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섭 Medical Mavericks 부회장(연대의대 본과 2학년)
생명화학공학을 전공하다가 신소재공학으로 전과했을 때,
과대표/과학생회장을 맡아서 바쁘게 돌아다녔을 때,
KAIST 학부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에 올인하겠다고 1년을 휴학했을 때,
경영학 복수전공을 하고 싶다고 졸업을 1년 더 연기했을 때,
가지 않아도 되었던 군대에 자진해서 입대했을 때,
공과대학원에 진학하는 대신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경영/정책대학원에 지원했을 때,
해외 명문대 경영대학원을 합격하고도 의과대학 편입학 준비를 하겠다고 진로를 변경했을 때,
의대 입학 직후 '딴짓하는 의대생 모임'을 만들었을 때,
공모전을 통해 창업을 준비했을 때,
유급당한 것도 아닌데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휴학원서를 제출했을 때,
그럴 때마다 가장 많이 들었던 조언은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것이었다.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은 '하라는 공부'를 안하면 '쓸데 없는 짓'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오로지 정해진 길을 따라 대학에 입학하고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서 안정적인 직장을 갖는 것을 최고의 가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오죽하면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인터뷰 중에 "한국 학생들은 어릴 때 부터 사교육에 시달려 스스로 호기심을 개발할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진로에 대해 앞선 세대, 특히 부모님 말씀을 너무 맹목적으로 따라서는 안 됩니다 (2019 노벨 화학상 뷔트히리 교수 인터뷰 중)" 라는 발언을 했을까.
세상은 쓸데없이 딴짓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발전해왔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기르려면 자꾸 딴짓을 해야 한다. 그리고 딴짓을 정말 잘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쓸데 없는 일을 잔뜩 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는다. 머리가 유연하지 않으면 안되고 끈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19 노벨 화학상 일본 요시노 아키라 기자회견 중)"
존경하는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잡스도 학창시절에 쓸데 없는 짓 만 골라가면서 하고 심지어 대학까지 때려친 문제아였다.
그 뿐인가? 이곳 저곳 대학을 옮겨 다니다가 결국 졸업은 하지 못했지만 세계적인 기업 오라클을 창립한 엘리슨, 어린 나이에 신문배달부에서 시작해 라스베가스 베네시안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등을 운영하는 호텔왕 아델슨, 대학교수로서 안정적인 삶이 보장될 수 있는 스탠포드 박사과정을 중퇴하고 구글을 공동창립한 래리페이지와 세르게이브린, 최초의 온라인 결제 회사 페이팔과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를 창립한 엘론머스크까지, 세상을 바꾼 위인들 중에는 정해진 길을 따라가지 않고 딴짓을 했던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대학까지 때려칠 정도로 심하게 딴짓을 하던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킨 사례는 의료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이 지금의 세계적인 명성을 향유하게 만들어준 석유왕 록펠러는 무학력자였고, 미국에서 가장 큰 사립 의학연구소 (25조 기금) HHMI를 설립한 하워드 휴 또한 대학을 중퇴하고 회사 경영자이자 영화감독으로 다양한 활동을 했으며 비행기를 조종하다가 수 차례 추락사고까지 낸 사고뭉치였다.
한국에서 가장 큰 병원이 된 아산병원을 설립한 정주영 회장님도 소학교 출신이고,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을 만든 정세주 대표님도 홍익대학교 전자공학과를 다니시다가 중퇴하신 인물로 지금은 휘하에 하버드, 옥스포드, 연세대 출신 의사들을 두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혁신을 이끌고 있다.
나는 대학에서 이렇게 위대한 업적을 남기신 분들과 나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일까 고민해 왔고 '나에게는 용기가 부족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도 나름대로 도전정신을 가지고 노력했지만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고 딴짓을 정말 잘하는 방법을 잘 몰랐던 것이다.
Medical Mavericks는 의대생들이 '쓸데 없는 딴짓'에 끈기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그 일을 함께 잘 해낼 수 있도록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서 조직한 단체이다. 우리가 말하는 '딴짓'은 꼭 비임상진로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당장 성적에 도움이 안되더라도, 당장 내게 돈을 벌어다주지 못하더라도,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방황하는 모든 의대생과 의사선생님들을 환영한다. You are not alone, Just Be a Medical Maver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