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식약처 국감이 기대되지 않는 이유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20-10-06 05:45:50
  •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

국감 시즌이 오고 있다. 필자가 식약처에서 일해보니, 식약처가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국감이다, 그 다음이 언론(기사)이고. 내부 전문가의 의견은 그들에게 흥칫뽕일 뿐이다.

필자가 내부에서 DSUR(임상시험중인 의약품의 안전성 관리), PSUR(허가후 안전관리) 검토를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이 없었지만, 이런 사안들이 작년 국감 및 언론에서 다루어지니, 식약처가 아주 조금은 반응을 보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물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바뀐 것은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감에서 다루어진 이슈가 팔로우업이 안된다는 것이다. 작년에 다루어진 이슈가 새로운 이슈에 의해 묻히기도 하고, 이슈를 다루는 국회의원이 바뀌고, 또 식약처 담당자가 바뀌면서 결국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지속된다. 그래서 가만히 보아하니, 식약처는 국감 기간 잠깐 긴장하고 끝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속으로 되내이면서 잠깐 인고의 시간을 버티면 되는 것이다.

식약처 국감 때 자주 등장했지만 전혀 해결되지 않는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라 의료기기 안전성 관리이다. 이는 필자가 작년 7월 식약처를 대상으로 1인 시위를 하면서 지적했던 문제이고, 또한 식약처의 고위 공무원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한 사안 중의 하나였다.

식약처는 2003년부터 인체에 이식되는 의료기기 안전관리를 위해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제도를두고 있다. 문제는 전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한 국정감사 이력을 살펴보자.

2013년 국정감사에서 식약처는 인공유방 등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의 소재 파악 의무를 소홀히 해 의료기관이 폐업할 경우 추적관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식약처장은 추적의료기기의 이력추적관리 표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식약처는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의 품목 수만 부풀리고 있고, 매년 의료기기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기의 제조, 수입, 유통, 소비에 이르는 전과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답은 당연히 똑같았다. 추적관리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 식약처는 실리콘 인공유방의 부작용 사례가 수천건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추적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을 받았다. 여전히 추적관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한 언론사의 기사 제목은 '식약처 의료기기 관리 안하나, 못하나, 총체적 난국' 이었다.

2016년 국정감사 직전 식약처는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배포했다. 그러나 여전히 추적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는 형식적인 내용이었다. 어쨌든 이 해에는 의료기기 안전관리에 대한 지적이 없었다. 총선으로 국회의원들이 대거 바뀐 것도 한가지 원인이었을 것이다.

2017년에는 의료기기 안전 관리에 대한 지적이 없었다. 이렇게 그나마 식약처가 무시할 수없는 국정감사에서조차도 지적이 안되면 식약처 의료기기 안전관리는 발전이라는 것이 없을 것이다.

2018년에는 식약처는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부작용 중 인공유방 품목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을 받았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는 실리콘 인공유방에 의한 역형성림프종 환자가 실제 발생했기 때문에 의료기기 추적관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집중 감사를 받았다. 예를 들어 폐업을 한 의료기관에서 인공유방 시술을 받은 환자는 그 리스트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점에 대해서 지적을 받았는데, 이는 2013년 지적받은 내용과 동일한 내용이었다. 놀랍지 아니한가!

필자는 작년 1인 시위를 통해 인공유방 시술 후 역형성 림프종이 발생하기까지 약 10년 전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2007년 해당 제품이 허가된 우리나라는 이제 조금씩 환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었다. 현재까지 3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시술받은 환자 리스트조차 파악이 안되니 환자들에게 충분한 경고가 불가능한 것이다. 필자가 작년 10월 식약처 고위공무원을 고발한 것은 국정감사를 통해 지적을 받고, 내부전문가를지적을 받아도, 진정성 있는 변화를 추구하지 않아서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되는데도, 식약처 내부에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상이 올해 국감도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 이유이다.

P.S. 작년에 실제 인공유방 관련 역형성림프종 환자가 발생하자 식약처는 환자 등록연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과연 식약처는 환자 등록연구를 진행하고 있을까? 필자는 안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인공유방 부작용 환자 등록연구를 제대로 하려면 적어도 수십억~수백억(도 사실 모자람) 필요한데 그 예산이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없고, 식약처는 환자 등록연구를 해 본 적도 없으니 말이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오피니언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