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당직과 시술 또 당직, 중증환자 전원사태 반복"

이창진
발행날짜: 2018-12-29 06:00:59
  • 응급체계 개편 실효성 질타 "의사들, 야간 헬기 대비 레펠 연습해야 하나"

"한 달 12일 동안 병원에서 밤샘 근무한다. 우리 애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충북대병원 심혈관센터 배장환 교수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증응급환자 사망을 줄이기 위한 응급의료체계 리폼 토론회'에서 권역응급센터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현실을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보건복지위)이 주최하고 국립중앙의료원(원장 정기현) 주관으로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는 고려의대 윤석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주최한 김상희 의원도 자리를 지키며 응급의료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배장환 교수는 지정토론을 통해 "심근경색 환자 100명 중 의사의 진료지도를 받으며 이송되는 환자는 10명도 안 된다. 길에서 사망해도 할 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큰 병원 응급실은 환자를 빨리 본다고 생각하나 지역마다 다르다. 24시간 응급진료를 표시한 청주 지역 10여곳 병원 중 심근경색 전문의 2명 이상인 곳은 3곳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주제발표에서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잇따른 중증 외상환자 사건을 언급하면서 119 구급대 중증외상환자 이송병원 선정지침 개선과 권역응급센터 확충, 중증응급 환자 진료 명확한 기능 부여 등을 주장했다.

김윤 교수는 등급의료법 개정을 통한 중증응급 책임진료체계 구축과 중증환자 덤핑 방지 법제화 그리고 전문의 당직 근무 수가 지원 및 중증응급환자 진료 지원 강화를 제언했다.

이어 복지부 응급의료과 박재찬 과장은 전날(27일) 발표한 현장 이송과 응급실, 전문진료, 응급의료 등 응급의료체계 개편 방향성을 담은 내용을 설명했다.

배장환 교수는 "심근경색 전문의가 600~700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활용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어제 밤샘 근무와 아침 시술, 내일 당직인 상황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밤샘 근무 의사가 다음날 쉬지 않으면 (중증환자를)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는 "복지부 계획 중 문제는 119 구급대원에 대한 교육이다. 1만명에 이르는 구급대원의 20시간 교육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응급기금에서 교육비를 별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이어 "중환자실 20만명이 5일간 체류해 100만 병상이 필요하나, 현재 대형병원 40곳 기준으로 30만 병상에 불과하다. 권역응급센터를 2배 늘려도 부족하다. 지역응급센터의 책임 병상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안산병원 최병민 원장은 권역응급센터 선발기준에 유감을 표했다.

최병민 원장은 "권역응급센터는 장비와 시설, 인력 기준을 마련해야 신청이 가능하다. 시설 27.5억원, 장비 8억6000만원, 인력 27억9000만원을 투자했지만 선정 안됐다. 권역별 할당 제도를 개선해 추가 지정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그는 "대구와 전북 의료기관 전원 중 사망 사건 모두 소아 응급환자다. 소아응급센터로 지정된 10곳 중 3곳만 운영하고 있다. 안산병원도 소아응급센터로 지정됐지만 운영할 수 없어 설립을 못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 관심을 촉구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응급의료 체계가 확 바뀌었으면 한다. 야간에 헬기 운영이 안 된다. 드론과 빅 데이터 세상에서 응급의료 체계는 원시적"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윤한덕 센터장(응급의학과 전문의)은 "응급의료 문제가 나아질지 생각하면 참담하다. 고령화로 요양병원 증가, 응급실 환자 증가, 진료과 세분화, 근로시간 단축 등 병원 운영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 의료환경을 환기시켰다.

왼쪽부터 신상도 교수, 최병민 원장, 윤한덕 센터장.
윤한덕 센터장은 "시설과 장비, 인력 말고 병원별 역량에 맞는 별도 권역센터 기준이 필요하다. 내가 병원장이라도 의사 1명이 응급실 밤샘 진료로 환자 2명을 보는 것보다 외래 환자 200명을 진료하는 것을 택하겠다. 중증응급환자 진료 수가를 개선하면 병원들이 적극 임할 것"이라며 과감한 지원을 주문했다.

플로워 질문 시간 중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 20년차라고 자신을 소개한 의사는 "119 구급대원 교육과 관리가 중요하다. 밤에 헬기를 띄우면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레펠 타는 연습을 해야 하나. (이국종 교수처럼)광고를 찍어야 하느냐"며 현실을 간과한 응급의료 정책을 꼬집었다.

김윤 교수는 "지속된 사망 사례로 응급체계, 중증환자 해결을 위해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저도 권역응급센터 확충을 주장하지만 과도한 공급 과잉은 의료진 번-아웃(탈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적은 의료인력으로 많은 권역센터를 만드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시스템적 사고를 주문했다.

박재찬 과장은 "응급의료 체계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 한번쯤 멈춰 제대로 가고 있나 살펴봐야 할 때이다.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환자 생명"이라면서 "병원과 구급대 등의 연결 고리가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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