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피플 건국대병원 약제부 임상지원실 지미선 파트장
"환자 생명 직결 책임감 병원약사 노력 알아줬으면"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암 환자의 항암치료나 영양공급이 필요한 신생아들을 위해서 묵묵히 뒤에서 역할을 다하는 부서가 있다. 바로 병원 내 약제부 임상지원실이다.
10명이 채 안 되는 적은 인원이지만 1년 365일 환자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언성 히어로(보이지 않은 영웅, unsung hero)'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건국대학교병원 약제부 임상지원실에서 근무 중인 지미선 파트장을 만나 병원 내 임상지원약사의 역할과 어려움에 대해 들어봤다.
"1년 365일 무균실 조제부터 환자 복약지도 까지"
먼저 건국대학교 약제부 임상지원실의 업무는 무균실에서 조제되는 약들에 대한 처방 검수, 조제 및 관리 그리고 다양한 임상 약제 업무와, 안전한 투약 지원이 핵심이다.
항암주사 조제 업무를 통해 항암치료에 사용되는 다양한 항암제를 관리하고 처방을 검토하며, TPN(Total Parenteral Nurtition)업무와 NST(Nurtition Support Team)업무를 통해 성인 및 신생아중환자실 이른둥이에게 정맥을 통해 적절한 영양을 공급할 수 있도록 자문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치료 유효범위가 좁아 효과가 감소하거나 적은 용량으로 독성이 나타나는 약물에 대해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환자의 혈액검사를 통해 적절한 용량을 자문해주는 TDM 업무나 의약품 부작용 보고 모니터링 업무를 실시한다.
또한 항암 환자 교육 또한 임상지원실 약사가 담당하는 업무 중 하나이며, 약학대학 실습학생들에게도 프리셉터로서 병원업무를 교육하고 있다.
"암 환자가 복약하는 항암제마다 특징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 복약지도를 실시하고 있다. 의사에게 환자가 치료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듣지만 좀 더 가깝게 접근해 환자들이 궁금한 것을 세세하게 물어볼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고 심리적으로도 도움을 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임상지원실에서 조제하는 주사제는 무균실에서 조제가 이뤄진다. 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주사제가 많기 때문에 365일, 휴일이 없이 돌아가고 있다.
"무균시설 내에서 주사제를 조제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을 받은 임상지원실 약사 인원으로 365일 근무가 이뤄진다. 특히, 항암제의 경우 비싼 것은 하나에 몇 백만 원씩 하고 잘 못 조제 시 생명과도 직결된 부작용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약품 관리가 더 엄격하다. 이 외에도 미숙아들을 위한 TPN 조제 업무와 같이 아이의 성장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역할 하지만 인력‧수가 여전히 한계"
이렇듯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임상지원실의 약사들이지만 항상 '인력'과 '수가'라는 벽에 가로막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게 지 파트장의 설명이다.
"임상지원실의 경우 일반 약 조제와 다르게 알아야할 것이 더 많고 배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한 항암제에 노출되기 때문에 결혼 후 임신예정인 가임기 여성은 업무를 하기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결혼을 하게 되면 다른 파트로 가는 경우들이 많다."
결국 병원약사가 다른 직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이 배치된 상황에서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지만 반대로 유출되기도 쉽다는 것.
"현재는 인원을 채용해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병원약국 약사라는 직업이 약국으로 갈 수 있어 항상 이직률이 높다. 또한 약사가 병원 전체 인력대비 티오(TO)가 적은 편이기 때문에 항상 인원을 새로 뽑는 것이 쉽지않다."
특히, 지 파트장은 약제부 임상지원실 근무와 관련해 수가적인 부분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항암제나 TPN과 같은 주사제는 무균실에서 조제가 이뤄지고 이 때에 일회용 무균복과 같은 보호구를 필수로 착용하게 되고, 일회용 소모품 도구들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무균조제실 관리를 위해서도 기기와 소독관리를 위한 비용이 많이 발생되지만 주사제 무균조제료는 10월 기준 일반주사제 1건당 2470원, TPN 한 건당 5860원, 주사용항암제 1건당 4680원으로 적은 건수의 조제를 할 경우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하는 것.
"수가적인 부분에서 분명히 개선돼야 할 것이 있는데 법적으로 일하는 병원약사가 많지 않다보니 발전이 더딘 측면이 있다. 일회용 무균복을 입고 TPN 이나 항암주사제 무균 조제를 위해서 버려지는 소모품 비용이 크지만 수가가 아직 작게 배정돼 있기 때문에 환자가 적은 병원에서는 오히려 손해가 발생한다."
"임상지원실 묵묵한 지원 사람들이 더 알아줬으면"
지 파트장은 병원약사의 역할이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져 병원약사들의 처우개선과 함께 많은 병원약사가 배출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1kg도 안되거나 7개월도 안돼서 태어난 미숙아들의 경우에는 정맥을 통한 TPN 요법이 아니면 아기들이 제대로 영양을 공급받을 수 없다. TPN 검수 및 조제를 통해 몸무게가 늘고 퇴원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껴 병원약사를 계속 하는 것 같다."
이러한 보람과 함께 병원 약사의 노력을 알아주길 바란다는 게 지 파트장의 생각이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병원 안에서 약사들이 조제 외에도 얼마나 많은 종류의 일을 하고 있는지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환자와 의료진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는 '언성히어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여러 환경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