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으로 인한 내분비질환은 막아야죠"

발행날짜: 2019-06-25 06:00:48
  • 내분비교란물질연구회 이끄는 인제의대 박정현 교수

대한내분비학회 산하 내분비 교란물질(EDC) 연구회가 올해부터 본격 활동한다. 지난해 공식 발족한 EDC 연구회는 환경호르몬이 인체내 들어왔을 때 어떤 질병을 유발하고 나아가 어떤 기전으로 호르몬 교란을 일으키는지 위험성을 연구하는 유일한 전문학술 단체다.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 국내서도 환경호르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또한 인체 유해성이 심각하다고 알려지면서 국민의 우려도 급증하고 있다. 때문에 EDC 연구회와 같은 전문가 단체의 활동도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궁극적인 역할은 호르몬 교란물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 나아가 위험한 물질을 규명하는 역할도 한다. 최근 EDC 심포지엄을 가진 박정현 회장(인제의대 내분비내과 교수)을 만나 연구회 소개와 앞으로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내분비 교란물질연구회를 이끄는 인제의대 박정현 교수
Q. EDC 연구회를 만들게 된 배경은?

환경호르몬의 위해성을 경고하고 미리 대처하자는데 있다. 환경호르몬은 일상생활속에서 존재하는 여러 화학물질 중에서 인체 내부에 존재하는 호르몬들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종류를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영어로는 EDCs(endocrine disrupting chemicals)로 표현하며 내분비교란물질로 부른다.

우리나라도 최근 몇 년 사이 다양한 내분비교란물질들로 인해 사회적으로 큰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다. 이런 사건들이 앞으로는 더 자주, 더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다각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연구회에서는 의학적인 위험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한 과학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Q. 어떤 전문가 단체로 구성돼 있으며 활동은 무엇이 있나?

내분비교란물질에 대한 연구를 위해 임상의, 연구자, 과학자, 환경전문가 등 다양한 직역이 참여하고 있다. 환경호르몬이 인체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면 특정 한분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다양한 직역의 보건전문가이 모여 EDC 위험성을 인식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들은 앞으로 개선 논의와 향후 의료진과 국민 대상의 EDC에 대한 정보 제공과 EDC 극복 대안을 위한 EDC연구회의 역할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다. 현재 매년 춘추계 국내 및 SICEM 에서 EDC세션을 열고, 연구 및 동향을 소개하고 있다.

Q. 얼마나 많은 환경호르몬 내분비 교란물질이 있나?

현재까지 약 800여 종의 화학물질들이 EDC라고 인정되고 있으나, 매년 수만 종의 새로운 화학물질들이 만들어지고 쓰이는 현실을 감안하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들 물질 중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나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POPs)들은 31가지로 가지로 유엔 결의에 의해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에 의해 30여종의 화학물질들이 관리되고 있으나 142종을 관리대상으로 하는 일본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내분비교란물질들은 종류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농도도 증가하고 있다. 이 문제는 생태계와 인간의 호르몬계에 영향을 미쳐 질병을 일으킬 뿐 아니라, 인간과 동물들의 생식과 발달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 인류와 생물계의 존속에까지 위협이 될 수 있다. 오존층의 파괴, 지구의 온난화 문제와 함께 세계 3대 환경문제라고 지적되는 것은 절대 과장된 것이 아닌 상황이다.

Q. 내분비 교란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얼마나 위험한가?

저농도 EDC 물질들은 인체내 분비되는 다양한 호르몬들의 수용체에 결합하여 작용제 또는 길항제로 작용하면서 광범위하게 호르몬계 교란을 일으킬수 있으며, 수용체 결합이 아닌 다른 기전을 통해서도 생식기계, 신경계, 대사계, 면역계 등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많은 합성화학물질들이 일차적으로 에너지 대사에 만성적인 장애를 초래함으로써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데 그런 의미를 담아 최근 EDCs라는 용어 외에 MDCs(Metabolic disrupting chemicals ), MtDCs(Mitochondria disrupting chemicals), HDCs(Homeostasis disrupting chemicals)와 같은 용어들이 새롭게 제안되고 있다.

게다가 각각의 EDC물질은 한가지만 노출되어 인체내로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EDC에 노출되어 인체내에는 다양한 EDC가 혼합해 존재하는데 이런 혼합체가 서로 시너지효과를 일으니거나 또는 반대로 길항적인 효과 등으로 예측하기 어렵게 나타나면 일반적인 연구 방법으로 그 영향을 평가하기 어렵다.

내분비 교란물질연구회를 이끄는 인제의대 박정현 교수
Q. 다양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전세계적으로 어떤 연구가 이뤄지고 있나?

아쉽게도 대부분의 연구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또한 해당물질의 철저한 규제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전문가들이 영향과 위험성을 파악하기 위해 코호트연구와 영향연구, 독성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임산부 출생이 코호트 역학연구가 진행 중이며,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EDC 측정 및 질환 연관성 단면연구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환경호르몬 물질에 많이 노출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개별 EDC의 세포기반 독성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초기 EDC의 연구들은 주로 생식계와 관련된 질병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최근 대사이상과 관련된 질병들로 연구자들의 관심이 옮겨오고 있다.

Q. 환경호르몬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입증되기 전까지는 많은 규제가 필요해보인다. 선진국과 국내 상황은?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은 국가 바이오모니터링 시행 및 EDC 규제조항을 정하고 있으나 여전히 EDC를 정의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도 환경부 및 식약처, 농촌진흥청 등 관계 부처에서 규제조항을 정하고, EDC영향에 대한 연구등도 시작하고 있으나 선진국의 규제와 비교하면 아직 미약한 상황이다. 따라서 연구회가 주도적으로 이러한 부분도 개선하자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Q. 내분비 교란물질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학계 등이 노력해야 할 점은?

무엇보다도 심각성을 같이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 또 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해 연구 활성화도 필요하다. 노출, 영향성, 독성연구, 혼합체 연구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규제를 위한 인체 유해성 증명을 할 수 있는 근거도 필요한데 역시 정부와 같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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