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정 강원의대 학생(본과 4학년)
Medical Mavericks 총무팀장
|강원의대 본과4학년 심미정|먼저 시작하기 앞서 이 이야기는 현재 강원대의학전문대학원(이하 강원의전원)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필자의 이야기이며 본과 4학년 전체의 의견이 아님을 밝힌다.
처음에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필자는 신경과 의사가 되고 싶었다. 뇌라는 인체의 장기는 밝혀진 부분보다 밝혀내야할 부분이 많아 보였고, 새로 알아낸 의학적 정보로 치매와 같은 질병을 치료하여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사가 되고 싶다고 결심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의전원에 들어가게 되었고, 본과 1학년에 들어가자 처음 나를 맞아주는 것은 ‘골학’이었다. 강원의전원은 1월 초쯤 본과 2학년으로 올라가는 선배님들이 예비 본과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뼈에 대한 수업 ‘골학’을 진행하는 전통이 있다.
말이 뼈에 대한 수업이지 우리가 아는 머리뼈 이런 느낌이 아니다. 일주일 정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몸의 206개의 뼈에 각각의 튀어나온 부분, 들어간 부분, 거친 부분에 붙은 명칭을 쏟아내듯 강의해 주시면 그날 바로 외워 시험을 본다. 용어가 너무 어려운데다 양도 많아 보통 재시는 기본이고 3차, 4차 심지어는 5차까지 재시험을 보게되면, 새벽 3~4시 즈음에 끝이난다. 하루의 시험을 마치고 집에 가면 다시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아주 고된 스케쥴이다.
골학에 대해서 말하라고 하면 끝도 없이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거두절미하겠다. (골학이 궁금하면 다른 본과 1학년생들의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머리부터 시작해 상지 하리 몸통 각각의 뼈에 대해 하루하루 수업이 진행되고 끝나면 이제 본과 1학년으로의 준비가 되었나 싶지만, 새로운 신경과 혈관, 증상과 진단방법 치료방법 등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다.
중간고사 기말고사랄 것 없이 매주 방대한 양으로 시험을 보던 본과 1학년이 가장 힘든 줄 알았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많아지는 공부 분량에 이제는 잠을 줄여 공부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상황이 되었다. 솔직히 변명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본과 1,2,3학년 때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을 두기에는 내 앞에 떨어진 할일이 너무 많아 뉴스를 본다는게 필자에게는 무척이나 어려웠다.
가끔 교수님들이 들어와서 ‘요새 이게 그렇게 논란이라던데 너네 알고 있니?’ 라고 물어도 다들 아무 대답을 못했고, 교수님들은 ‘어휴 공부만 하지 말고 뉴스도 좀 보거라.’ 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꽤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다 보니 본과 4학년이 되어 있었다.
본과 1학 때 필자는 지나가는 본과 4학년 선배님들을 보며 이미 많은 시험을 다 겪으신 분들이니 너무 부러웠고, 얼른 4학년이 되어 졸업하고 싶다고 강렬하게 바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누구보다도 본과 4학년이 되기를 결국에는 의사가 되기를 선망하던 필자가 현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응시하지 않았다.
갑작스런 정책 소식에 뉴스를 안 보던 필자가 뉴스를 찾아보게 되고 논란이 많던 정책에 옳은 의료를 하고 싶기에 결정을 내렸었다. 의전원에 다니는 필자는 20대 후반이지만 보통의 의과대학을 진학해 본과 4학년인 학생들은 대부분 25살이다. 나이가 많다면 많은 어리다면 어린 학생들이 내린 결정에 많은 격려도 있었지만 그 수를 훨씬 뛰어넘는 많은 비판이 있었다. 실제로 필자의 친구는 개인 인스타그램에 욕설이 하도 달려 댓글기능을 차단한 적도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몇 달 뒤에, 방대한 양으로 배우던 공부 내용을 모두 암기해 이틀 만에 쏟아내고 나오는 국시를 통과하면 곧 의사가 되는 본과4학년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의사들이 다수의 사람들 눈에 이득만 챙기는 기득권 층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과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선한 동기로 시작한 순수한 마음이 의대생을 졸업하는 순간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퇴색되어 버리는 것 같았다.
이러나 저러나,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의학적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필기시험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밖에는 없다. 이 또한 졸업 후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는 배를 불리려는 이기적인 면모로 비춰질지라도 필자는 선하다고 믿는 순수한 동기를 잃고 싶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