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일하는 복지부 공무원에도 박수를

이창진
발행날짜: 2020-05-18 05:45:50
  • 이창진 의료경제팀 기자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민들에게 각인된 인물은 의료진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다. 밤낮없이 근무하는 복지부 800여명의 공무원에 대한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

최근 세종청사에서 만난 보건복지부 한 공무원은 코로나19 방역정책 평가에서 소외된 동료 공무원들의 서운한 심정을 이같이 표현했다.

지난 1월말 설연휴 기간 첫 확진자 판정부터 5월 현재까지 복지부 공무원들은 기존 업무를 잠정 중단하고 코로나19 방역정책에 매달렸다.

복지부 공무원들은 신천지 교인 등 대구경북 지역의 폭발적 확진자 발생 시 현장에 급파돼 해당 지자체의 방역 시스템 구축 그리고 지역 의료기관과 자원한 의료진 유기적 연계와 지원방안 등을 진두지휘했다.

사태 초기 지자체 공무원들은 신종 감염병 방역 위급성과 보건체계 대책 마련에 서툴렀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하루 수 십 명에서 수 백 명 확진자가 나오는 현실에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지역 현장에서 파견된 복지부 공무원들은 초동 대처부터 사후관리까지 신속한 대처와 보완책을 제시하며 지자체를 독려했다.

복지부 공무원들의 동물적 감각은 세월호 사태와 메르스 사태 등 불과 수년 전에 벌어진 국가 재난을 경험한 학습 효과와 함께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중앙부처라는 소명의식이 작용했다.

일례로, 지역주민의 역학조사 결과와 확진판정을 밤늦게 통보받은 지자체 공무원들은 지자체장에게 구두로만 보고하고 태연했다.

해당 지자체에 파견된 복지부 공무원은 지자체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의 긴급 소집을 요청하며 확진자 동선에 따른 방역조치와 주민들에게 신속한 정보제공 등을 주문했다.

대구경북 지역 방역 보건정책의 백미는 생활치료센터이다.

폭증하는 확진자 수 천 명을 격리치료 할 병실이 부족한 상황에서 절반 이상인 경증환자를 외곽 지역 별도 시설에서 치료 관리하는 생활치료센터 아이디어.

관건은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된 의료기관과 자택에 격리된 환자들을 어떻게 이동 시키느냐였다.

급파된 복지부 국과장은 대구경북 지역 의료체계 붕괴 조짐을 직시하고 의료기관과 소방청 협조를 끌어내며 경증환자들을 병원과 자택에서 생활치료센터로 강권하며 이동시켰다.

기업과 공공기관 협조를 얻어 연수원 등에 생활치료센터를 설치한 복지부는 수도권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진 파견을 요청하고 관련 법령과 수가 고시 개정, 유권해석을 통해 새로운 치료시스템을 구축했다.

생활치료센터 운영 초기 관리 감독한 행안부 공무원들은 방역과 보건의료가 혼합된 생활치료센터 방식과 입소한 확진자, 의료진 통솔에 난색을 표하며 복지부 공무원들의 신속한 대처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복지부 공무원 800여명 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중앙사고안전대책본부(중수본)에 파견 또는 겸직 중인 인원은 350명에 달한다.

이들 중대본과 중수본 그리고 지역현장 방역에 순환 근무할 때 부서에 남아 있는 공무원들의 동료 공무원들의 업무까지 대신하며 복지부의 흔들림을 차단했다.

사실상 복지부 공무원 800여명이 대한민국 국민 5천만명의 방역 보건체계를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 관계자는 "복지부가 코로나19 대응 과정 중 실책도 있지만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중앙부처다운 모습을 보였다. 부처간 합동회의를 통해 방역과 보건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설득시켰다"면서 "회의 결과를 토대로 주저 없이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는 공무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복지부 과장급 이상은 몇 달째 세종청사 인근에서 숙식을 하고 있다.

복지부 한 간부는 "서울 집에 들어 간에 언제인지 모르겠다“고 전하고 ”지역별 집단감염 발생에 대비해 간부들은 근무 후에도 세종청사 인근에서 대기 상태이다. 끝이 보이지 않은 싸움이라 지쳐가고 있지만 보건의료 정책을 책임지는 복지부 공무원으로서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질병관리본부 뿐 아니라 보건복지부 공무원들 그리고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 등 산하기관 직원들의 보이지 않은 헌신 덕분에 코로나19 대한민국 방역이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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