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혈소판요법 한국인 출혈 관리 "PPI 사용 고려해야"

원종혁
발행날짜: 2019-02-18 05:30:53
  • '동아시아인 패러독스' 학설 최초 보고, 정영훈 교수 "고위험군 약물상호작용 적은 약제 혜택"

"(이중항혈소판요법 사용과 관련) 위장관 출혈 발생 위험이 큰 동양인에서는 기본적으로 PPI 제제의 사용을 고려하는게 맞다."

다만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의 선택에 있어서는 고위험군일 경우 약물상호작용이 적은 판토프라졸이나 라베프라졸 등의 약제 선택이 주효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논의는 동아시아인에서 항혈전제의 임상적 효과 및 안전성이 서양인과 차이가 있다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와 깊은 관련을 보인다.

정영훈 교수(순환기내과)
해당 학설은 2012년 창원경상대병원 정영훈 교수(순환기내과)가 처음으로 정립한 개념으로, NEJM 등 국제 의학술지에 관련 논문들이 수 차례 게재됐다.

또 최근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의 최신 업데이드 버젼인 'Consensus document for East Asian Patients'도 발간됐다. 여기엔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 시행 환자나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을 가진 동아시아인 환자에서 항혈소판치료에 전문가 합의문이 담겼다.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정 교수는 "동아시아인들은 서구인과 보다 세세한 치료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동아시아의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관전 포인트는 이중항혈소판요법(DAPT) 사용 환자에서의 출혈 관리 방안이 핵심이다.

동양인은 서양인과 비교해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 후 이중항혈소판요법(DAPT) 기간이 길어질수록, 허혈성 사건 예방 혜택보다 출혈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임상적 이슈들이 꾸준히 쌓이고 있기 때문.

더욱이 전 세계 인구의 25% 수준을 차지하는 동아시아인에서 항혈전제의 사용 용량이나 출혈 관리 이슈 등에 다양한 임상적 근거들이 싹트고 있는 분위기다.

정 교수는 심근경색 등 고위험군의 경우 DAPT를 오래쓰는 것이 추세인 상황에서, 위장관 출혈 관리를 위한 PPI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양인들에서는 통상 위장관 출혈이 40~70% 정도로 가장 많은 분포를 보인다"며 "위장관 출혈이 어느정도 예방 가능하고 치명적이지는 않다는 부분에서 이를 어떻게 조절할지 많은 관심이 따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DAPT와 관련한 PPI 임상들이 그렇게 많은 상황은 아니지만, COGENT 등 일부 임상 결과를 보면 위장관 합병증 위험을 60% 정도 줄이는 극적인 결과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약물상호작용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슈다.

정 교수는 "항혈소판제와 PPI의 약물상호작용의 여부도 상당히 조심스런 부분"이라면서 "약제별로 약물상호상호작용은 분명히 있다. 대사작용과 관련해 판토프라졸이나 라베프라졸 등은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호작용이 있으면 결국 약효가 떨어지는 것"이라며 "심근경색 및 스텐트 삽입술 환자 등 고위험군에서는 이를 고려해 약물상호작용이 적은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혜택이 클 것"으로 말했다.

경구용 항응고제 사용에 있어서도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는 임상적 근거를 만들고 있다.

작년 초 정영훈 교수는 경구용 항응고제 리바록사반의 COMPASS 연구에 포함된 환자군을 인종별로 나눠 하위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NEJM에 발표했다.

COMPASS 연구는 관상동맥질환 또는 말초동맥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저용량 리바록사반과 아스피린을 병용했을 때 심혈관질환 이차예방 효과를 분석한 글로벌 프로젝트.

그 결과, 저용량 리바록사반과 아스피린 병용요법의 주요 출혈성 합병증 발생 위험은 백인보다 아시아인에서 더 높았다.

정 교수는 "한국인에서 출혈 위험을 낮추기 위한 치료전략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를 테면 PPI의 통상적인 사용이나 NOAC 용량 조절 등이 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는 동양인은 항혈소판제 치료 시 임상적 효과 및 안전성에서 서양인과 차이를 보인다는 학설이다.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간에서 체내 약물 분해 시 작용하는 효소인 CYP2C19 중 대사 저하 유전형 CYP2C19*2, CYP2C19*3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차이를 근거로 다양한 임상연구가 진행되면서 2014년 세계심장협회(World Heart Federation)에서도 인종간 차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당시 협회는 "동양인과 서양인은 항혈소판제 치료 시 혈전성 사건 발생 및 출혈 위험이 다르게 나타난다"며 "PCI를 받은 동양인은 허혈성 및 출혈성 사건 발생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혈소판 활성도의 치료 범위를 서양인과 다르게 적용하는 게 적절할 것"으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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