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Mavericks 이윤건 부회장(전남의대 본과 1학년)
2018년 인권의학연구소에서 실시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과대학 학생들 중 수업이나 병원실습 중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49.5%의 학생들이 언어폭력에 노출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회식 참석을 강요당한 경험이 경우가 전체 응답자의 60%였고, 음주를 강요당한 경우는 46%에 달했다.
"세상 많이 좋아졌다"라는 말은 아직 의과대학엔 찾아오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부조리가 아직도 잔존해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아마 그 원인은 이런 일들을 당하고도 침묵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당하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대부분의 의대생들이 의과대학 6년을 졸업하고 나면 바로 대학병원으로 가 인턴과정을 수료하고, 또 그 후에는 같은 병원에서 레지던트로서 근무하게 되는 수직적인 구조에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다니며 선배들 눈에 나게 된다면 앞으로 있을 직장생활 까지도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가해자의 구성에 대해서 보자면 병원실습을 시작한 본과 3, 4학년 학생들에게서 폭력, 성희롱의 주요 가해자가 교수, 인턴과 레지던트, 학생 순이었고 실습을 시작하지 않은 본과 1, 2학년 학생들에서 주요 가해자는 학생, 교수, 인턴과 레지던트 순서였다. 그 외 가해자로는 1차 병원 파견 의사, 졸업한 학교 선배, 외부 강사 등 주로 의사 직종에 의한 가해가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통계는 위에서 이야기한 수직적인 구조가 부조리의 원인이라는 데에 힘을 실어 준다.
이런 구조는 학교 내의 선후배 관계가 직업군내 선후배 관계로 밀접히 연결되는 체육학과, 항공서비스학과 등에서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같은 방식으로 의과대학 내의 부조리가 일어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므로 의과대학 학생들이 대학 졸업 후 대부분이 대학병원에 소속되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이러한 문제들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보게 된다.
다시 말해서, 의대생의 비임상계로의 진출은 개인의 편익과 관심사에도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를 넘어서 전체 의과대학 학생사회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임상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이 모여 만들어진 단체 중 대표적으로 메디컬 매버릭스가 있다.
메디컬 매버릭스는 단순히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의사가 된다는 틀에서 벗어나 의대생들에게 보다 다양한 진로의 기회를 제시해 줄 수 있는 싱크탱크로서 발돋움하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다. 올해 8월말 개최된 비임상 진로세미나를 기점으로 해 인턴사업이나, 타학과와의 네트워킹과 같은 방법으로 앞으로 의대생들이 진로로 선택할 수 있을 만한 다양한 방향성을 마련할 예정이다.
물론 메디컬 매버릭스 하나의 존재만으로 위에서 제시한 문제들이 당장에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메디컬 매버릭스가 학생사회의 발전으로 나아가는 첫 번째 발걸음이 될 수는 있다. 그리고 이를 뒤따르는 발걸음들이 하나 둘 모인다면 의과대학 내 학생사회의 변화 또한 도모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