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칼럼]의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발행날짜: 2021-03-02 05:45:50
  • 박상준 취재보도본부장

제 41대 대한의사협회 수장을 뽑는 선거가 어느덧 중반으로 흐르고 있다. 의협이 공개한 선거인명부 선거인수는 총 5만6300여명으로 지난 회기 4만4000여명보다 1만2000여명이 더 늘었다. 선거자수가 대폭 늘어남에 따라 한표한표가 더 중요해진 상황. 유권자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올해 출전하는 후보들의 공약을 더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올해 의협회장 선거에는 모두 6명의 후보자가 출전했다. 경쟁 구도는 지난 2018년 치러진 40대 회장선거와 유사하다. 다만 여성과 80년대생 젊은 후보자가 나오지 않았고, 코로나 때문에 장외 선거전이 사라졌다. 게다가 올해는 결선 투표제가 사상 처음 도입된다. 이변을 일으켜, 1차에서 끝날지 결선으로 이어질지도 관전포인트다.

올해 의협회장 후보자들은 모두 지역 또는 분과의사회에서 수장을 맡고 있다. 따라서 50대 초반의 활기참이냐, 50대 후반의 노련함이냐, 60대 초반의 무게감으로 나눌 수 있겠다. 출신 대학도 모두 달라 학연지연으로 대표되는 표심잡기도 향방을 알 수 없다. 그 점에서 올해 유권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후보자들의 공약과 이행 의지를 면밀히 따지고 투표에 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진짜 바꿀 수 있는 의협회장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의협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잘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는 자가 최종 선택받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점들은 후보자들이 낸 공약에 다 있다. 표현은 다르지만 6명의 후보자들은 의협의 대표성, 정치적 영향력, 소통부재 등을 해결해야할 공통공약으로 담을 만큼 해당 부분에 개혁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의협의 대표성은 여러 가지에서 찾을 수 있는데 회원의 참여도가 핵심이다. 지난 회기에 선거 유권자는 4만4012명이었다. 이중 실투표자는 2만1547명으로 48.96%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즉 10만 의사중 2만여 의사밖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 최대집 회장은 이중 6392표를 받았는데 이는 전체의사의 6%다. 대표성 이슈가 회자되는 근본 원인이다.

적은 회원이 선택해준 반면에 의협회장이 갖는 대표성은 크고 무겁다. 그러다보니 조금만 잘못해도 공격을 받는다. “더 이상 의사의 대표단체가 아니다”라는 지적부터 “새로운 의사대표단체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지난해 의료인력 확대를 논의한 의정협상에서 협상주도의 일부를 젊은 의사들에게 내준 것은 의협의 대표성에 큰 상처로 남았다.

이런 대표성 문제는 이번에 나온 6명의 후보자들이 잘 알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을 일일이 거론할 수 없지만 모두 나름의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회원포용 정책은 3년뒤 새로운 회장선거에서 나타날 것이지만 그 업을 쌓는 것은 지금부터다. 그런 의미에서 비회원, 회원할 것 없이 전체 의사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현실적인 유인책을 제시하는 후보자가 있는지 살펴보는게 중요하다.

정치적 영향력 키우기도 모든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공약 중 하나인데 그만큼 정치적 영향력이 없거나 약했다는 반증이다. 후보자들은 “지금까지는 정치색에 이끌렸고, 맘에 안드면 무대뽀식 또는 떼쓰기식 투쟁은 더 이상 먹지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경험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차기 회장의 역할은 정치력을 토대로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본인이 하든 참모가 하든 방식은 중요하지 않다. 문제 또는 이슈가 생겼을 때 다방면의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득과 실을 따져 신중하게 검토하는 일. 한 개의 카드를 내주고 두 개의 카드를 갖고 올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가진 후보자가 이번 선거에서 주목을 받을 것이다.

선거기간에 마침 국회발의 범죄자 의료면허 박탁법이 등장, 결과는 보류됐지만 언제든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상식적으로 범죄자에게 치료를 받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실수로 저지른 행위로 범죄취급을 받아 면허를 박탈한다면 그 또한 안될 일이다.

다시등장한다면 무조건 반대보다는 범죄행위를 좀 더 구체화하고 세분화해, 챙길 것은 챙기고, 내줄 것은 내주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백신협조 거부라는 집단이기주의로 비춰져 그동안 쌓아왔던 의협의 신뢰성을 또한번 읽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국민들의 정서를 잘 읽고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후보자를 고르는 능력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소통부재 해결능력도 중요하다. 사실 이는 어느조직이나 갖고 있는 고질병이다. 늘 뻥뚫리는 소통능력을 갖춰라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이슈 만큼은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는 있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좀 더 많은 의사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회무에 반영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세상이 좋아져 의견을 듣는 것도 어렵지 않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실시간으로 여론 수렴이 끝나는 시대다. 어렵지도 않다. 10만 의료인의 의견을 혁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의협으로 바뀌어야 한다. 옛것만 추구하다 의협의 이미지는 보수로 남았고, 굳은 살이 되었다.

대외적으로는 명분과 논리로 맞서는 의협으로 변모하는 노력이 필요다. 올해 이런 공약을 현실화시키는 후보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도 저도 복잡하다면 하나만 보자. 의협의 존재 이유는 회원들의 권익확보다. 이런 철학과 가치관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후보자를 고르면 된다. 다행히 올해는 그런 후보들이 많다. 그래서 더 자세히 봐야한다.

매년 그래왔지만 올해 또한 의료계에 이슈가 적지 않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경영악화로 수가 이슈가 화두가 될 것이며, 의료인력충원, 의료인처벌 등 의료법 개정은 언제든지 재등장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의정협상이 예상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올해 의협의 수장을 뽑는 일은 남의일처럼 보면 안된다. 이기회에 투표율을 끌어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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