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제동 걸린 집단 투쟁 계획…회원들 극단적 온도차

발행날짜: 2018-04-17 06:00:59
  • 전국 휴진·궐기대회 유보 결정 의견 분분 "현실적 최선의 선택"

구체적인 날짜까지 확정되며 급속도로 추진되던 집단 투쟁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회원들의 반응도 제각각으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현실을 감안한 올바른 제동이라는 반응도 있는 반면 강력한 투쟁론이 희석된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 따라서 과연 협상 기류를 어떻게 잡아가는가가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대집 40대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과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장단은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27일로 예정됐던 집단 휴진을 포함해 29일 제2차 전국 의사 궐기대회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10년만의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국가적 행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집단 휴진 등 강경한 투쟁을 진행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내려진 최종 결론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시도의사회장단을 중심으로 27일 집단 휴진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모임 등을 통해 휴진에 대한 전체적인 합의과정이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불과 2주만에 이러한 동력을 얻기에는 지나치게 촉박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

또한 이미 여론이 의협을 비롯해 의료계에 완전히 부정적으로 돌아서 있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일에 집단 휴진을 진행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후폭풍이 있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A시도의사회장은 "27일에 집단 휴진을 하는 것은 사실 모 아니면 도에 가까운 모험이었다"며 "휴진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이상의 후폭풍을 맞을 가능성도 만만치 않았던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아직 최대집 당선인이 취임을 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아직 추무진 회장과 집행부의 임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최 당선인이 주도하는 투쟁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의견차가 났던 것.

실제로 당초 이날 전국 시도의사회장단 회의는 추무진 회장의 요청으로 진행될 계획이었다. 16개 시도의사회장이 새로 취임했다는 점에서 상견례를 겸해 현안을 격의없이 논의할 자리를 만들겠다는 의도.

하지만 당초 의도와 달리 회장단 회의가 최 당선인이 주도하는 집단 휴진과 궐기대회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투쟁 로드맵 회의로 분위기가 흘러가자 추 회장이 급히 공문을 보내 모임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투쟁에 대한 주체에 대한 문제도 휴진과 궐기대회 유보에 영향을 줬다. 현재 의료법에 따르면 집단 휴진시 업무 개시 명령에 불복하면 행정처분과 함께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노환규 전 회장이 집단 휴진을 주도한 책임을 물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의협의 수장은 추무진 회장인 상황에서 최대집 당선인이 투쟁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법적 문제가 발생하면 최 당선인이 아닌 추 회장이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는 의미다.

같은 의미에서 궐기대회 등 집단 투쟁 계획을 5월로 미룬 것도 결국 최대집 당선인의 취임 이후 투쟁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듯 현실적인 이유로 급물살을 타던 강력한 투쟁 계획이 유보되면서 회원들의 분위기도 극단적으로 갈라지는 분위기다. 투쟁론과 협상론간에 의견차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의협 임원을 지낸 A원장은 "최대집 당선인을 회장에 올린 것은 타협하지 말고 굳건하게 투쟁을 하라는 의미였다"며 "지금 상황에서 만나줄지도 모르는 추미애 대표에게 손을 내밀며 브레이크를 잡는다면 과거 집행부와 다를 것이 뭐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거 노환규 회장이 정몽준 의원을 만나며 투쟁 계획을 취소시킨 상황이 데자뷰처럼 겹치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라며 "투쟁하지 않는 최대집은 회장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집단 투쟁 유보 결정은 합리적인 수순이라는 의견도 많다. 준비되지 않은 집단 휴진으로 중요한 카드를 버리느니 잠시 아쉽더라도 잠시 멈춰서 정비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는 의견이다.

B시도의사회장은 "관성에 못이겨 27일 집단 휴진을 강행했다가 만약 참여율이 떨어지면 그 다음부터는 속수무책 아니냐"며 "완벽하게 준비가 되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우선 멈춰서 정비하는 것은 병법의 기초"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최 당선인이 자신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회원들과 시도의사회장단의 우려를 수용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무조건 돌진이 아니라 합리적 논의와 합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의료계 내외부에 큰 싸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제약·바이오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