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법, 의사 책임한계 과중 논란

조형철
발행날짜: 2004-09-09 06:57:53
  • 개원가, 의료기기법 사용자 의무 '불합리' 반발

여지껏 약사법 틀에서 관리돼 오던 의료기기가 '의료기기법'이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겨 생산에서 유통, 사용 단계까지 식약청의 통제아래 놓이게 됐다. 따라서 업체뿐 아니라 의사까지 포괄적인 법 적용을 받게 됐으며 이에 의료기기 사용자인 의사의 관리 의무가 새롭게 부각돼 이를 어길시 식약청에 의해 형사고발 된다. 그러나 의료기기 관리의무가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어려운 면이 있어 식약청의 대량고발 사태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시행된 의료기기법을 둘러싼 쟁점에 대해 분석해 본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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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사용자 의무 강화, 의사가 주의할 사항
② 의료기기법, 의사책임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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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식약청에 따르면 의료기기법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해 엄중한 사용자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시 고발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식약청은 총 14명의 의료기기 감시원을 각 지방청에 배치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세워 일선 의료기관에 홍보후 대대적인 단속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의료기기 관리, 의사책임 과중
식약청은 과대ㆍ허위광고를 한 의료기기를 확인없이 그대로 사용하는 의료기관은 적발될 경우 3년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수리한 의료기기가 성능수치 등 기존 식약청 허가사항과 다르게 변경됐을 경우에도 이를 사용한 의사가 처발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의료기관들은 사용중인 의료기기가의 효과가 부풀려졌는지 허가사항과 일일이 비교할 수 없을 뿐더러 과대광고 단속결과 등 정보 또한 부재하기 때문에 규정 준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수리된 의료기기를 일일이 뜯어볼 수 도 없는 일"이라며 수리업자의 책임을 사용자인 의사에게 돌리려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개원의협의회 박재완 공보이사는 "과대광고로 적발된 의료기기가 어떤 것인지 의사가 어떻게 아느냐"며 "잘 사용하던 의료기기가 어느날 갑자기 과대광고했다는 것을 빌미로 의사를 처벌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항변했다.

이어 "수리업자의 책임을 의사가 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식약청이 의료기기법을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식약청 관계자는 "의료기기법은 의사의 확인의무를 강조한 것이고 의료기기 허가증만 봐도 의사는 광고가 허위인지 과대포장된 것인지 알 수 있다"며 "단속결과에 대한 정보또한 식약청 홈페이지에 게시된다"고 반박했다.

"의료기기 전문가, 판매ㆍ변조 왜 못하게 하나"
식약청에 따르면 의사가 의료기기를 변조해 사용했을 경우에도 처벌받게 되며 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은 의료기관이 의료기기를 취급한 경우도 단속대상으로 보고 있다.

'남성 확대기' 생산업체와 제휴관계를 맺고 공동개발 후 병원 홈페이지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주문을 받고 있는 비뇨기과 전문의 L씨는 "약국은 허가없이 의료기기를 판매해도 되고 의료기관은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과연 의사를 의료기기에 대한 전문가로 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료기기 개발에 있어 임상에서의 구조변경이나 연구는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하며 이러한 가운데 의사가 쓰기편한 기기를 개발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전문 서상수 변호사는 "의료기기법이 의사를 최종 관리자로 위법행위를 인지할 수 있을 만큼 전문가로 보고 있으나 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할 때 전문가의 입장에서 자율성을 발휘해 새로운 의료기기를 개발할 수 있게끔 하는 잠재력은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식약청 '무조건 고발' VS 의료기관 피폐 우려
식약청은 단속으로 적발된 의료기관에 대해 무조건 고발을 원칙으로 하며 적발사항에 대한 과실여부 입증책임은 의사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식약청 의료기기관리과 류시한 과장은 "의사는 고의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일단 고발된 사안에 대해서 사용자의 의무를 다했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며 "의료기기를 사용하면서 허가사항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확인하더라도 고발사태는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선 의료기관들은 단속에 적발될 때 마다 무조건 고발한다는 것은 의료사고 소송 등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량고발 사태가 우려되는 가운데 소송이 시작되면 의료기관은 진료업무에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적발당시 과실과 고의성 등을 1차적으로 판단해 고발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보건소와의 갈등으로 계속적인 행정소송에 시달려온 M치과 원장은 "1년여간 지속된 소송으로 몸과 마음은 완전히 피폐할 정도"라며 "법적소송은 병원 운영과 진료업무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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