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 부작용 논란 속 AZ 백신 혜택과 위해성은?

강윤희
발행날짜: 2021-04-13 05:45:50
  • 강윤희 전 식약처 심사위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AZ 백신의 혈전 부작용에 대해서 살펴보자. 2021년 3월10일경 유럽 일부 국가는 AZ 백신 접종 후 혈전증으로 사망하는 사례들에 대한 우려로 백신 접종을 중지했다. 유럽연합의 식약처라고 볼 수 있는 EMA 산하의 약물부작용 감시위원회인 PRAC(Pharmacovigilance Risk Assessment Committee)에서 이 사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고, 3월18일 50페이지에 달하는 중간 보고서(preliminary review)를 발표했다.

PRAC의 보고서는 구글링해서 찾아볼 수 있다. PRAC의 보고서는 늘 그렇지만 특히 이번 보고서는 부작용 정보를 어떻게 검토해야 하는가의 아주 좋은 예이다. 식약처가 필히 이 보고서를 정독하고 배워서, 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 매분기마다 보고하는, 채 몇 줄이 안되는 안전성 보고서의 수준이 조금이라도 올라가기를 바란다.

문제는 PRAC의 보고서가 발표된 다음에 발생했다. PRAC은 약물부작용 감시위원회이고, 이 위원회의 검토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행정 조치, 즉 결정을 하는 기관은 EMA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도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검토를 하면 식약처에서 결정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부끄럽게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PRAC과 유사한 위원회가 없다).

그런데 3월18일 PRAC의 중간 보고서가 발표되고, 4월7일 EMA의 최종 결과가 발표되기까지 대혼란이 발생했다. 이 기간 일부 유럽 국가는 백신 접종 중지를 해제하고, 일부 국가는 계속 중지하고, 또 이 기간에 독일, 프랑스 등은 백신 접종의 연령을 제한하는 등 혼란이 지속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 기간에 백신 접종을 재개했다. 이렇게 약 20일의 기간 동안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이유는 아마도 PRAC의 보고서가 50페이지로 너무 길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PRAC의 보고서는 읽지도 않고, EMA news의 제목에서 "benefits still outweigh the risks…"만 퍼나른 것 같다.

그런데 3월18일 EMA news의 제목은 정확히는 "benefits still outweigh the risks despite possible link to rare blood clots with low blood platelets" 으로서 사실상 4월7일 발표한 news의 제목 "EMA finds possible link to very rare cases of unusual blood clots with low blood platelets"로 별 차이가 없다. EMA가 3월18일 좀 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PRAC이 드물게 발생하는 혈전증과 백신의 관련성에 대해 가능성을 제시한 이유는 백신 접종 후 혈전증의 발생 빈도가 높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가능 큰 이유는 임상 양상에 유사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의 사례들이 거의 대부분 백신 접종 후 2주 이내 발생한 점인데, 부작용을 평가할 때 temporal relationship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례에서 백신 접종 후 2~3일 정도의 초기 부작용이 있었고, 그 뒤 잠시 괜찮아졌다가 다시 6~12일에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양상을 보였다고 한다. 또 대부분의 사례에서 혈소판감소증을 동반하는 특징이 있었는데, 이와 같이 유사한 동반 증상이 있는 점도 백신과의 관련성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또 대부분 젊은 연령에서 발생한 점, 치사율이 높은 점은 이 부작용의 위해성에 대해서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기술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AZ 백신의 유익/위해성(Benefit/Risk)을 검토해보자. EMA도 발표했듯이 AZ 백신 접종은 전체적으로 유익이 위해성을 상회한다. 그런데 이 말은 이 백신의 허가를 취소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이지, 모든 연령에서 유익이 위해성을 상회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왜냐하면 젊은 연령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돼도 거의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즉, 이 연령대는 백신 접종의 개인적 유익이 거의 없다. 그런데 드물더라도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는 백신을 접종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백신 접종으로 사회적거리두기를 완화한다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시도를 위해 청년들이 희생돼서는 안될 것이다. 참고로 청년의 정의는 UN 기준으로는 만65세 이하이다.

또 한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PRAC이 혈전증과 AZ 백신과의 관련성을 설명할 수 있는 몇가지 가설을 발표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해 설명한 가설이 AZ 백신이 사용하는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에 대한 면역학적 반응이다. 다른 가설들은 화이자나 모더나 대비 AZ 백신 접종 후 혈전증의 O/E(observed/expected)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한데, 이 가설은 설명이 가능하다.

문제는 최근 국내 허가된 얀센 백신도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한다는 점이고, 게다가 이 백신의 임상시험 중 백신 접종군에서 혈전증의 빈도가 대조군 대비 높아서, 시판 후 시행하는 안전성관리에 혈전증, 특히 문제의 뇌정맥동혈전증을 중요한 잠재적 위험으로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게다가 유효성마저 AZ 백신보다 낮다. 그러므로 얀센 백신의 유익/위해성은 AZ보다도 안좋으므로 우리나라가 굳이 이 백신의 최초 접종국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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