌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설문조사 결과는 '닥터브릿지.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공의법이 본격 시행된 가운데 근무시간이 점차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80시간 이상 근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대형병원일수록 근무시간은 길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해 9월 29일부터 10월 31일까지 한 달여 동안 전국 65개 수련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 3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 전국 수련병원 수련환경평가 설문조사' 결과를 28일 공개했다.
설문조사 참여 인원은 전체 전공의의 30%에 달하는 숫자다. 설문조사 분석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려대 통계연구소가 맡았다.
대전협은 병원을 전공의 수를 고려해 ▲100명 이내 전공의 수련병원 15곳 ▲100~200명 미만 전공의 수련병원 30곳 ▲200명 이상 전공의 수련병원 16곳 ▲단일병원 500명 이상 전공의 수련병원 4곳 등으로 나눴다.
◆전공의 10명 중 4명 '언어폭력' 시달린다
대전협은 지난 한 해 전공의 폭행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만큼 전공의가 성, 언어, 신체 폭행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에 대해서 조사했다.
각 그룹별로 1위와 최하위를 기록한 병원을 놓고 보면 100~200명 미만 그룹에 있는 원광대산본병원이 각종 폭력에서 가장 자유로웠다. 원광대산본병원은 특히 성폭력이나 신체 폭행이 없는 병원은 존재했지만 언어 폭력이 없는 병원이기도 했다.
분당제생병원, 경상대병원 전공의 2~3명은 희롱이나 추행을 포함한 성 관련 문제를 겪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을지대병원 전공의 10명 중 4명(40%)은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건국대 충주병원 역시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30.8%에 달했다.
전공의들은 특히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원광대 산본병원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20% 이상은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영남대병원은 73%의 전공의 언어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했으며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이대목동병원,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은 각각 63%, 64%, 61%가 언어폭력 경험이 있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도 절반에 가까운 45%가 언어폭력을 당해봤다고 답했다.
◆주 평균 근무시간 85시간…경북대병원 109시간
주 80시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전공의법이 일선 현장에 본격 적용됐지만 이를 충족하기에는 요원해 보인다. 물론 총 평균 근무시간이 91.8시간이었던 2016년 조사 결과보다는 6.8시간 줄었다.
경북대병원은 109시간으로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가장 많았고 분당제생병원 107시간, 신촌세브란스병원 101시간 순으로 나타났다.
주당 근무시간이 가장 낮은 수련병원은 충북대병원으로 충북대병원이었으며 원자력 병원 67시간, 이대목동병원 71시간을 기록했다.
주 80시간 미만 병원은 65곳 중 원광대 산본병원, 국립안센터,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원자력병원, 강북삼성병원, 충북대병원, 순천향대 서울병원, 동아대병원,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동국대 일산병원, 을지대병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경희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16곳에 불과했다.
전공의 숫자가 500명 이상인 빅 4 병원은 82.8시간을 기록한 서울대병원이 그나마 평균 근무시간이 낮았다.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는 전공의의 업무 중 수련과 관련 없는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약 15% 내외였다. 특히 국립중앙의료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한양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은 수련과 관련 없는 업무 비중이 21~22%로 평균을 웃돌았다.
대전협은 "주 80시간 제한 시행이 불과 두 달 남은 시기에 설문조사를 진행했음에도 수련시간이 지켜지는 병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일부 대형병원조차도 주당 근무시간 100시간을 넘기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무시간의 양적 감소에도 수련과 관계없는 업무가 근무시간의 20%나 차지하면 수련환경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적절한 교육과 참여 기회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수련환경의 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토록 열 일하는 전공의들의 연봉과 당직비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65개 수련병원 중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의 평균 연봉(세후 기준)이 4683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삼성서울병원이 4552만원, 가천대 길병원이 4526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봉이 가장 적은 곳은 분당제생병원 3509만원이었다. 동아대병원 3636만원, 한양대병원 3695만원으로 최하위를 다투고 있었다.
평일 당직비는 가톨릭중앙의료원과 삼성서울병원이 13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분당제생병원과 경희대병원은 1만원 수준으로 가장 낮았다.
◆전공의 1인당 담당환자 수 41.8명 "환자안전에 영향"
최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신생아 연쇄 사망, 권역외상센터 인력난 문제가 화두에 오르면서 전공의와 간호사의 '1인당 환자 수 제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주치의 전공의가 당직 근무를 할 때 담당 환자 수는 전공의 1인당 평균 41.8명에 달했고 300명이 넘는다고 응답한 전공의도 있었다.
정규 근무 시 주치의를 맡았을 때 입원 환자 수는 메리놀병원이 4.3명으로 가장 적었고 광주보훈병원이 32.7명으로 가장 많았다.
당직 근무를 할 때는 담당 입원 환자 수가 더 늘어나는데 제주대병원이 13.3명으로 가장 적었고 전북대병원은 90.8명, 분당제생병원은 81.7명에 달했다. 전공의 숫자가 500명 이상인 빅 4 병원에서는 전공의 1명이 담당해야 할 환자 수가 가장 적은 곳이 서울대병원인데 49.6명이나 됐다. 가장 많은 곳은 세브란스병원으로 69.5명이었다.
대전협은 "전공의의 누적된 피로, 불충분한 수면, 과도한 업무 역시 담당하는 환자 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전공의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제한하는 등 환자 안전과 수련의 질을 개선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전협은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해 병원 규모 별로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100명 이내 그룹에서는 원광대 산본병원이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분당제생병원 점수가 가장 낮았다.
100~200명 미만 병원 중에서는 서울의료원이 최고점, 원주세브란스병원이 최저점, 200명 이상 수련병원 중에서는 건국대병원이 최고, 인하대병원이 최저점을 받았다. 빅4 병원 중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이 가장 높은 점수를, 세브란스병원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근무 만족도 등 전공의의 주관적 만족도를 점수화했을 때는 순위가 바뀌었다. 하지만 분당제생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의 만족도도 가장 낮았다.
100명 이내 그룹에서는 제주대병원이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100~200명 미만 병원 중에서는 강북삼성병원이 최고점, 영남대병원이 최저점이었다.
200명 이상 수련병원 중에서는 가천대 길병원이 최고, 한양대병원이 최저점을 받았다. 빅4 병원 중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의 만족도 점수가 가장 높았다.
대전협 안치현 회장은 "전공의법 시행 후 첫 번째 피드백"이라며 "수련환경 개선 방안은 명확하다. 전공의 임금을 수련병원에서 부담하면 병원은 자연스럽게 전공의를 피교육자가 아닌 근로자로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이 이뤄진다면 수련기관의 부담을 줄이고 전공의도 피교육자로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통해 수련기관에 확실한 상벌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설문조사 결과는 '닥터브릿지.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