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토종제약사 육성 박능후 장관의 소신과 고집

이창진
발행날짜: 2019-01-24 12:00:41
"국내 제약사 100억원을 도와주려 했다가, 다국적제약사에게 1조원을 지원해야 할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얼마 전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한-미 FTA 협상에서 핵심 아젠다로 부각된 글로벌 신약 약가 현안에 대한 고충을 이 같이 피력했다.

미국의 통상 압력은 과거 자동차와 철강 등에서 현재 글로벌 신약 약가로 전환된 상태다.

미국이 왜 신약 약가에 목을 매는 것일까.

자국민 보호 정책에 따른 후속 조치라는 시각이다. 미국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의 약제비 부담이 쟁점화되면서 트럼프 정부 역시 출범 직후 약가 인하를 강행했다.

수익이 줄어든 많은 다국적 제약사는 반발했다.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인 미국은 합법적인 로비를 허용한 국가로 정치 1번지인 워싱턴 가는 다국적제약사가 움직인다는 말이 일반화된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가 꺼낸 카드는 국내 손실을, 해외에서 충당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FTA 협정을 맺은 많은 국가들에게 글로벌 신약과 자국의 토종 의약품에 대한 동등한 약가와 정책을 요구하겠다는 의미다.

한국의 글로벌 신약 약가 우대제도가 첫 타깃이었다.

FTA 협정 기본 원칙을 제기하며 미국 다국적제약사와 한국 제약사 신약의 동일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자칫,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 육성을 위해 마련한 정책이 많은 신약을 지난 미국의 다국적제약사에게 약가 우대 등 지원이 집중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형국이다.

복지부는 글로벌 신약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내부 조항을 조정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박능후 장관은 "미국 측은 FTA 협정에 입각해 차별 없는 글로벌 신약 약가 제도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면서 "관계부처 장관에서 편파적 지원이 아닌 법과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언했다"고 말했다.

제약강국을 내건 현 정부의 보건복지 수장으로서 토종 제약사 육성을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재직 기간 1년 6개월, 취임 3년차를 맞은 박능후 장관.

복지학자 출신인 박 장관이 보건의료 전문가 못지않게 한층 성숙했다는 평가이다.

복지부 한 간부는 "최근 들어 박능후 장관은 검독회 답변서를 참고만 할 뿐 국회에서 소신 발언으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동안 쌓은 내공과 현안 파악을 통해 보건의료 분야도 여유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 장관이 문케어에 따른 적정수가와 의료전달체계 등 산적한 의료현안의 완벽한 해법을 제시한 것은 아니나,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의료정책과 토종 제약을 보호하겠다는 장관으로서 소신과 고집은 충분히 박수 받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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