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의무사관후보생 편입 의무화에 대한 단상

이동재
발행날짜: 2019-11-25 05:45:00
  • 이동재 Medical mavericks 기획이사 (한양의대 본과 4학년)



본과 4학년이 되면 졸업을 앞두고 평소 군입대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일반적인 경로는 바로 공중보건의사로 복무하거나 수련을 마치고 군의관으로 복무하는 것이다.

하지만 11월 21일 발표된 '병역 대체복무제도 개선계획'에 따르면 공중보건의사가 군의관의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의무사관후보생에 편입되지 않은 의사는 공중보건의사에 배정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추진된다면 후배들은 현역 입대를 할지 수련을 마치고 군복무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졸업 후에 현역 입대를 한다면 국가고시 공부를 하며 쌓아놓은 임상 지식을 입대로 인해 단절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여느 대학생과 다르지 않게 예과 1학년을 마치고 현역 입대를 하는 남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 임용된 공중보건의사는 총 1211명으로 이 중 848명은 의무사관후보생에 편입되지 않은 인원이다. 즉 공중보건의사의 70%가 의과대학 졸업 후 수련 병원에 지원하지 않고 바로 공중보건의사로 복무한 것이다.

선배님들이나 친구들을 보면 의학전문대학원 출신이라 나이가 많아서, 의료 취약지에서 일차 진료를 통해 내공을 쌓고 수련을 받고 싶어서, 스타트업이나 제약회사 취직 등 비임상분야를 희망해, 외국에서 의사를 하고 싶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졸업 후 공중보건의사를 선택했다.

군의관을 회피하기보다는 개인적인 사정이나 자신의 꿈을 위해 선택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실제로 공중보건의사로 복무를 한다면 6년동안 함께 공부한 동기들과의 수련 기회를 포기하고 나이가 어린 후배들 밑에서 수련을 받아야 하며 훈련기간 1개월이 복무기간 36개월에 포함되지 않아 수련을 4,5월에 시작하는 소위 '군턴'이 돼 수련 환경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1978년 세계보건기구가 '알마아타 선언'을 통해 일차보건의료로 건강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했고 이에 따라 대한민국에서는 1980년부터 농어촌 무의촌의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공중보건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출산율 저하에 따른 현역 자원 확보를 근거로 공중보건의사 수를 줄이기로 했다. 공중보건의사 제도의 폐지도 거론됐지만 결국 의과대학에 여학생 비율이 증가하고 병역을 마친 의학전문대학원생이 늘어남에 따라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남학생 인원을 배정인원에서 줄이기로 했다. 이렇게 한다면 부족한 육군 수를 몇 명 보충할 수는 있지만 공중보건의사들이 책임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가해질 위험한 상황들이 발생 할 수 있다.

또한 3월 국회에서 개최된 '공중보건의사제도의 문제점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공중보건의사의 복무기간 36개월에 1개월 훈련기간을 산입하는 것은 훈련기간만큼 복무기간이 단축돼 발생하는 보건의료 취약지의 의료 공백을 근거로 국방부가 거부했다. 의료 공백을 우려해 훈련기간을 산입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공중보건의사 수를 줄인다는 개선방향은 역설적이다.

만약 의무사관후보생에 편입되지 않은 의사를 공중보건의사에 배정되지 않도록 한다면 적지 않은 의과대학 남학생들은 37개월의 군의관, 공중보건의사보다 18개월의 현역 군입대를 고려 할 것이고 이는 의료 취약지의 의료공백뿐만 아니라 군의관의 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의과대학의 목표는 1차 의료인력(일반의) 양성인데 전공 수련을 받지 않으면 1차 의료인력이 가장 필요한 의료 취약지에서 공중보건의사로서 진료를 못하는 모순이 발생할 것이다.

보건의료기본법 제5조 제1항에 따르면 '보건의료인은 자신의 학식과 경험, 양심에 따라 환자에게 양질의 적절한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갖게 된 후 개인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 과연 공중보건의사 제도의 취지와 방향성에 맞는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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