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젊은의사들 현실적인 고민 다뤄 눈길
김대하 이사‧조병욱 과장, 전임의‧봉직의 현실 이야기
개원, 봉직의, 교수. 처음 의사 면허를 따면 생각하는 대표적인 진로다. 요즘 젊은 의사들은 대표적인 세 가지 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계간 의료정책포럼 최신호에 젊은 의사들의 고민을 담았다. 교수가 되기 위해서 꼭 밟아야 하는 과정인 전임의는 전공의법 시행으로 전공의 5년차 생활을 하고 있는 현실.
개원보다 안정적인 길이라고 불리는 봉직의의 삶을 선택한 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능력의 바로미터인 매출 압박으로 번아웃 위기에 시달린다.
"전임의, 지위는 불안정…목표는 뚜렷해 맷집은 강하다"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홍보이사 겸 의무이사(내과)는 분명하지 않으면서 불안한 위치에 있는 '전임의'의 생활을 이야기했다.
전임의는 전문의 자격을 따고 교수가 되기 위해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전공의와 교수의 중간에 놓여있다.
김 이사는 "전임의 지위는 불안하고 권리와 의무, 역할 역시 불분명하다"며 "확실한 것은 정규직 교원은 아니지만 전공의보다 경험이 많고 믿을만하다. 교수가 되겠다든지, 무엇을 배우겠다든지 하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과중한 업무나 좋지 않은 처우에도 버텨내는 맷집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김대하 이사가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친 후 전임의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것은 교수가 되기 위해서라는 것도 있지만 "당장 봉직이나 개원을 하기에는 충분한 실력과 경쟁력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김 이사에 따르면 전임의는 가장 먼저 '행사 전문가'가 된다. 교수님과의 관계가 전임의에게는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충성스러워지고 그 과정에서 각종 허드렛일을 전임의가 도맡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공휴일 회진이나 전공의 교육, 회의 참여 등 교수님을 대신하는 일이 많아지고 어느새 교수님의 학술연구 및 대외활동에서 최대 조력자로 부상한다"며 "정리가 필요한 연구 데이터나 교수님 앞으로 의뢰된 논문 심사, 외부 기고 요청 등에 대한 질문 목록이 메일에 쌓여간다. 의국의 각종 행사 준비 역시 전임의 주요 업무 중 하나"라고 밝혔다.
전공의법 시행으로 전공의 업무량이 줄어든 대신 직격탄을 맞은 직군이 전임의라는 게 김 이사의 지적. 전임의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록 했다.
그는 "전공의를 수료했으므로 일정 수준 이상 신뢰할 수 있는 데다 근무시간 제한도 없으며 불만이 있어도 딱히 티를 내지 않으니 사실상 전공의의 업그레이드된 대체인력이 전임의"라며 "전공의는 퇴근하는데 전임의는 남아서 당직을 서거나 전공의 없이 혼자 회진을 돌기까지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보다 상대적으로 덜 부각돼 있는 전임의 삶의 질과 근로환경이야말로 우리 의료제도가 얼마나 지속 가능하며 합리적인지 판단할 수 있는 지표"라며 "내실 있는 전공의 수련, 비인기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수가 현실화, 실효성 있는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같은 처방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봉직의 선택 이유? 현 제도에서 개원으로 미래 안 보인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조병욱 과장은(경기도 신천연합병원 소청과) 봉직의다. 새벽 6시 30분 알람 소리에 눈을 떠 저녁 6시를 훌쩍 넘겨 퇴근하기까지가 조 과장의 일상이다.
조 과장은 "개원을 준비해보기도 하면서 봉직의 생활을 하고 있지만 1인 의원으로는 현재 제도에서 미래를 바라보기 어렵다"라며 "외래 중심보다는 입원환자 관리가 더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에 봉직의의 길을 선택했다"고 운을 뗐다.
조 과장은 봉직의라면 근로계약서는 필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아직도 많은 봉직의가 근로계약서 없이 근무하고 있다"며 "구두계약으로만 하면 연차일수나 근무시간 조정 등에 대해 병원으로부터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토요일이나 휴일에 붙여서 휴가를 쓸 수 없다든지, 반일 근무일 4시간을 앞뒤로 늘려 6시간 근무를 하게 하는 등 세부적으로 협의되지 않은 내용을 강요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 과장은 "봉직의라고 해서 의료제도 변화나 수가, 심사 제도와 별개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라며 "병원급 의료기관은 의무기록사나 심사를 담당하는 직원이 있기 때문에 한 단계 걸러서 영향을 받지만 결국 매출로 귀결되는 삭감은 똑같다"라고 설명했다.
조 과장도 중이염 관련 항생제 사용 등급이 3등급으로 나왔으니 신경을 써달라며 병원 심사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조 과장에 따르면 봉직의의 능력은 '매출'이다.
그는 "평판, 진료 수준, 성실함 등 의사를 평가할 수 있는 많은 것이 있지만 결국은 매출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며 "진료과와 지역마다 다르고 객관적 통계는 아니지만 통상 의원급은 봉직의에게 급여의 3배 정도, 병원급은 5배 정도로 보고 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개원의는 경영난 때문에 봉직의의 속 편한 근무를 부러워하지만 봉직의는 매출 압박 등으로 번아웃(Burn out)이 오면 거꾸로 개원을 하겠다고 생각한다"며 "이름뿐인 의료전달체계 때문에 이같은 동상이몽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기형적인 의료구조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3차 병원 접근을 제한해 2차 병원 기능을 되돌리고 전공의로 버티며 규모의 경쟁을 하는 3차 병원에는 철퇴를 가해야 한다"며 "2차 병원 회생은 의사인력의 고용을 창출해 과잉공급된 1차 의료기관의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계간 의료정책포럼 최신호에 젊은 의사들의 고민을 담았다. 교수가 되기 위해서 꼭 밟아야 하는 과정인 전임의는 전공의법 시행으로 전공의 5년차 생활을 하고 있는 현실.
개원보다 안정적인 길이라고 불리는 봉직의의 삶을 선택한 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능력의 바로미터인 매출 압박으로 번아웃 위기에 시달린다.
"전임의, 지위는 불안정…목표는 뚜렷해 맷집은 강하다"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홍보이사 겸 의무이사(내과)는 분명하지 않으면서 불안한 위치에 있는 '전임의'의 생활을 이야기했다.
전임의는 전문의 자격을 따고 교수가 되기 위해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전공의와 교수의 중간에 놓여있다.
김 이사는 "전임의 지위는 불안하고 권리와 의무, 역할 역시 불분명하다"며 "확실한 것은 정규직 교원은 아니지만 전공의보다 경험이 많고 믿을만하다. 교수가 되겠다든지, 무엇을 배우겠다든지 하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과중한 업무나 좋지 않은 처우에도 버텨내는 맷집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김대하 이사가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친 후 전임의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것은 교수가 되기 위해서라는 것도 있지만 "당장 봉직이나 개원을 하기에는 충분한 실력과 경쟁력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김 이사에 따르면 전임의는 가장 먼저 '행사 전문가'가 된다. 교수님과의 관계가 전임의에게는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충성스러워지고 그 과정에서 각종 허드렛일을 전임의가 도맡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공휴일 회진이나 전공의 교육, 회의 참여 등 교수님을 대신하는 일이 많아지고 어느새 교수님의 학술연구 및 대외활동에서 최대 조력자로 부상한다"며 "정리가 필요한 연구 데이터나 교수님 앞으로 의뢰된 논문 심사, 외부 기고 요청 등에 대한 질문 목록이 메일에 쌓여간다. 의국의 각종 행사 준비 역시 전임의 주요 업무 중 하나"라고 밝혔다.
전공의법 시행으로 전공의 업무량이 줄어든 대신 직격탄을 맞은 직군이 전임의라는 게 김 이사의 지적. 전임의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록 했다.
그는 "전공의를 수료했으므로 일정 수준 이상 신뢰할 수 있는 데다 근무시간 제한도 없으며 불만이 있어도 딱히 티를 내지 않으니 사실상 전공의의 업그레이드된 대체인력이 전임의"라며 "전공의는 퇴근하는데 전임의는 남아서 당직을 서거나 전공의 없이 혼자 회진을 돌기까지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보다 상대적으로 덜 부각돼 있는 전임의 삶의 질과 근로환경이야말로 우리 의료제도가 얼마나 지속 가능하며 합리적인지 판단할 수 있는 지표"라며 "내실 있는 전공의 수련, 비인기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수가 현실화, 실효성 있는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같은 처방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봉직의 선택 이유? 현 제도에서 개원으로 미래 안 보인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조병욱 과장은(경기도 신천연합병원 소청과) 봉직의다. 새벽 6시 30분 알람 소리에 눈을 떠 저녁 6시를 훌쩍 넘겨 퇴근하기까지가 조 과장의 일상이다.
조 과장은 "개원을 준비해보기도 하면서 봉직의 생활을 하고 있지만 1인 의원으로는 현재 제도에서 미래를 바라보기 어렵다"라며 "외래 중심보다는 입원환자 관리가 더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에 봉직의의 길을 선택했다"고 운을 뗐다.
조 과장은 봉직의라면 근로계약서는 필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아직도 많은 봉직의가 근로계약서 없이 근무하고 있다"며 "구두계약으로만 하면 연차일수나 근무시간 조정 등에 대해 병원으로부터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토요일이나 휴일에 붙여서 휴가를 쓸 수 없다든지, 반일 근무일 4시간을 앞뒤로 늘려 6시간 근무를 하게 하는 등 세부적으로 협의되지 않은 내용을 강요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 과장은 "봉직의라고 해서 의료제도 변화나 수가, 심사 제도와 별개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라며 "병원급 의료기관은 의무기록사나 심사를 담당하는 직원이 있기 때문에 한 단계 걸러서 영향을 받지만 결국 매출로 귀결되는 삭감은 똑같다"라고 설명했다.
조 과장도 중이염 관련 항생제 사용 등급이 3등급으로 나왔으니 신경을 써달라며 병원 심사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조 과장에 따르면 봉직의의 능력은 '매출'이다.
그는 "평판, 진료 수준, 성실함 등 의사를 평가할 수 있는 많은 것이 있지만 결국은 매출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며 "진료과와 지역마다 다르고 객관적 통계는 아니지만 통상 의원급은 봉직의에게 급여의 3배 정도, 병원급은 5배 정도로 보고 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개원의는 경영난 때문에 봉직의의 속 편한 근무를 부러워하지만 봉직의는 매출 압박 등으로 번아웃(Burn out)이 오면 거꾸로 개원을 하겠다고 생각한다"며 "이름뿐인 의료전달체계 때문에 이같은 동상이몽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기형적인 의료구조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3차 병원 접근을 제한해 2차 병원 기능을 되돌리고 전공의로 버티며 규모의 경쟁을 하는 3차 병원에는 철퇴를 가해야 한다"며 "2차 병원 회생은 의사인력의 고용을 창출해 과잉공급된 1차 의료기관의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