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종소세 납부했는데…돌아서니 또 세금 압박

박양명
발행날짜: 2020-11-05 05:45:58
  • 코로나로 찌든 개원가 "세금 때문에 문 닫을 판" 토로
    경영난 감안 종소세 납부 기한 2개월 연장 여파로 한숨만

#. 서울 A의원 원장은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세금 폭탄에 숨이 막힌다. 성실신고사업자인 A의원 원장은 지난해 매출액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분할 납부하기로 하고 지난 8월 먼저 8000만원을 냈다. 지난 2일에는 나머지 7000만원도 납부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또 세금을 내라는 고지서가 날아왔다. 이번에는 내년에 내야 할 종합소득세 중간예납금. 이번 달 안으로 또 70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A의원 원장은 숨이 턱 막혔다.

4일 개원가에 따르면 2020년도 종합소득세 중간예납 고지서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이달 초 고지서를 받으면 이달 말일까지 올해 낸 종합소득세의 2분의1을 내야 한다.

10월 마지막 날에 맞춰 지난해 매출에 대한 소득세를 다 털어냈는데, 한 달 만에 목돈을 세금으로 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

통상 매출액이 6억원을 넘으면 성실신고사업자로 분류돼 6월까지 종합소득세를 낸다. 이를 한 번에 다 낼 수 없으면 분할납부를 통해 6월과 8월로 분할 납부한다. 그리고 11월에는 내년에 내야 할 세금을 미리 내야 한다. '종합소득세 중간예납'의 달인 것.

세금은 의원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매출액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낼 수도 있다.

즉, 세금을 내기까지는 약 2~3개월의 텀이 있었지만 코로나19가 상황을 바꿨다. 정부는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반영해 종소세 납부 기한을 2개월씩 미뤘다. 다만 종소세 중간예납 기한 변경은 없었다. 이에 따라 10월에 지난해 매출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내고 다시 11월에 목돈을 부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A의원 원장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종합소득세 납부 기한이 2개월이라도 미뤄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중간예납일은 연장되지 않아 오히려 목돈을 추가로 내야 한다"라며 "올 하반기에는 내내 세금만 내고 있는 것 같다. 당장 현찰도 없어서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B광역시 정형외과 원장은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한해 중 11월이 금전적으로 가장 큰 위기라고 할 수 있다"라며 "특히 소득세는 국세이기 때문에 내지 않으면 건강보험 압류 등의 조치가 들어오니 어떻게든 만들어서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8월과 10월에 나눠 낸 종소세는 소득공제가 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세액의 20~30%만 낸다고 보면 된다"라며 "중간예납은 내년에 내야 할 세금을 미리 낸다는 개념이라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세금 때문에 의료기관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현금흐름이 제대로 좋지 않은 만큼 의료기관이 느끼는 세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

서울 C의원 원장은 "가슴이 답답하다. 코로나19까지 겹쳐 매출이 급감한 마당에 또 세금 내야 하는 상황이 기가 막힌다"라며 "내년에 소득공제를 통해 환급을 받든 말든 당장 지금 낼 돈이 없다"고 말했다.

세무 전문가들 역시 납부기한에 변동이 생기다 보니 의료기관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었다.

한 병의원 전문 세무사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할 때와 비교했을 때 소아청소년과 등 급여과를 제외하면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고는 있다"라며 개원가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지난해와 세금 납부 기한이 달라져 이번 중간예납은 특히나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간예납은 기간에 맞춰서 잘 납부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액수가 작다면 당장 준비가 가능하지만 세액이 높다면 단시간에 준비하는 게 어렵다. 적당한 기간을 두고 중간예납액을 평소에 모아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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