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로 수사 받던 중 또 사고 친 의사 결국 징역형

박양명
발행날짜: 2020-07-15 05:45:57
  • 의료판례 언박싱리베이트까지 받은 병원장 징역형 선고
    동맥손상 치료 안해 조직 괴사+온열주머니 관리 부실 화상

의료사고를 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의사가 그사이 또 의료사고를 내 환자에게 상해를 입혔다. 그는 의료기기 판매업자에게 1억여원의 리베이트도 받았다.

법원은 업무상과실치상, 의료법 위반 죄를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형사부(재판장 이일영)는 최근 업무상과실치상, 의료법 위반 혐의의 서울 D병원 A원장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A원장의 항소를 기각한 것.

1심 법원은 A원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원장이 리베이트로 받은 1억2153만원도 추징했다. A원장이 수장으로 있는 D병원은 16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이다.

A원장의 사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경지 관리기 칼날이 오른쪽 다리 종아리를 관통한 40대 환자가 D병원으로 실려왔다. 앞선 병원에서 개방성 골절뿐 아니라 동맥(비골동맥, 오금동맥, 후경골동맥)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진료의뢰 내용 및 앞선 병원에서 혈관조영 CT 결과, 수술 전 촬영한 CT와 MRI 검사 결과를 보면 환자의 부상 부위가 동맥 손상으로 피가 제대로 흐르지 않고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때 A원장은 진료의뢰서와 CT 결과를 잘 확인해 수술을 할 때 골절 수술 외에 동맥 손상 여부도 살펴 손상된 혈관을 접합하거나 혈전제거술 등을 실시해 손상된 혈관을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A원장은 골절 수술만 하고 수술 다음날 더 큰 병원으로 전원할 때까지 동맥 손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이 환자는 오른쪽 다리에 피가 제대로 흐르지 않아 조직이 괴사, 오른쪽 다리 무릎 위 약 20cm 지점을 절단했다.

환자는 A원장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A원장은 이 문제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이 시기에 또 다른 환자에게 상해를 입혔다.

70대의 이 환자는 왼쪽 어깨 회전건개파열 치료를 위한 수술을 A원장에게 받았다. A원장은 수술 과정에서 환자 체온 유지를 위해 온수 주머니를 사용했는데 여기서 환자에게 3도 화상을 입혔다.

온수주머니를 이용할 때는 체온 유지용으로 만들어진 온열 주머니를 이용해 그 온도가 적정한지 확인한 후 사용하고 온수주머니가 부착된 환자 피부 상태를 수시로 관찰해 화상 발생 가능성에 대해 살펴야 한다.

하지만 A원장은 간호사에게 체온 유지용이 아닌 일반 생리식염수팩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환자 몸에 올려놓도록 지시했다. 생리식염수팩 온도가 적정한지, 환자 피부에 화상 발생 가능성이 있는지를 관찰하지 않았고 약 2시간 동안 그대로 수술을 진행했다.

결국 어깨 수술을 받으러 들어간 환자는 왼쪽 무릎 부위 등에 피부이식 등 최소 1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3도 화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원장의 불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의료기기 판매 업자에게 리베이트도 받았다. 의료기기 판매업자에게 납품가액의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받은 것이다.

그는 의료기기 판매업자에게 납품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등 편의를 제공할 테니 납품가액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약 4년 동안 51회에 걸쳐 1억2153만원을 받았다.

재판부는 "A원장은 업무상 과실치상죄로 수사를 받고 있음에도 수술을 하면서 온수 주머니 온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화상을 입혔다"라며 "의사로서 주의의무를 현저히 해태해 다시 한번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과 지식을 신뢰해 생명과 신체를 맡긴 환자에게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며 "리베이트 역시 그 기간이 길고 액수도 적지 않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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