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의대교수도 근로기준법에 연가보상비 지급 대상"

발행날짜: 2020-11-03 05:45:50
  • 법령해석 통해 대학병원 전임교원도 '급여' 근로기준법 준용 판단
    아주대병원 등 일선 대학병원 교수들까지 확산 가능성 높아

대학병원 전임교원도 연가보상비를 요구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최근 법제처가 대학병원 교수도 미지급된 연가보상비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내용의 법령해석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과거 '연가보상비'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대학병원 교수들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법제처는 최근 대학병원 전임교원도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연가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법령해석을 내렸다.
노무법인 이승진 노무사는 최근 법제처에 대학병원이 전임교원에게 연가보상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근로기준법 제43조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의 여부를 물었다.

이에 법제처는 "사립학교 교원이 연가보상비 지급 대상에 해당함에도 사용자(병원 측)가 연가보상비를 미지급한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법령해석을 내렸다.

사립학교 교원의 '보수' 등 임금에 대해서는 '복무'와 달리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하는 등 특별히 정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법제처의 해석.

즉, 특별히 정한 규정이 없다면 사립학교 교원의 임금 지급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43조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해당 법령 소관부처인 고용노동부에 의견을 물어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고용노동부 의견을 제시하며 법제처 또한 이견이 없다고 명시했다.

이승진 노무사는 "법제처 법령해석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면서 "일선 대학병원 전임교원들도 연가보상비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지급 연가보상비 문제제기 나선 인제대 백병원 교수회

특히 이번 법제처 법령해석은 현재 진행 중인 인제대 백병원(부산, 해운대, 일산, 상계, 을지 등 5곳) 전임교원 770여명 중 130명은 미지급된 연가보상비 지급과 관련해서 병원을 상대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한 이후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거듭 요청했다.

이승진 노무사에 따르면 백병원 전임교원 연가보상비 청구액 규모는 약 15억~20억원 규모 수준. 하지만 법령해석을 적용할 경우 병원이 부담해야할 비용은 훌쩍 높아진다.

논란의 발단은 백병원 교수회 측이 지난 2019년도 전임교원에 대한 연가보상비 지급 기준을 수정, 기존에 지급하지 않던 연가보상비를 지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노동법에 6년이상 장기근속한 직원은 연가를 21일 이상 지급해야 하지만 백병원 교원 상당수는 연 10일 안팎의 휴가를 사용하는데 그쳤다. 이 경우 남은 연가 11일에 대해서는 보상비용을 받을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병원이 챙기지도 않았을 뿐더러 전임교원도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병원 측이 연가보상비 규정을 손질하는 과정에서 일선 전임교원들도 과거 자신의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규정을 알게되면서 본격적으로 권리찾기에 나선 것이다.

앞서 아주대병원 교수노조를 중심으로 진료교수(비전임교원)의 연가보상비 미지급과 관련해서 근로감독 청원을 제기하면서 병원계에 인식 전환 계기가 된 바 있다.

실제로 아주대병원 사례를 계기로 다수의 대학병원들이 의사 즉 교원의 근로자 권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주대병원 교수노동조합 노재성 지회장(정신건강의학과)은 "이번 법제처 해석이 의미가 큰 이유는 사립대학 전임교원의 연가보상비를 지급하는데 사립학교법이 아닌 근로기준법에 의거해서 적용해야 한다고 명시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로기준법은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며 "병원 측이 전임교원에게 연가보상비를 지급하지 않을 수 없게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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